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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12. 2020

[지나온 책] 성과관리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어릴 적에 책을 그리 즐기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와 학습참고서가 당시 저에게 유일한 책이었고 소설을 포함해 역사책, 심지어 한 때 유행하던 만화책이나 무협소설도 거의 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 지방에서 올라오신 어머니는 아들의 방을 보면서 놀라시기도 했지요. 아들 방에 책이 있다고 그것도 한 두 권도 아니고 여러 권이. 그래 봐야 사실 많이 읽었던 건 아닙니다. 한 달에 두 권에서 세 권 정도입니다. 그렇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팔지 않지만 여전히 지금의 저에게 영향을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그 책들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기에 간단히 소개를 남겨보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지나온 책]의 말머리로 몇 권 소개해보려 합니다. 오늘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서명: 성과관리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저   자: 개롤드 마클

출판사: 교보문고

연   도: 2007년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해서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면 운영을 중단하면 되지,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에드워드 데밍. Edward Deming. p4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의 말에서 데밍의 문장을 만납니다. 당시 저도 HR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 문장은 제법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쩌면 아직은 경험이 부족했기에 오히려 "정말 그럴지도"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HR 모임에서 이 책을 놓고 일종의 스터디를 진행했을 때 당시 우리들은 한결같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스터디의 마무리로 남겨두었습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해 '가능해'라는 답을 할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여전히 성과평가 시스템은 필요하지만 적어도 득(得)보다 실(失)이 적게는 할 수 있을 듯하다 라고 말이죠. 그 방법은 성과평가를 하는 본질을 찾아가는 것에 있습니다. 

성과관리 시스템은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 필요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유용한 도구로 정의된다. ~ CC는 업무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 계속되며 그때서야 완료된다. p23

책은 위에서 CC라고 이야기하는 Catalytic Coaching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추구해야 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은 '경영을 위해 필요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도구이어야 하지, 기업 구성원 개개인을 판단하기 위한 도구 내지 보상의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합의한 산출물이 도출되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완료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팀을 이루어 함께 일하도록 장려되어야 한다. ~ 개개인에게 점수를 매기고 서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문화는 효과적인 팀을 만들기 어렵다. p81

얼마 전 보았던 Walton(1985)의 글을 보면 그가 논문을 작성한 당시를 기준으로 이전을 Control방식으로, 그 이후를 Commitment방식으로 구분하며 후자로의 이행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눈에 띈 건 개인에 대한 보상에서 팀 단위의 보상으로의 이행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조직은 특정 개인의 성과만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협력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책은 이미 2007년에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것이 오늘날 더욱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코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바꾼 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는 한 가지 사항은 좋은 관리자와 그렇지 않은 관리자를 더욱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p188

저자가 이야기하는 CC는 코칭을 기반으로 합니다. 일전에 사견임을 빌어 '코칭이란 생각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지요. 코칭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평가자들은 코칭을 한다고 하지만 일이 아닌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피드백을 했습니다. 그들은 코칭이라 말하지만 사실상 아무런 인사이트도 제공되지 못하고 오로지 전달되는 메시지는 '평가자의 말을 잘 따르면 좋은 등급을 줄게' 뿐입니다. 이는 우리가 해왔던 성과평가 시스템이 득 보다 실이 많았던 이유 중 중요한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칭을 기반으로 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의 주요 목적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p203

코칭의 목적은 성과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있어 일하는 방식은 중요합니다. 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우리는 기존에 돌아가던 길에서 좀 더 단축된 길로 성과로 갈 수 있습니다. 코칭은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성과평가 시스템도 성과와 연결된 일하는 방식을 주된 대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기존 시스템이 득 보다 실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기존 시스템에서도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있었지만, 그것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보상 수준을 정당화하는 것 p203

이었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어제 완성한 업무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그러나 코칭은 내일 완성할 업무를 향상하는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p204

라는 저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과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우리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 그것이 효과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선택한 사람에게 가장 편한 방식일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방식을 바꾸었을 것이다.) p253

일단 우리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너무 명확합니다. 그리고 그 한계 안에서 선택한 방법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겠죠. 이를 스스로 깨고 나오는 건 매우 힘든 일입니다. 누군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편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균형점으로의 이동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각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코칭의 힘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급여관리와 성과관리를 분리하면 여러 가지 바람직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조치로 프로세스의 고객들(직원, 사사, 관리자, 인사 부서장 그리고 회사 변호사 등) 대부분은 기뻐할 것이다. 다만 단 한 명의 고객의 만족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p330

급여관리와 성과관리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가 오늘날 성과평가 시스템의 모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듯합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다른 글들에서 언급했던 '느슨한 연결'이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어쩌면 저도 기존의 HR을 배우고 경험한 사람이기에 그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2020년 현재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가장 현실적인 & 실무적인 방법론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07년 책이니 어느새 13년이 지났습니다. 중요한 건 그때 책을 통해 마주했던 이야기들이 오늘날 실무자로서 저에게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 시간만큼이나 우리들이 여전히 변화 대신 유지를 선택하고 있었음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 인용했던 문장을 빌어,


우리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고, 
그것이 효과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우리들에게 가장 편한 방식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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