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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27. 2019

HR담당자도 사람이니까

HR에서 감정이 가지는 의미, 솔직함

몇 년 전에 어느 기업 인사담당자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공감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는 항상 임직원의 고충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정작 우리들의 고충은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모 컨퍼런스에서는 참석자들의 후기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죠. 교육받으러 왔는데 힐링하고 간다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좋았노라고. 서로 다른 기업에서 어쩌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사라는 일을 매개로 서로 만나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HR의 보이지 않는 영역

공채를 진행할 때 일입니다. A라는 직무에 지원했던 어느 지원자가 몇 번의 면접을 오가면서 희망직무를 제출하게 했는데 그걸 진행하던 저를 보면서 물어봅니다. 인사팀은 지원할 수 없는가? 라고. 가끔은 HR을 굉장히 멋있는 일로 바라보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친구도 아마도 그랬던 듯 합니다. (물론 저는 HR을 멋진 일이라 생각하지만 의미상 조금 다를 수 있을듯 합니다) 면접과정에서 정장을 입고 면접장과 대기실을 오가며 수시로 안내하고 약간의 예의와 절제를 보이는 그런 모습이랄까요. 사실 그런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했던 무수히 많은 시간과 행동과 생각과 노력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임에도 이런 것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죠. 그리고 여기에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가지가 더 있죠. 바로 감정 노동으로서 HR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정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감정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몸은 항상 준비를 하고 있지만 때로는, 생각보다 종종 감정은 우리들에게 아프다고 말을 합니다. 아픈 감정은 불편하기에 때로는 그 불편함을 회피하거나 모른 척 하면 어떨까?라는 유혹을 마주하게 하기도 하죠. 그래도 일은 일이니 감정에 일이 흔들리면 특히 HR이라는 일은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원칙이나 기준이 무너지면 HR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을 하다보면 감정은 아프다고 말하지만 몸은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듯 합니다.

다만 이런 일종의 gap을 개인적으로는 좋게 바라보려 하고 있습니다. 감정이 아프다는 건 HR담당자로서 우리들이 어느 일방이나 개인적인 입장에서 HR을 하지 않고 대신 사람으로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HR에 더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이죠.


HR도 감정노동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Yes입니다. 동시에 Yes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HR이라는 우리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도달한 지점의 한 축에 사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대하기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때론 공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무자에서 리더가 되면서 더욱 커지는 듯도 합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날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쓰고, 그만큼 하루가 더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래서 혹여나 감정에 휘둘려 실수어린 말을 하지는 않을 지, 실수어린 행동을 하진 않을 지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할까요. 그 감정의 크기만큼 마음 속 어딘가에 작은 생채기들이 남기도 하지요.

어느 분과 이야기하다가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할 수 도 있고, 조금만 서로를 더 이해해줄 수도 있으련만 때로는 HR이라는 직무를 이행해야 하는 담당자로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행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일까요. 어쩌면 항상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될 수가 없는 직무인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HR담당자의 감정과 HR담당자에 대한 신뢰

과거에는 HR담당자가 다소 엄격한 형태의 역할을 부여받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내아이는 태어나 세 번 만 울어야 한다는 이상한 말처럼 HR담당자는 그런 모습을 쉬이 보여서는 안된다는 그런 이야기지요. 요즘의 제 경험은 HR담당자가 과거보다는 좀더 인간적이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HR담당자에게 '감정'이란 HR의 포장지를 덜어내고 좀 더 솔직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편하게 조금은 더 솔직하게, 조금은 더 진정성있게 이야기하고 완벽한 존재가 아닌 부족함을 가진 존재로서 HR담당자의 모습을 보였을 때 저에게 돌아오는 말들 중에 '믿어요'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서 말이죠.


'믿어요' 라는 말


어느 동료분이 집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회사의 인사팀장을 믿는다고 했다고 하고 집에서는 회사의 인사팀은 믿어선 안된다는 말을 했다는 말을 같이 전하며 저에게 건넨 말입니다. 어쩌면 그 믿음이란 제가 무작정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과 해야 하는 것,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듣고 설명을 드리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별한 기교나 포장이 없어도 , 아니 오히려 그러한 기교나 포장이 없기에 좀 더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다고 할까요.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건 이제 나이도 있고 조금은 그렇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제어하고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HR담당자도 결국 사람이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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