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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02. 2020

프로세스와 콘텐츠

프로세스가 콘텐츠로 이어지는가

퍼실리테이션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서 여전히 고민중인,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의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주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중립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로세스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인담 역시 이 프로세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전에 한 때 컨설팅이 제법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속한 기업은 그런 컨설팅에 그리 관심이 없었던 탓에 외부 모임 등을 통해 관련 이야기나 정보들을 듣곤 했었죠.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컨설팅을 받았다는 분들 중에 '성공' 내지 '정착'이라는 단어로 결과물을 표현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후 제가 잠시 몸 담았던 어느 기업에서도 '역량기반 인사제도'를 주제로 컨설팅을 받았었습니다. 컨설팅이 끝나고 해당 컨설턴트 분이 회사로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가 받았던 컨설팅 사례를 긍정적인 사례로 다른 곳에 소개해도 되겠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가 느꼈던 위 서로 다른 이야기의 원인은 한 가지였습니다. 프로세스가 콘텐츠로 이어지는가?입니다.

프로세스가 콘텐츠로 이어지는가?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프로세스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문서로 잘 정리된 한눈에 들어오는 도식을 보며 마치 정말 그렇게 운영되고 있노라 스스로 착각을 하듯 말이죠. 하지만 실무적인 단계에서는 다른 현상이 일어납니다. 외형적으로는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으나 마음속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프로세스가 콘텐츠로 이어지는 과정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프로세스가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socially complex 한 무언가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복잡성이 프로세스 운영과정에서 나타날  때, 그리고 이에 대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기업에서 해당 프로세스가 콘텐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쟁우위를 자원 관점에서 이야기할 때, 우리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되는 의미에서 casual ambiguity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프로세스가 콘텐츠로 이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이 긍정이 되기 위해 이의 실행에는 의도적 개입 planned intervention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의도적 개입이란 단순히 프로세스를  연결시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바람직한 콘텐츠로의 연결을 추가합니다. 이는 결국 콘텐츠에 대한 개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프로세스 전문가와 콘텐츠 전문가로서 역할을 HR 담당자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HR이 운영하는 제반 프로세스들이 대부분 기업 조직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거나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HR에서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하고 있는 프로세스들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HR이 그 직무를 통해 콘텐츠에 개입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직무'에 있습니다. 단순히 직무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 직무들을 조직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각 직무들에 대한 직무성과와 직무역량을 기본 data로 각 직무와 그 직무의 수행자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내는 협업관계나 소통방식, 해당 직무 수행자가 가지고 있는 일 하는 방식 등에 대해 이해하고 '의도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유도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콘텐츠에 대한 개입은 해당 조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사실상 매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영어는 VRIN을 인용하기 위해서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순히 해당 조직에서 오랜 시간 일을 했다고 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일전에 '관찰'이라는 단어를 셜록홈스의 글을 인용하여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매일 오르내렸던 베이컨 가의 계단에 대해 왓슨은 그 계단이 몇 개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야기입니다. HR이 직무와 그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에 대한 '관찰'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음을 말합니다. HR에 있어 구성원에 대한 '관찰'은 구성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HR 담당자가 기본적으로 사용자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일종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말합니다. 구성원의 직무와 직무 행동에 대한 이해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HR에 대한 신뢰를 통해 자연스레 HR이 콘텐츠에 개입하였을 때 '합의'의 가능성을 높여주리라 생각합니다. 


프로세스는 배우고 익힐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행동으로 익힐 수 있고 문서화가 되어 있다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콘텐츠는 문서화되기가 어렵습니다. 반복적인 행동만으로 우리 것으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외부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콘텐츠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구성원들인 까닭입니다. 구성원 상호 간의 social 한 연결고리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말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HR 담당자는 직무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에게 내재된 콘텐츠를 구조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자연스럽게 조직문화의 영역으로 우리들의 발을 내딛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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