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정감, 다양성과 수렴의 구현
우편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고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관계 파악을 합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 진행된 어떤 일이 원인이었지요. 수소문해서 어느 직원과 면담을 합니다. 당시 진행한 일에 대해 회사 내에서는 참여했던 유일한 사람이었지요. 머뭇거리고 눈을 피하는 직원을 보면서 커피 한 잔 하자며 외부 카페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장님에게 책임지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혹여나 누군가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내가 막아줄 테니 걱정 말고 이야기해주세요. 과장님은 사실관계만 정리해주시면 됩니다. "
이 말을 한 이후로 일은 쉽게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관계가 정리되었고 어떤 일인지 확인을 했고 큰 이슈없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처음 마주했던 모습은 '걱정 가득한'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일에 참여한 현재 남은 유일한 사람이기에 더욱 그러했을 겁니다.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보였다고 할까요. 오늘 소개드릴 책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말하는 '심리적 안정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서명: 두려움 없는 조직 The Fearless Organization
저 자: 에이미 에드먼슨
출판사: 다산북스
다른 팀과 비슷한 빈도로 실수를 저질러도 보고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의료 과실 발생률이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p021
현재 기업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구성원분들과 1:1 면담을 했었습니다. 그때부터 기회가 되면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연봉을 제외하곤 다 오픈한다"입니다.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등을 포함해 제도의 취지나 기준, 방법 등에 대해 오픈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그 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예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기존엔 공개되지 않아 알지 못했기에 말하지 않았던 일들이 기준 등이 공유되면서 다양한 의견들로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다양성을 어떻게 수렴시킬 것인가에 대한 역할은 온전히 제가 맡고 있지만 (그래서 조금은 힘들 때도 있지만) '공유'라는 기준을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감추면 그 순간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접 의견을 내고 변화를 만들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저 정시에 출근해 주어진 일만 하는 수동적인 직원이 되고 만다. p056
사견임을 빌어 이런 경우가 이어지면 일이 아닌 사람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직원 경험과 같이 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관계, 과정, 결과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충실한 존재가 됨을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똑같이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주어진 것'으로서 일을 마주하고 누군가는 그 '주어진 것'을 주어진 대로 이행하지만 그중 누군가는 '주어진 것'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전환하여 자신의 일을 만들어 갑니다. 이렇게 만들어가는 것으로서 나 자신의 일을 만들어 내면 어쩌면 그것은 가치 있고 valuable, 희소하며 rareness, 모방이 어렵고 inperfectly imitable, 대체 불가능한 substitutabiliy 관점에서 우리 개개인이 보유하는 경쟁우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파이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는가의 zero-sum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서 경쟁우위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과 '겸손'이 서로 반대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과 역량이 충분한 리더라면 가식적인 겸손을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p119
제가 만나본 분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존경'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스스로 누군가에게 자신을 존경하도록 강제하거나 그러한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스스로 느끼는 것이라 할까요. 그래서 책에서 말한 위의 문장에 대해 조금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여 보려 합니다.
'자신감'과 '겸손'이 서로 반대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과 역량이 충분한 리더라면 가식적인 겸손을 보여주는 것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게 더 진정성 있고 오래 지속된다
당사자가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하거나 규정된 절차를 위반해서 벌어진 사고,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행동 등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를 취해 막아야 한다. p134
실수나 실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실수 혹은 실패임을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실패를 인지한다는 건 단순히 '안됐어'라 말하는 게 아니라 왜 그랬는지에 대해 돌아보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실패를 통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이미 기준 등을 통해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 행위를 하는 건 그냥 좋은 의미에서 배움의 과정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할 말은 하는 분위기'는 개인의 성격적인 특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p140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등장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내성적이라고 해서 생각이 없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환경요인이 맞물려 있을 때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말을 덜 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던 까닭입니다. SNS, 특히 페이스북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면서도 개인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좋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트위터 등의 다른 매체와 달리 공유성과 통제성 사이의 어느 시점에서의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저를 보았던 선배들은 오랜만에 만난 저를 보면서 많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대학시절엔 말수가 없는 아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말을 좀 더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주로 HR이라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입니다. 그건 말을 하는 환경의 영향을 받음을 말합니다. 만일 조직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구성원분들과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간혹 말을 하다가 자신들이 너무 불평이나 불만을 말하는 게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이야기하셔도 된다"입니다. 만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구성원분들은 인담인 저에게 말을 안하고 감추는 방향으로 이어가게 될 겁니다. 대신 인담으로서 우리는 그러한 다양성을 수렴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비단 인담뿐 아니라 조직 내 관리자로서 '리더'들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의 책의 문장은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리더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심리적 안정감이 제공되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p044
두려움 없는 조직이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 우리가 간직해야 할 가치는 '다양성'과 '수렴'이라는 두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할 말을 한다는 건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됨을 말합니다. 그리고 방향성을 가진 조직으로서 기업은 그 다양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혹은 합리적 이유 없이 무시되지 않으면서 일정 방향으로 수렴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다양성과 수렴이 조직 내에서 발현되기 위해서 리더와 인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리더가 어떤 관점을 가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가 HR을 이야기하면서 통제나 관리 관점의 HR이 아닌 '성장' 관점에서 HR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의 이야기처럼 이는 한 번에 세팅이 완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의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좋은 일은 노력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