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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06. 2020

생각 낙서) 일 중심 사고란

저는 글을 통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일이라는 게 비단 우리가 사무실에서 하는 것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 중심이 되어야 미래에 우리가 보다 자율적인 존재로서 근로자가 아닌 전문가로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혹 일 중심 사고라는 말에 대해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자 관점의 인담이라거나 일 중독이라는 이야기 등입니다. 그래서 일 중심 사고가 무엇일까에 대해 제가 가진 생각을 간단하게나마 남겨보려 합니다.


인담으로 일을 하기 전 1년간 감사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행정감사를 보조하는 역할도 하긴 했으나 주 역할은 경영진으로 올라오는 모든 의사결정을 위한 서류에 대하여 사전 검사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 자리는 일종의 블랙홀(?) 같은 그런 자리였습니다. 제가 배치받기 전 담당자들이 3개월 단위로 계속 그만두었던 자리였고, 그중엔 저랑 같이 입사한 동기도 한 명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면서 3개월을 못 버틸 거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 1년을 그 자리에서 보내고 이듬해 인사팀 발령을 받았습니다. 사실 1년 동안 제가 일에 대해 만족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 일을 하는 기간 내내 제가 했던 생각은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였다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어찌 보면 내가 일을 하고는 있는데 왜 일하는 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1년을 보냈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합니다. 


HR을 하면서 비로소 왜 하는가? 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가르쳐 준 왜 하는가? 가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왜 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하는가? 가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이 생각과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HR이라는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왜 하는가? 는 대학시절 가지고 있었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치가 'HR'을 만나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성장'이라는 단어로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는 몇몇 글을 통해 남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학교에 가진 못하고 zoom으로 화상세미나를 하면서 교수님이 하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수님이 기본적으로 경제학에서 출발해서 인적자원관리를 바라보는 측면에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적 관점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HR을 해왔고 하고 있고 HR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일도 사람도 세상도 HR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도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연스레 HR이라는 일과 연결됩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퇴근까지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일의 관점으로 삶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의 제한과 맞물려 회사에서 시작한 북러닝으로 책을 한 권 받았습니다. 사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의 앞부분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정보를 수신한다. 알다시피, 우리 중에는 가는 귀가 먹은 사람도 있고 시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두 현실을 똑같이 지각하는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라는 한 개인이 세상을 아는 방식은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크리스텔 프티콜랭 / 부키출판 / p22

"나라는 한 개인이 세상을 아는 방식은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입니다. 제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HR이라는 일을 통해 이해하는 방식으로서 나름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입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HR을 하는 건 아니니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시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나라는 한 개인이 세상을 아는 방식은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이기에 우리가 세상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연결성"이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 중심 사고'는 '여기까지가 내 것이고 여기까지가 당신 것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 중심 사고는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인 '나'와 또 다른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인 '타인'을 '일'을 중심으로 연결 지어보는 과정입니다. 일 중심 사고는 일에 관련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함하게 됩니다. 제가 현재 기업으로 이직해서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저는 상급자가 아닌 구성원을 보고 인사를 합니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일 중심 사고는 무조건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칼로 무 자르듯 여기까지가 내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일에 대해 "유일무이하고 주관적"인 우리들이 서로가 가진 일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고 서로 신기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일이란 생각보다 즐거운 대상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요?


월요일 아침 출근하고 사무실 노트북을 켰을 때 '일 중심 사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조금은 머리아픈 하루를 보내고 저녁시간 하루동안 머릿속에 남겨진 생각을 조금은 두서없이 정리해 봅니다. 가끔은 이런 글도 괜찮겠다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독임도 함께 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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