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Jul 02.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HR
을 이야기해봅시다

전문성과 협력, 플랫폼으로서 기업

말이란 어렵습니다. 글도 그렇지요. 특히 열린 공간에 남기는 글은 더욱 그렇습니다. 감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도 생각해보면서 다양성의 아주 작은 조각의 하나로서 생각을 남깁니다. Opellie

감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HR이라는 제목을 붙여봅니다.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면 '정답'은 명확하지 않은데 '방향성'은 명확하다고 할까요. 덧붙여 그 방향성이란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레 발생한 변화가 아니라 이미 그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어온 흐름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비대면이 답이다 혹은 재택근무가 답이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이러한 나름의 답을 도출해내려면 우리는 눈에 보이는 근무형태가 아니라 근무형태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금은 더 본질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움직이는 파도만 볼 줄 알았지,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보질 못했다


일전에 보았던 '관상'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나왔던 대사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지금까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문장입니다. 사견임을 빌어 근무형태는 일종의 '파도'와 같습니다. 우리는 파도를 보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바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근무형태라는 파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보이지 않는 바람 말이죠.  글에서는 그 바람으로서 '성과'를 이야기합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성과를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지속 가능의 관점에서 성과를 필요로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와 같은 방식이 성과를 저해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일시적으로는 어쩔 수 없더라도 장기간 유지는 어려울 겁니다. 반대로 재택근무의 형태가 성과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록 코로나로 반 강제로 시작을 했으나 이후에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더욱 권장해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HR은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논의하기 위해서 파도인 '근무형태'를 보기 전에 바람으로서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사견임을 빌어 HR 담당자의 관점에서 오늘날 성과를 추구하기 위해 강조되는 개념을 이야기하면 '전문성'과 '협력'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업에서 우리가 하나의 가치로서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문성'과 '협력'이 필요함을 말합니다. 이는 하나의 전문성과 또 다른 전문성이 서로 만나 일종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전문성은 단순히 '특정 직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음' 만으로 정의되기 어렵습니다. 내가 가진 전문성이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 다른 전문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오늘날 인재 유형을 이야기할 때 T자형 인재로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듯합니다. 오늘날의 전문성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타 분야의 전문성으로 확장하는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고민스러운 영역에 부딪힙니다. 전문성이란 무엇인지, 전문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나아가 그 전문성 판단에 대하여 혼자만의 판단이 아닌 서로 다른 직무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으로 전문성의 수준을 판단했을 때 합의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로 이어집니다. 이들 질문은 HR관점에서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직무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직무와 직무의 경계

HR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간혹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HR을 크게 보면 '경영'이라 할 수도 있고 작게 보면 단순한 '운영 업무'로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실제 제가 HR을 해온 시간들이 지금의 저에게 하고 있는 말들이기도 합니다. 사견임을 빌어 오늘날 직무에 있어 전문성에서 직무와 직무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계가 무너질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정의하는 '성과'가 가지는 연결성의 특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무와 직무의 경계가 잘 어우러지는 형태의 대표적인 예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데오의 쇼핑카트 만들기 회의 영상을 겁니다. 나름의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최종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 말이죠.


전문성의 성격

일전의 글에서 전문성을 이야기하면서 소개드렸던 개인 경험담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어느 기업의 부장님과 저녁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갑작스레 받았던 질문 하나였습니다.

"Opellie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해?"

이에 대해 당연히 저는 "아니오"를 외쳤는데 돌아왔던 말은 이랬죠

"나는 전문가라서 과거에 해놓은 걸로 먹고살고 있는데, Opellie는 전문가가 되지 않길 바래"

3일간의 출퇴근 교육시간이 그분을 뵌 유일한 시간이었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위의 관상에서 인용한 문장처럼 잊혀지지 않는 문장으로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전문성은 저량의 개념이 아닙니다. 어느 수준에 도달했으니 전문가라고 말할 수가 없다는 말이지요. 전문가가 된 순간은 존재하기 어렵지만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존재합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매일 전문가가 되어 가는 과정을 맞고 있기도 합니다. 그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요.


전문성과 협력

전문성과 협력의 두 단어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전문성이란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내재하고 있으나 협력이란 서로의 연결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독립성과 연결성이 공존하는 상태로서의 '일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전문성은 "월급쟁이들은 사라지고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는 송길영 님의 인터뷰 기사와 연결됩니다. 조금 더 인용하면 "기업조직은 일종의 플랫폼이자 협력자에 불과"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전문성을 가진 독립된 존재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조직은 그러한 독립된 존재들이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죠. 일종의 연결성을 만들어주는 공간으로서 조직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들은 어쩌면 매일같이 출근해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가 전문성을 어느 공간에서든 발휘하되 협업을 위하여 서로가 정한 혹은 약속한 일자에만 나오는 방식이 될 수 있겠죠.


전문성에 대한 판단

이를 위해 우리는 다시 전문성을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있음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실무자로서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는 것이 바로 '산출물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산출물로써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목표로서 산출물과 실행계획에 대해 합의를 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산출물은 우리가 연중행사처럼 하는 1년 단위의 목표가 아닌 그 보다 훨씬 더 작은 단위기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일전에 그렸던 도식을 다시 소개드리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되겠죠.

주의할 점은 산출물로써 Key results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실적 쪼기'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업과 개인이 모두 성장해 나가기 위한 일종의 진단을 일정 주기로 계속하는 방식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출물을 기반으로 단기간마다 점검을 한다는 건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동료들과 일에 대해서 수시 혹은 상시로 그 수준과 상태를 공유하는 형태가 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상시 공유가 만드는 상시 피드백에 익숙해져야 하며 동시에 우리 자신도 상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과 관계없는 친분이나 정치가 아닌 일에 대한 피드백 말이죠. 그래서 다시 우리는 산출물과 이를 중심으로 하는 실행 과정에 대한 합의의 중요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HR이 고민은 '성과'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구체화하는 요소로서 개개인의 '전문성'과 전문성의 연결성을 확보하는 것으로서 '협력'을 확보하는 최적의 플랫폼으로서 근무형태가 무엇인가에 대한 돌아보기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면 사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등장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아무튼 주저해왔던 흐름을 가속화하는 변수로서 역할은 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우리는 늘 새로운 것에 환호했던 듯합니다. 그것이 유수의 대기업이나 저명한 학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그 환호의 크기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환호의 크기만큼 우리들의 한숨도 늘어갔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HR은 어쩌면 새로운 방식의 무언가가 될 필요는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 좀 더 본질적인 영역에 부합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추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파도만 보는 게 아니라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이해하는 노력입니다.


감사합니다.

#직무를다루기 #본질적인걸음 #opellie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