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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an 27. 2020

흐름으로서 HR을 이해한다는 건

HR을 하나의 기능이 아닌 경영으로 이해한다는 것

몇 년 전 참석했던 교육에서 참석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서로 소개를 마치고 자연스레 HR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러다 그분이 놀랍다는 듯 "HR을 이야기하면서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봅니다. 조금은 묘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분은 그분 나름대로, 저는 저 나름대로 약간 당황해하던 순간이랄까요. HR을 이야기하면서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저에 대해서,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그분에 대해서. 물론 그분은 놀랐다기보다는 신기해했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HR을 하면서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일종의 '흐름'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 해가 저물고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해서 HR이라는 게 기존의 것을 조금은 뒤로 하고 말 그대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존재하는 조직의 대응과 사람의 인식, 일에 대한 관점들을 들여다보고 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위에 HR 담당자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제도로서 구체화하는 과정으로서 HR을 바라보고 행동하고자 노력합니다. 사실은 그래서 우리가 농담처럼 혹은 진담처럼 '산업이 달라서' 혹은 '기업이 달라서'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HR 담당자로서 이직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기존 HR의 모습과 산출물을 검토하는 일이었던 것도 혹자는 기존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에 '차별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제 관점에서는 기존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하고 그 관점에서 제가 가진 경험을 포함한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함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HR에 있어 '차별화'라는 단어는 그 사용에 있어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R은 기존과의 연결고리를 끊거나 기존의 것을 '나쁜 것'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으로서 연장선상에서 기존에 해왔던 것을 기반으로 지금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고민하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HR은 어려운 영역입니다. HR에 있어 전문성이란 단순히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 tool이나 방법론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HR에서 전문성은 단순히 '지식과 방법론을 많이 알고 있음'으로 대변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HR은 여기에 현장에서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HR이라는 일을 경영의 영역으로 연결되게 합니다. 경영의 한 영역으로서 성과를 잘 만들어내기 위한 조직과 사람, 직무에 대한 관리로서 HR을 말합니다. 


지금의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이었던 '면접'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업이 5년 10년 기업이 되기 위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기본을 세팅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면 가능할까요?"

일단 질문이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HR팀장을 선발하는데 질문은 HR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에 관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3년 정도 생각합니다."

질문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을 했던 건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HR이 단순히 특정 제도를 만들었다거나 보고를 했다가 아니라 기업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서 HR제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2020년이 그 3년차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달력상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는 새해를 위한 며칠 간의 휴식을 보내면서 다시금 2년 전에 면접에서 받은 질문과 제 대답을 돌아봅니다. 단순히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 '할 수 있습니다'를 말한 것이 아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올해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해가 될 듯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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