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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an 16. 2020

HR과 Segmentation

평가제도를 운영하며 드는 생각들

전 1월이 시작됨과 함께 2019년도 평가를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 주단위로 평가의 각 단계를 진행하고 있고 이번 주면 반환점을 돌게 될 듯 합니다. 솔직히 조금은 힘듭니다. 제가 일하는 방식을 보면 조금 힘들게 일을 한다고도 합니다. HR을 하면서 제가 그 대상에 대해 이해가 안되거나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 그대로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일까요. 평가제도도 그랬습니다. 왜 조직 구성원들을 일정 비율로 항상 나눠야 하는지, 정성평가의 기준은 왜 그리 주관적인지, 지원부서는 늘 지원부서로 남아야 하는지, 누군가의 승진을 위해 왜 내가 희생을 해야 하는지 등등의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지금도 이 이야기들은 적어도 저에겐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제도를 제 손으로 좀 더 주도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시점에서는 과거에 제 경험이 저에게 남겨둔 미제의 수수께기와 같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나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어쩌면 이게 제가 평가제도를 운영하거나 다른 HR제도들을 할 때 혼자 힘들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몸에 익숙한 대로 하면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HR과 Segmentation

segmentation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난 건 마케팅 수업이었지만 일전의 어느 글에서 이야기드렸던 것처럼 HR에 있어서 segmentation은 과거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될수록 더 중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segmentation을 좀 더 HR에 가깝게 단어를 바꿔본다면 individualization, 즉 개별화로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개별화는 우리가 다소 부정적으로 사용할 때 '개인주의' 내지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HR입장에서 개별화란 좀 더 디테일한 제도의 설계와 운영을 말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segmentation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segmentation의 대상 

HR도 세분화가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 세분화의 대상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마케팅에서 segmentation이라면 그 대상은 '고객'이 되겠지요. HR에 있어 세분화의 대상은 무엇일까요? 사실 이에 대해 제가 줄곧 생각해 왔던 '주요 고객'은 '사람'이었습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이라 말할 수 있겠죠. 문제는 그 생각을 하면서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지는 대상은 '직무'입니다. HR이 다루어야 하는 세분화의 대상으로서 '직무'를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사람은 세분화의 대상이 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사람에 대한 세분화란 사실 불가능하며 사람을 있는 그대로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한 모습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반면 직무는 세분화가 가능합니다. 직무를 세분화하여 그 요소간의 연결점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직무의 역할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럴 듯도 하지만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

사실 그렇습니다. 2015년 초였을까요. 국내 어느 기업에서 등급제, 서열화를 없애겠다고 기사를 냈을 때 우리들의 반응이 "그럼 보상은?"이었던 것처럼 무언가 그럴 듯도 나름의 논리도 있는 듯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적인 것같은 그런 이야기 말이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저도 여전히 실무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입장이기에 그런 반론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어느 책의 말을 빌어 바램을 남깁니다. 

화가는 하나의 인격이다.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루소는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 우리가 모르는 그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꼭 조롱할 필요는 없다. (...) 규격에서 벗어나는 건 현대인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 몽땅 미친 짓, 바보짓이라고 밀어두면 속 편하기 때문이다. 
출처: 다락방 미술관 | 문하연 지음 | 평단 | p158


2019년도 평가운영의 반환점을 마주하며

평가그룹을 없앴고 평균편차조정을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정량적으로만 판단하면 기계적 작업만 하면 되겠지만 정성적인 부분들이 간과되고 정성적인 요소들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평가가 공정성을 부정당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똑같이 100억 매출을 달성한 두 보험설계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운이 좋아 큰 건수 몇 건으로 100억을 달성했고 다른 한 사람은 열심히 발품을 팔아 훨씬 많은 고객을 모아서 100억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만으로 평가할 것인지 과정을 포함해 평가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많은 고객의 수가 정말 재평가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인지 그렇지 않은지, 평가를 함에 있어 우리가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고려하고 생각해야 하는 변수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 이 예처럼 단순하지 않기에 훨씬 더 크고 다양하겠죠.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그 데이터를 모아 작업을 하면서 평가라는 직무를 좀 더 세분화하여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물론 저라는 아이의 불완전함으로 제가 하는 노력 역시나 불완전하겠으나 어쩌면 우리는 직무를 세분화함으로써 사람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HR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R에대한엉뚱한상상에어울리는'엉뚱한상상'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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