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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26. 2019

리더의 모습에 대한 생각

조율자&의사결정자로서 리더의 모습에 대하여

리더는 팔로워의 대답이 틀리고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입증하는 역할이 아니라 팔로워의 생각을 리더의 경험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간혹 스스로 정답을 이야기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경험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 자신에게 그러지 않고자 노력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팔로워의 생각이 틀렸음을,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옳음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집니다. 한 가지 유형은 그 옳음에 대한 근거와 논리가 있는 경우 입니다. 이 경우 그 근거와 논리의 제시를 통해 팔로워의 생각이나 대안의 보완점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대화 과정은 자연스레 팔로워의 생각이 다음 버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합니다. 반면 다른 유형은 그 옳음에 대한 근거가 '힘'에 기대는 경우입니다. 여기에서 '힘'이란 물리적 강제일 수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계층적 권력으로 이해하는 게 적합해 보입니다. 근거나 논리가 없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답으로 정해놓고 팔로워를 대하기 때문에 그것이 정답임을 강제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팔로워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보고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할까요. 후자의 경우 조금 더 발전(?)하면 팔로워의 의견에 무조건 반대입장을 취하는 형태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항상 리더는 정답을 말할 수 있게 되고, 팔로워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모든 리더들이 모든 분야에 대해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컨설턴트가 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HR경험을 가진 리더는 HR을 잘 알 수는 있지만 마케팅이나 회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을 수 있고, 마케팅 분야 경험을 가진 리더는 상대적으로 HR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낮을 겁니다. 특정 분야의 경험만으로 경영이라고 하는 종합예술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정답을 제시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과거 우리 선배들이 해왔던 방식을 빌어 순환보직의 형태로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한 리더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으나 여러 분야에 대해 2~3년 정도의 경험, 경우에 따라서는 실무를 해본 적도 없는 경험만으로 전문성을 이야기한다는 것, 그것을 '알고 있음'으로 말하고 '정답'이라 말하는 것이 가지는 위험성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2~3년 HR관리자를 해봤다는 이유로 저에게 자신이 HR을 해봐서 다 안다고 말을 했지만 정작 '파견'이라는 개념도 몰라서 헤맸던 어느 리더처럼 말이죠.


컨설턴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나름의 '정답'을 제시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The facilitative consultant is a third-party expert whose purpose is to help the client make informed decisions. The consultant does this by applying the area of expertise (marketing,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service quality, and so forth) to the client’s particular situation, recommending a course of action, and in some cases implementing it for the client.
출처: The Facilitator and Other Facilitative Roles, Roger Schwarz

그들은 고객의 특정한 상황에 마케팅이나 MIS, 품질 등과 같은 분야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적용함으로써 고객의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지요.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함께 짚어야 할 점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이 '살아있는 지식'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리더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만일 리더가 항상 정답을 제시하려 한다면 기업 내 모든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따라서 리더들은 자신들이 정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됩니다. 대신 팔로워들이 제시하는 여러 실무단의 data들을 일관성을 기준으로 정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팔로워들이 하는 생각을 듣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죠. 해당 과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 사람이 팔로워이기 때문입니다. 리더도 성장의 경험이 있으므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지식이 out of date된 지식이 아니어야 함을 전제로 리더는 보다 세부적인 개입을 행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팔로워의 생각을 듣는 일임은 동일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살아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그 누구보다 실무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그 '살아있는 지식'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요소는 의사결정일 겁니다. 그 의사결정은 리더 혼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직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들에게, 그리고 그 실무자들이 속한 조직에 영향을 줍니다. 리더의 의사결정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답을 실무자들이 맞추는지 여부를 놓고 실무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생각과 실무자들이 다루고 있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직접 마주하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조율하여 움직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설사 실무자들의 생각과 다른 결정을 하더라도 그러한 결정을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정말 딱히 근거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면 자신이 가진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닌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건 리더 자신이 되어야 함을 전제로 말이죠. 리더가 가지는 힘은 누군가를 힘으로 누를 수 있음에 있는 것이 아님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처럼 그가 왜 리더로 남을 수 있었는지를 다시금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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