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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육아- 힘들지만 이왕 할 거라면

-나를 반겨주는 곳은 놀이터

  

육아를 하면서 나를 찾아주는 곳은 없다.

친구들과 밥 먹고 차 마시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아가씨 때 입었던 원피스와 정장들은 내 옷장 한 곳에 고스란히 썩고 있다.

정리해야지 라고 각오를 하면서도 막상 버리자니 결혼식 때 입을지도 모르지 라는 미련만 남게 만들었다.

맞지도 않는 옷의 지퍼를 반만 올리고 결혼식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뷔페에서 밥을 먹기는커녕 집에 빨리 가서 벗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몇 벌의 옷은 지금도 옷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육아를 하면서 가장 필요한 의상은 위아래 한 벌의 운동복과 면티였다.

크록스 신발을 끌고 가장 편한 복장으로 오늘도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다.

함께 그네 타자고 조르는 막내, 술래잡기 하자며 조르는 딸, 줄넘기 내기 하자며 조르는 큰아들까지 오늘도 나는 내 나이를 잊고 열심히 뛰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찾아오는 근육통, 다리 뭉침은 어제 내가 열심히 뛰었던 흔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튼튼한 면티와 헐렁한 바지였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나는 거의 뛸 일이 없다.

각자 놀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놀이터라는 곳은 추억의 장소가 돼버렸다.

오늘은 모처럼 막내를 데리고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 밤하늘을 보며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예전에 우리 아들은 놀이터를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고...

아이는 맞아.. 그때는 엄마랑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는데...

추억이 떠올라 우리는 씩 웃었다.

나를 반겨주던 놀이터에는 이제는 다른 젊은 엄마들이 나처럼 열심히 뛰는 중이다.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이 좋을 때라고..

초등학생만 되면 엄마랑 놀지 않으니 지금 부지런히 놀아줘야 한다고 말이다.

오늘은 모처럼 온 식구가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놀이터로 향했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주말에 한 번씩 놀이터에서 배드민턴을 치자고 제안했다.

게임이 안돼서 시시하다며 아이들은 웃었지만, 늙어가는 엄마를 위로라도 하듯 좋다고 대답했다.

나의 추억의 장소인 놀이터에서 나는 아이들의 커가는 소리를 부쩍 들을 수 있었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빨리빨리 달려 소리치는 아이들 앞에서 아픈 무릎을 참고 달렸다.

이 시간이 언젠가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에...

젊은 엄마들은 말한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산다고..

집에 가면 울고불고 난리라고..

오늘도 유치원 차에 내리면서 놀이터 가자며 조른다고..

그런 모습들이 나는 그립다.

놀이터는 엄마들의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될 테니 말이다.

오늘도 운동복을 입고 아이들과 추억을 쌓아보자..

먼 훗날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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