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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07. 2019

HR에 있어 '대화'의 의미

'낀세대'가 아닌 '통합자'라 말하고 싶습니다.

HR이라는 일을 하는 시간이 늘수록 더욱 많이하게 되는 행동 중 하나가 면담입니다. 사실 면담이라는 단어는 좀 그렇죠. 왠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올드하다는 느낌도 들지요. 어찌보면 그냥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일과 조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아 보입니다. 일과 조직과 사람, 어디선가 보신 듯 하죠. 제가 가끔 이야기하는 HR을 설명하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저는 술을 거의 못합니다. 한 모금만 먹어도 눈가에 이미 바알갛게 표시가 납니다. 일전에 주량을 묻는 질문에 소주 반 병이라 말했지만, 사실 소주 두 잔 정도가 Max값이라는 말이겠죠. 그래서 HR을 해오는 시간동안 술도 못 먹으면서 어떻게 HR을 하냐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술을 먹으면서 서로 조금은 느슨해진 긴장 속에 서로의 이야기도 하고 풀기도 하고 이런 저런 정보들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말이죠. 이건 대학시절부터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궁금함이기도 한데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늘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맨 정신에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술의 힘을 빌어 이야기를 해야만 할까? 아마도 이 생각에 여전히 술이 HR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그냥 '다름'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술은 잘 못먹어도 어느 새 만 14년 HR-er로서 시간을 채워가고 있으니까요.


세대 구분으로 따지면 저는 X세대가 됩니다. 그 X세대를 가리켜 요즘 소위 "낀세대"라 말하는 경우를 종종 만납니다. 바로 위 상사분들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끼인 세대라고 할까요? 동갑내기 동료분과 차를 마시며 하는 이야기의 소재 중 하나도 낀세대로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죠. 낀세대라는 단어를 여기 저기에서 마주하다가 "낀세대" 말고 "통합자"라는 말로 이야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통합자 역할(integrating roles)을 두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다차원적인 조직을 창출할 수 있다. 통합자 역할은 기업이 기능별 우수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며, 고객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을 갖고자 할 때 특히 필요해진다. 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런 측면은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계에서 필수적 생존요건이 되고 있다. 
조직설계방법론, Jay R. Galbraith, SIGMA INSIGHT, p107

사실 "낀세대"라는 단어 대신 "조율자"라는 단어를 생각했었다가 Galbraith의 "통합자"라는 단어가 생각났지요. 위의 말을 조금 달리 표현하면 '통합자'는 조직 내의 "(기능적 / 문화적) 다양성에 대응하는 역할"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통합자'는 경영진에 대한 '직접 보고가 가능한 구조'이어야 하고 동시에 '조직 내 발생하는 다양성을 들을 수 있는 구조'이어야 할 겁니다. 물론 여기에서 '구조'는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구조를 모두 포함하며 궁극적으로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의미에서의 수평적 조직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자의 역할로서 우리는 위와 아래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위치가 아니라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통합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술 기운 대신 솔직함을 기반으로 대화를 합니다. '면담'이라는 단어가 주는 왠지 모를 어색함 내지 딱딱함 대신 일에 대한 조직에 대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HR담당자로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을 뒤로 하고 생각의 거리를 좁혀갑니다. 술을 마시면서 임직원의 정보를 듣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는 상대방이 HR담당자를 믿고 이야기하고 술 기운을 빌어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게 아니라 맨 정신으로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현재의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지나온 어느 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에 할애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윗 세대의 어떤 분들은 여전히 그런 저를 보고 "일을 안하고 논다"라고 말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Adam Grant의 영상 "The surprising habitss of original thinkers"에 인용된 Aaron Sorkin의 말 "You call it procrastinating. I call it thinking." 을 빌어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You call it procrastinating. I call it integraing."


덧붙여 이런 생각을 이해해주시고 왜곡되지 않게 바라봐주시는 상급자를 만날 수 있는 건 저에겐 정말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만큼 그 행동의 결과치를 만들어내는 건 HR담당자로서 제가 해야 할 일임을 항상 기억합니다. HR의 역할이, HR직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은 어쩌면 더 이상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기업에서 일을 시작할 때 함께 일하게 될 친구에게 했던 말을 다시금 돌아봅니다. 

HR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단순히 운영업무가 될 수도 있고, 기업 경영을 생각하는 직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HR담당자로서 우리가 가진 역량과 우리가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습니다.  by opellie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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