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대하여
가끔 딱히 HR이나 경영과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책을 봅니다. 그렇게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HR로 생각이 이어지는 경험은 낯설지만 두렵지 않고 오히려 설레는 그런 경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놓고 못 보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한 사람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 '다락방 미술관'입니다.
도서명 : 다락방 미술관
저 자 : 문하연 지음
출판사 : 평단
밀레와 레옹-오귀스탱 레르미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화가였다. 그들은 사물을 분석하지 않고 느꼈던 거다. p111
그리고 이 글에 이어서 저자는 저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실수, 일탈, 개조야말로 내가 몹시 배우고 싶은 것이다.(...) 물론 거짓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적인 진실보다 더 진실하다. p111
사실적인 진실보다 더 진실한 그 무언가는 '분석'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어색합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보이는 것만이 아닌 느끼는 것까지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공감이라 부르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조금은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들을 지우기 위해 애를 썼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기존의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그 위에 새로운 관점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상을 단순화하고, 평면화하고,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구성하는 일. p162
HR에 대해 제가 보는 관점도 이와 비슷합니다. 지나온 시간의 '나'를 통해 알게 된 생각과 경험을 단순화하고 평면화하고 이들을 다시 조합하는 일입니다.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대신 오늘을 바탕으로 기존의 경험을 바라봅니다. 그래야 비로소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그 반복된 과정에서 어쩌면 시대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방향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 우리가 마주하는 HR제도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 제도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같이 들여다보고 같이 이야기해야만 알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보이는 그 이야기들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을 HR이라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결국 고트로 집안은 이 그림을 매입하지 않았다. (훗날 그들은 이 선택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이 그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매입하고 지금은 사전트의 대표작이자 그 미술관을 대표하는 그림이 되었다. 시대의 편견에 휩쓸리지 않는 안목이 중요한 이유이다. p287
간혹 농담처럼 하는 말 중에 '마케터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에 opel이라는 아이도 포함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흔들림'이란 늘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휩쓸림'에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까닭입니다. 어쩌면 이제 막 사회에 나와서 일을 시작할 때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정말 필요한 것만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안주려했던 모습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말에 흔들려 스스로 말을 바꾸면 그 순간 HR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고 힘에 의지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까닭입니다.
수백 개의 그림들 중에 누구라도 내 그림은 금방 알아볼 것이다. 나는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다. 색을 가볍고도 밝게 쓰며 모델 내면의 우아함을 표현한다. p330
HR을 하면서 '차별화'라는 단어를 종종 만납니다. 차별화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는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차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차별화라는 단어는 늘 '타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남들과 다르게'하기 위해 '남'에 신경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차별화'에는 '남'이 아닌 '나'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남의 것을 베끼는 대신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말합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결과물로서 '차별화'가 존재할 뿐입니다.
한 때 미술관이나 사진전 등을 혼자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림이나 작가에 대한 지식도 없이 무작정 들어가 벽에 있는 그림과 사진을 무작정 바라보는 식이죠. 그리고 물어봅니다. 이 그림을 왜 그렸을까요?라고. 이 질문을 하는 이유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자 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냥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그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면 그 그림이 좀더 익숙하게 그리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랄까요.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왜'를 묻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결국엔 '공감'이라는 단어로 이어지게 되겠죠. 멋진 HR담당자도 좋겠지만 사람에 공감하는 HR담당자가 되길 (나 자신에게)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