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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육아- 힘들지만 이왕 할 거라면

-똥머리로 사는 엄마

    

엄마가 된 뒤로 미용실은 일 년에 딱 한번 가면 끝이다.

고무줄로 묶는 일명 똥머리는 내 머리 스타일을 손대지 않아도 될 만큼 봐줄만했다.

워낙 작은 얼굴 탓에 누군가는 내 똥머리를 보며 잘 어울린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과찬의 말이었다.

돈이 아까워서도 미용실을 못 갔지만 결정적인 건 난 똥머리를 하고 지내는 게 가장 편했다.

주위 사람들이 매직해야 하는데.. c컬 파마 해야 하는데.. 라며 고민할 때 나는 하나로 묶는 게 최고인데 왜 고민을 하지?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마가 좁아서, 얼굴 모양이 삼각형이라서 최대한 가려야 한다. 며 미용실을 드나들었다.

반면 나는 달걀 모양의 외모와 넓은 이마 탓에 똥머리가 잘 어울렸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다.

엄마가 된 순간 나는 아들의 이발을 위해 미용실을 한 달에 한번 다녔고, 10번 가면 한 번은 무료인 곳에 정착했다.

딸아이는 한 번씩 매직과 염색을 해달라며 졸라댔고 너그럽게 그래,, 해봐야지... 라며 자연스레 미용실로 향했다.

반면 나 자신에게는 거울을 보며 똥머리가 최고야..

1년에 한 번 미용실 가면 그걸로 만족해..

한 번은 동네 엄마가 미용실에서 20만 원이나 주고 했다는 파마를 자랑하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거의 풀릴듯한 머리에 기장은 어깨너머로 조만간 또 미용실을 가야 할 거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20만 원이라... 누군가는 기분 전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사치였다.

정작 나는 10년이 넘는 육아기간을 똥머리 하나로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너무 길다 싶으면 가서 2만 원짜리 파마를 하고 머리를 자르면 끝이었다.

미용실 직원은 세팅 파마를 권유하지만 나는 늘 일반 파마를 했다.

왜냐고?

묶으면 어차피 안보 일터이니..

그러니 내 유일한 미용실 나들이는 일 년에 한 번이면 족했다.

나도 결혼 전까지는 유명 미용실에 몇 십만 원씩 주고 머리를 했다.

직장에 출근하면 다들 와~ 김남주 머리네요.. 라며 칭찬해주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연예인 머리 따라 하기를 하며 나름 미용실에 쏟아부은 돈도 꽤 됐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몇 십만 원을 나를 위해 힐링한다고?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차피 며칠 지나면 똥머리로 변신할 텐데..

몇십만 원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나는 오늘도 똥머리를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누가 계발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머리가 참 좋다.

맘 카페에 어떤 분이 기분 전환 겸 투톤으로 염색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과감한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염색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치염색과 똥머리로 만족하는 중이다.

이런 내 얼굴에 어울리는 머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말이다.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계절마다 아님 분기마다 머리를 변신하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똥모리가 최고야.. 하며 자화자찬을 할지도 모른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만족이 된다면 그게 정답인 거 같다.

거울을 드려다 보며 늘어나는 새치와 주름살로 오늘도 속상하지만 나는 당당히 웃는다.

내 똥머리가 어울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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