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Dec 14. 2019

권한 아닌 책임으로서 평가권

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작은 시작점

인사평가를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미 시작한 곳도 있을 수 있고 저처럼 1월이 되길 기다리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사실 저도 이미 평가의 일부를 시작하긴 했습니다. 조금 더 원론적으로 말하면 이미 지난 1년간 계속 평가데이터를 만들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평가와 관련해 항상 따라오는 단어 중 하나가 피드백입니다. 어떤 분들은 피드백이 진행되기만 하면 평가의 타당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죠. 사실은 어떤 피드백인가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말이죠. 


 해야 하는 일로서 평가를 다뤄오다가 작년부터는 저도 공식적으로 평가를 하는 입장이 되었고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 두 번 째 시즌이 되었어요. 팀장으로서 2년차, 공식적인 평가권한을 가지는 두 번째 시점을 마주하면서 평가권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나마 남겨봅니다. 


 최근 학교에서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으면서 '제도'를 '상품'으로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품'으로 생각한다는 건 다시 말하면 그 제도가 그 제도를 활용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라는 이야기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만일 고객이 제도가 기대했던 취지와 다른 용도로 그 제도를 이용할 경우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됩니다. 평가 역시 제도임을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즉 고객의 관점에서 평가제도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가끔 게임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제도 - 평가 - 피드백 - 반영의 구조가 가장 잘 나타나는 영역이 바로 온라인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의 제도로서 게임을 설계하고 그 설계 안에는 일정한 유저의 행동예측이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유저가 컨텐츠를 빠르게 소비한다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버그를 이용한다거나 할 때 그것에 대해 때로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게임을 개선하지만 한 편으로는 게임을 그대로 두고 유저에게 일종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죠. 무엇이 피드백이고 무엇이 악용인가에 대한 판단이 개입되는 시점입니다. 이 판단의 결과에 대해 다시 피드백이 오가고 이 과정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주고 받음'의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상품으로서 제도를 생각하다가 당장 눈 앞에 놓여진 '평가'라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제도에 따라 부여된 평가권한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권한'이라는 단어를 포털에서 살펴보면,

사람이나 기관이 보유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나 권력의 범위 / DAUM 국어사전

로 이야기됩니다. 역시 권리에 대해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처리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있는 자격이나 힘/DAUM 국어사전'이라 말합니다. 이 두 개념을 합해보면 권한이란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처리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나 힘을 부여하되 그 자격이나 힘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권리에 대해 '범위'라는 단어를 통해 그 행사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평가권한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평가권을 부여받은 사람은 그에게 평가하도록 요청된 범위, 즉 해당 부서원에 대해서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정의는 기본적으로 고객이 아닌 사용자 내지 제도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관점에서 상품으로서 평가제도 혹은 평가권한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는'평가제도 혹은 평가권한의 행사가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대해 평가자로서 우리들이 실제 평가를 진행할 때 생각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많이 어려원하는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피드백이라는 도구

피드백이 강조되던 초기에 많은 평가자들은 피드백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피드백이라는 도구/형식이 고객으로서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가치보다 그 외형에 초점을 둔 셈입니다. 여기에서 '외형'이란 '조직이 지시하는 것을 이행하는 것'을 의미하죠. '난 했어'라는 말로 평가권한이라는 외형은 '권한'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에 가까운 제도로부터 나오는 '책임'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개인차원에서 평가자들이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 있습니다. 반면 제도차원에서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조직 내 HR 체계에서 평가제도의 위치가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고객관점에서 평가권한의 의미

고객관점에서 평가권한은 평가자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로서 우리가 마음대로 행사해도 되는 것으로서 권한이 아닙니다. 고개관점에서 평가권한은 평가자로서 우리가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관점이어야 합니다. 그 영향력이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떻게 평가하고 피드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하는 것이 고객관점에서 평가권한의 의미라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차원에서 이러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도차원에서 평가는 보상을 위한 수단이 아닌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보상을 이전에 '느슨한 연결'이라 표현한 적이 있지요. 


권한이 아닌 책임으로서 평가권한

고객관점에서 평가제도와 그에 따른 평가권한은 외형적으로는 '권한'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책임'에 가까운 것이어야 합니다. 조직에서의 평가란 '일'과 연결되므로 평가에서 '책임'은 일과 관련하여 구성원이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표현을 달리하면 일에 있어 전문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기 위해 일을 잘 알고 있는 평가자로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전달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평가권한은 관리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혹은 일종의 해도 된다는 자격으로서 '평가권'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통해 특히 특정 구성원에 대한 평가라는 의사결정을 통해 그 특정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이해하고 그 영향력을 고려하여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말 본격적인 평가시즌을 마주하면서 평가권은 어쩌면 권리가 아닌 일종의 '책임'에 더 가까운 개념일 수 있음을 한 번 쯤 생각해볼는 시간을 가져보고 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고객관점에서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제도를 이용하는 고객이 얻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개념이 더 추가되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레임, 주어진 것과 만들어가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