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잘 살아보자

by 천정은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어릴 적 친구들과 소꿉놀이하고, 술래잡기하면서는 몰랐다.

삶이 항상 즐겁기만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나는 남들보다 철이 일찍 들었다.

어릴 적 놀다 들어가면 엄마가 항상 누워계셨다.

다른 집에서는 맛있는 저녁 냄새에 행복한 대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올 때까지 배를 잡고 기다려야 했다.

엄마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말이다.

그때는 내가 남들보다 조금 불행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밖에서 놀 때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소꿉장난하며 반찬도 만들고, 술래잡기하면 남들보다 항상 잘 뛰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나를 못 잡아서 엉엉 울었지만, 그때는 내가 골목대장 인척 빨리 잡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삶이 언제까지 내편일 꺼라 생각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이 악물고 다짐했다.

좋은 대학 가서 잘살아야지.. 두고 봐.. 공부해서 엄마 병 고쳐야지..

하지만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공부가 가장 재미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간호사가 되어 직장에 취업하고 나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직장생활이 가장 힘들다는 사실을..

이럴 줄 알았다면 공부 더해서 더 좋은 직장을 갔어야 했다는 사실을..

딱딱한 군대조직 같은 간호사의 세계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잘난 체하는 곳인지, 얼마나 사람 잡는 곳인지,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사실 간호사들도 간호협회라는 곳이 있다.

1년에 몇십만 원의 회비를 내서 나름 간호사의 고민과 안전을 보장받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런 협회에 통화할 일이 생겨서 이래저래 이야기하는데, 어쩜 협회라는 곳도 냉정했다.

간호사들이 보는 신문 하나 받으려고 내가 몇십만 원 회비를 내나?

전화할 때마다 딱딱 끊어지는 말투, 개선되지 않는 간호사의 문제점을 보면서 협회라는 곳도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구나.

그 후 회비는 내 통장에 고스란히 저금하고 있다.

한 번은 일 년 전 선배가 나에게 훈계를 하는데, 내 감정을 건드렸다.

응급실에서 쓰는 환자 수액 폴대의 숫자가 맞지 않았다.

간호사는 3교대로 다음번 근무자가 들어오면 물품 점검부터가 일의 순서였다.

그날 새벽 근무였던 나는 밤새 교통사고 환자로 북새통을 이룬 응급실을 정리하느라 아침까지 바빴다.

그렇게 날이 밝고 선배가 아침 번에 들어와서 물품 카운트를 하는데 폴대 숫자가 1개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새벽 상황 이야기를 했고, 병동에 딸려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았나 봐요.

제가 인수인계 끝나면 병동 가서 찾아볼게요..

라고 했더니, 너는 왜 일을 뒤로 미루냐면서 지금 가서 찾아와 라고 했다.

사실 교통사고 환자 뒤처리를 하느라, 온갖 세트들이 세척실에 그대로 있었다.

그때 당시는 세척을 해서 중앙 공급실에 올려 보내야 했다.

일의 뒷마무리가 안 된 상태여서 인계 끝나고 찾으러 간다는 건데, 선배는 냉정했다.

자신의 근무 시작 전까지 찾아오라며 난리였다.

마지막 한마디는 인계받으며 하는 말이었다.

밤새 일하는 게 뭐가 대수야?

사실 그날 새벽에 간식 먹을 시간조차 없어서 녹초가 된 날이었다.

그런데 고생했다 가 아니라 밤새워 일하는 게 뭐가 대수냐는 말은 나에게 상처가 되었다.

사실 응급실은 그날그날 상황이 다르다.

환자가 많은 날은 간식 먹을 시간이 아닌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다.

대신 환자가 작은 날은 간식도 먹고 새벽에 쉴 수 있는 시간도 있다.

그날 그 선배의 한마디는 내가 퇴사를 결심한 한 달 전부터 그대로 돌려주었다.

선배님 이 기구의 숫자가 안 맞는데요.

중앙 공급실에서 안 찾아오신 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라는 선배의 말에

제 근무 시간 전까지 찾아주세요.

아님 사놓든 지요..

당돌한 한마디를 한 후 그대로 퇴사했다.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닌 일들로 상처를 받곤 했지만 , 그때마다 다짐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자.

앞으로 행복하자가 아닌 오늘 하루를..

인생이 늘 오르막길은 아닐 거야..

오늘 하루 잘 이겨내면 내일은 다를 거야..

그렇게 간호사 생활 10년이 지나고 나는 깨달았다.

간호사 세계는 잘 견디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인 조직을 바꿀 힘이 나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직장생활에서 나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하세요 라고 말하면 , 이런 대답을 한다.

용기가 없어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 직장이 최고야,,라고 말이다.

그러기엔 우리의 하루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인생의 길을 선택했다.

오늘 하루를 잘 살기 위해서 나는 습관적으로 책을 읽었다.

인생의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노력만이 답이었다.

지금의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늘 하루를 잘 살고 있다.

10년 전 간호사로 일하면서 오르막길만 펼쳐진 내 인생에 물이 없어서 힘들었다.

지금은 새로운 길에 들어서서 힘든 오르막을 오르는 중이다.

다만 차이점은 지금은 물을 마시면서 오르막을 올라가는 중이다.

그래서 하루를 견딜 힘이 더 크다는 거다.

내가 마실 물이 충분해서 오르막을 올라갈 힘이 충분하다.

삶이란 어쩌면 누가 오르막을 잘 올라가느냐의 승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만 물을 마시면서 가느냐, 그냥 가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주위를 보면 늘 평탄한 길로 잘 가는 사람이 많다.

경제력 있는 신랑과 결혼해서 돈 벌지 않아도 늘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 고급 스포츠를 즐기며 하루를 사는 사람들..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집한 채 사는 게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모습과 나는 비교되는 게 많다.

집 마련 못해서 15평 관사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시어머니 혼자 계셔서 경제적 도움을 드려야 했다.

아이 셋 키우면서 직장생활에 목매여야만 했다.

커피 한잔 사 먹기 아까워서 믹스커피로 대충 때운다.

책 살 돈 없어서 도서관을 내 집 드나들 듯했다.

점심 한 끼 사 먹는 것도 사치라 생각했다.

고급 스포츠가 아닌 피트니스센터 등록도 사치였다.

그래서 열심히 공원만 걷는다.

그래도 나는 그들보다 뛰어난 게 있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의지력.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는 인내력.

방전되지 않는 체력.

감정 소모하지 않는 무시력.

잘 버티는 정신력.

나는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는 중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길로 말이다.

내 삶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나이기에 오늘도 나만의 강점으로 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나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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