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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r 14. 2020

[책]열 번의 산책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으로 나를 돌아보기

철학책은 언제나 그렇듯 (적어도 저에게는)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사보는 이유는 역시나 제가 가지고 있는 삶과 일에 대한 생각이나 기준을 돌아보는데 유용한 도구라는 점에 있습니다. '흐름'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삶이라는 걸 보면 단면이 아닌 흐름을 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책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수렴되는 지점이 있었고 그 지점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습니다. 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도서명: 열 번의 산책

저   자: 에디스 홀

출판사: 예문아카이브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행복이란 곧 행위 praxis다. p40

따라서 행복이란 우리가 스스로의 행위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을 대함에 있어서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서 일을 하는 것도 행위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 반문할 수도 있지만 생각이 뒷받침되지 않은 행위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반 원칙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때 일반 원칙은 종종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p47

일에서도 일반 원칙은 중요합니다. 이는 일종의 판단의 기준이 되지요. 다만 구체적 상황, 즉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좀 더 많은 고민과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판단을 한다는 건 책임을 수반합니다. 우리가 일에 있어 일의 일반원칙을 이해하고 그 원칙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유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 사고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반원칙과 유연성의 관계는 우리 삶 속에서 공정성의 영역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책의 문구를 남깁니다.

레스보스 섬의 석공들은 납으로 만든 유연한 자로 바위의 구부러진 곡선을 측정했다. 그 결과는 훨씬 더 정확하다. 바위의 곡면을 따라 구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훌륭한 판사가 일반 원칙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도덕적 상황에 맞게 법률을 적용하듯, 자를 곡선에 따라 구부리는 것이다. p187
최고의 선물은 누군가 잠재력을 확인하도록 도움을 주고, 잠재력 개발을 위한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p68

성장 관점에서 HR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역할을 수행하는데 HR이라는 일은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집니다. 기존에 우리가 경험해왔던 통제나 관리 관점의 HR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잠재력 개발이 기업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역할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아무런 의미 없다. 예를 들어 결혼식으로 잡아놓은 날에도 얼마든지 비가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도덕적 사고를 활용하여 비가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결정해두는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p105

HR system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프로젝트 중간에 외적인 변수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책의 이야기처럼 '비가 올 수도 있어'와 같은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일 듯합니다. 다만 위의 이야기의 '노력'으로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지향점'과 '산출물'입니다. 이들은 특정 상황에서 우리가 그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위한 기준점이 됩니다. 여러 글에서 언급했던 '왜 하는가?'가 어떤 일을 할 때 중요한 이유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관대하다는 것은 조용히 용감하고, 자기 충족적이고, 남을 비난하지 않고, 예의 바르고, 신중하고 솔직한 것을 말한다. p141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냥 도덕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치부하는 그것들이 사실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혹은 그들은 조용히 용감하고 자기 충족적이고 남을 비난하지 않고 예의 바르고 신중하고 솔직한가? 에 대한 생각입니다. 참고를 위하여 '관대함'에 대한 책의 문장 몇 개를 같이 소개드립니다.

관대한 인물은 '올바른 사람에게' 올바른 시점에 베푸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p157
관대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구하지 않는다. p157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상 행동에서 '중간'을 발견하는 것은 힘든 과제라는 점을 인정했다. 극단적인 반응은 신중하게 제어된 반응보다 훨씬 더 쉽다. p166

그래서 '중간'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의도적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적어도 어느 지점이 중간점일 수 있겠다는 느낌적 느낌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의도적 연습'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 

노동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가의 목표는 우리를 고유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삶의 다른 측면, 즉 영혼과 마음, 개인적,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목적의식을 갖고 여가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 p247

개인적으로는 노동이 더 이상 '노동'이 아니길 바랍니다. 생물학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우리를 고유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삶의 다른 측면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노동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것이어야 하며, 우리의 의지가 반영된 여가의 개념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고정된 '노동'이 아니라 '생각의 자유'와 '행동의 자율'이 만나는 지점의 '여가'가 되길 바랍니다. 제가 가끔 stranger로 이야기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2020년에 진행하고자 하는 교육 중에 '인문학 강의'가 있습니다. 현재의 환경 상황 덕분에 아직 일정까지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문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한다는 건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에 좀 더 다양하고 깊은 이해를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결국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가 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스스로에게 진실한(authekastos)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의 책 소개는 이 개념에 대한 책의 이야기를 소개드리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스로에게 진실한(authekastos)'사람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직역하자면 '자기 자신으로서의 각자'를 의미한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이는 성품이 일관되며, 자신을 신뢰하고, 모두를 같은 태도로 대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보이는 의견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러한 면에서 그들은 '위대한 정신을 지닌' 이상적인 사람이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열려 있고', 또한 '다른 이의 의견보다 진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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