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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Feb 22. 2020

인담에게 힘을 ~!!!

진심을 전달한다는 것에 대하여

인담으로 살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주관적이고 조금 더 한 발 내딛으면 한 개인으로서 사익을 추구하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사익을 추구한다는 건 그 자체로 나쁜 일이 아니겠지만 제도를 다루는 인담으로서 제도에 사익을 담을 경우 그 제도는 '올바른' 제도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설령 올바른 제도라 할지라도 자칫 오해를 만들지 않고자 노력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말과 행동에 신경쓰고 인담과 대화하는 상대방을 생각하려 노력하지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 보다는 '올바른' 인담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할까요. 


수 년 전에 퇴직하시는 어느 직원분이 있었습니다. 인담이야 업무 특성상, 그리고 제 오지랍의 특성상 알게 되는 기본적인 지식들, 예를 들면 건강보험 등에 관한, 이 있지만 현업의 경우 이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기에 퇴직하실 때 필요한 경우 이런 저런 정보들을 드리기도 하는데 그 분은 조금은 예외적인 경우이긴 했지요. 퇴직하시고 거의 한 달 가까이를 저와 통화를 했었으니까요. 이직하시는 과정에서 다소 우여곡절이 있으셨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며 저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셨었죠. 한 달 정도 지나서 그 분과 마지막 통화에서 전화기를 통해 그 분이 전해주신 말이 있습니다. "고마워요" 라는 단어입니다. 사실 그 말을 듣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더 고마웠습니다.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사실 흔한 일은 아니었다고 할까요.


최근에 퇴직을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신 분이 있습니다. 마지막 근무일에 조용히 자리에 오셔서 상자 하나를 놓고 갑니다. 그리고 상자 위에 남겨진 글씨를 계속 바라보며 혼자 웃습니다. 

호두파이가 그래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네. 솔직히 조금은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인담으로 일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나름의 철학으로 만들어가면서 항상 좋은 말만 할 수 없고, 어쩌면 그렇게 좋은 말만 하면 개인의 이미지 관리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제가 좋아한다 말하는 HR이라는 일에 대해 올바르게 하기란 어렵기에 회사의 동료 혹은 어느 누군가에게 늘 듣기 좋은 말만 하기란 어렵기에 이렇게 인담의 마음이 전달된 분을 마주하면 봄에 눈이 녹듯 마음이 풀어진다고 할까요. 혼자 상자의 글을 보고 사진을 찍어 놓고 계속 보는 이유이겠죠. 


인담으로서 HR을 바라보면서 제가 다루는 HR이, 적어도 그 제도가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조직 내에서 구성원분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인가를 늘 고민합니다. 때로는 구성원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일들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 더 어려울 땐 일정 수준에서 선을 긋고 조금은 단호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그러고 나면 많이 힘듭니다. 무엇이 옳은가?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늘 그렇듯 제 관점은 HR이라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한다라는 관점이기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거나 같은 상황에 대해 누구에겐 Yes를 말하고 다른 누구에겐 No를 말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겠죠. 


인담으로서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간혹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위의 퇴직하신 어느 분의 '고마움'도, IT기업에서 역량사전을 만들 때 SME설명회에서 욕을 건넸던 어느 차장님으로부터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들었던 '고마움'도, 그리고 위의 상자에 담긴 '고마움'도 그 분들이 저에게 건넨 고마움이지만 그 고마움 덕분에 늘 고마움을 간직합니다.


조금은 어수선한 시기입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조금은 밝고 따뜻한 느낌의 맑은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 상대방을 생각하고 내 개인적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아픔을 주지 않길 바랍니다. 빨리 맑고 포근한 봄이 오길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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