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의 영원한 멘토와 자서전의 의미
일전에 opellie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평소 '나'라는 사람은 제가 말하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통해 마주하는 모습이 진짜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평소 제가 들었던 다른 분들의 말을 제 입을 통해 이야기했었죠. 이 책, '피터드러커 자서전'을 보면서 '자서전'이라는 단어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책 제목은 자서전인데 책은 저자가 아닌 그가 만났던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가 타인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기록한 건 그 타인의 이야기를 '관찰'한 것이 저자이고 그렇기에 그 이야기가 결국 저자의 생각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 머리 속에 조금씩 잡혀가는 한 가지 생각은 '관찰'을 정말 잘 하는 분으로서 '저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왜 그분을 존경하는가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 어느 책보다 조심스럽지만 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피터 드러커 자서전
저 자: 피터 드러커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거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결국 개별적인 존재다. p11
일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늘 생각합니다. 생계유지를 위한 목적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일 자체에 대해 가지는 관심에 개인적으로는 더 눈길이 갑니다. HR이라는 일을 하기 전까지 HR에 대해 알지 못했고 HR을 시작한 처음 몇 개월 동안은 '하기 싫다'는 생각도 했던 opellie라는 아이를 보면 그렇습니다. 일은 사람을 살아있게 합니다. 일은 인간의 본성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관점이나 방법론, 그리고 우리가 일을 하며 배워왔던 방식이 우리로 하여금 일과 맞지 않다고 느끼게 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는 우리들을 우리 개개인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스 소피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미스 엘자는 방법을 갖고 있었다. 미스 소피가 깨달음을 주었다면 미스 엘자는 기술을 제공했다. 미스 소피는 비전을 전달했고, 미스 엘자는 학습을 이끌었다. 미스 소피가 선생이었다면 미스 엘자는 교육자였다. p198
우리에겐 미스 소피와 미스 엘자가 모두 필요합니다. 미스 소피나 미스 엘자 어느 한 방향이 옳고 다른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죠. 현장에서 경영자는 미스 소피의 역할은 경영자에게, 미스 엘자의 역할은 실무자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장에서는 이 두 역할이 상시로 소통하고 연결되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의 말을 빌어 그 이야기를 남깁니다.
진정한 선생과 진정한 교육자에게는 게으르다거나 열등하다거나 멍청한 학생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생이 잘했거나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카리스마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짜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노력과 헌신으로 이끈다.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을 구성한다. 조종이 아닌 성실성으로 지배한다.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정직하다. 따라서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리슐리외나 메테르니히, 비스마르크 같은 '천재 외무장관'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p339
사회생활을 하면서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있습니다. 그 분들에 대한 존경은 그 분들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제가 스스로 느끼는 일종의 감정이겠죠. 마지막으로 뵙고 10년 넘는 시간이 지나고서 들었던 그 분 소식에 반갑게 찾아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리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겠지만 정직함은 시간이 갈수록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을 반복해서 돌아보는 이유입니다.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악행을 하는 사람이 평범할 뿐이다. ~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든 악과 흥정해서는 안된다. 그 조건은 언제나 악의 조건이지 인간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p364
게임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위쳐3 이라는 폴란드 게임인데 그 게임 속에 군터 오딤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지요. 그는 어려움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대신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단기적으로 사람들을 돕는 듯 보이지만 결과론으로는 좋지 않은 엔딩을 맞게 됩니다. HR을 만난 신입시절부터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 말을 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나름의 손해 내지 피해를 보기도 했으나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의 행동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자의 다음 말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가장 커다란 죄는 20세기에 새로 나타난 무관심의 죄, 아무도 죽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오래된 찬송가 구절처럼 "그들이 내 주를 십자가에 못받았다"고 증언하길 거부한 저명한 생화학자의 죄가 아닐까?p364
일단 상사를 바꾸는 것이 아닐 상사가 효과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하급자로서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자 해결방안은 아주 간단했다. p417
현실에서 참 어려운 말이기도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최대한 상급자에게 그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실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정리해서 제공하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리더'에 대해 한 번 더 바라보고 생각하고 그 리더를 바라보는 팔로워들의 생각을 듣게 됩니다. 제가 제 상급자분들께 제 생각을 주기적으로 전달하고 데이터를 정리하여 반복적으로 그리고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보고서와 데이터를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장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건 명확하죠. 하지만 바뀔 확률을 키워갈 수는 있습니다. 그게 실무자에게 부여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조사원은 모든 사실적인 진술을 조사하고 확인하지만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결국 기자가 스스로 조사하지 않고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자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조사원은 기사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으므로 총체적인 부정확성이 반드시 뒤따르게 된다. p471
기획과 운영의 관계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사기획을 한다면서 인사운영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인사운영, 즉 현장에서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기획을 한다면 기획은 '있어보이는 보고서'일 뿐 현실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관점에서의 인사를 할 수 없게 되겠지요. 제가 만났던 팀장님들 중 대다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신은 관리를 하면 되니 실무를 몰라도 된다는 말을 서슴치 않았던 분들도 있었지요. 장의 역할은 사람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이와 동등한 수준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직무에 대한 관리를 포함합니다. 앞으로 갈수록 직무를 관리하지 못하는 리더는 설 자리가 좁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이 뭔가를 행하고 만드는 방식, 즉 일 하는 방식은 인간이 사는 방식,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식,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무엇이며 누구인지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다. (중략) 노동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사회적 결합은 그 적응성, 유연성, 다양성, 필요성 모두에 있어서 인간 특유의 차원이다. p525
일과 그 일을 하는 방식은 그래서 우리 자신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사람들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이들이 결합되어 한 사람의 삶과 그가 속한 크고 작은 조직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들 대부분은 '주어진 대로' 일을 해왔고 그렇게 일을 하도록 강요되기도 했으나 오늘날은 그리고 앞으로는 이러한 모습보다 '만들어가는' 일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작게나마 해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가 일을 하는 경험을 통해 계속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자서전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자서전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들 자신은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인 까닭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