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HR이라는 일의 성격상 시장의 고객과의 접점부서로 바라보기는 어려움이 있기에 사실 HR의 관점에서 '고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종종 '내부고객'으로서 '임직원'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늘 조심스러워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부고객'으로서 '임직원'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동기부여, 몰입, 참여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부고객으로서 임직원의 동기부여, 몰입, 참여 등에 집중함으로써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 간과하기 쉬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로서 무엇의 기준에는 시장의 '고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내부고객의 전문성과 몰입, 적극적인 참여 등의 요소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고객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다소 HR이라는 분야와는 거리가 있는 책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HR을 하면서 외부고객으로 전환해보는 차원에서 외부고객에 집중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을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서명: 위대한 기업은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집중한다
저 자: 수만 사카르
출판사: 시크릿 하우스
"어떤 사람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 방식은 다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고객이 원하기 전에 고객이 원하게 될 것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헨리 포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p35
고객이 원하기 전에 고객이 원하게 될 것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합니다. 그 한 가지 요소는 전문성입니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은 우리가 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시장과 고객과 상품, 우리가 하는 일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은 전문성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요소 하나는 소통능력입니다. 우리가 늘 이야기하고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소통이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닙니다. 소통은 상대방의 이해를 전제로 합니다. 우리가 가진 전문성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우리만 아는 용어로 이야기한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겁니다. HR을 이야기하며 전문성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개인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화는 비즈니스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화는 기업 리더가 경영에 입문한 날부터 배운 기본적인 개념인 '클수록 좋다'와 '표준화'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p119
개인화의 흐름은 HR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전에 마트료시카 인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과거에 우리가 배웠던 HR은 마트료시카 인형의 가장 바깥 인형만 바라보아도 되었다면 오늘날의 HR은 그 인형 안에 있는 여러 인형들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형과 인형의 관계, 서로의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HR이 어려워졌고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우리가 흔히 구성원 100명 당 1명 수준의 HR 담당자를 이야기했었다면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는 HR 담당자 1명이 맡는 구성원의 수가 더 줄어들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라 HR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들도 달라지거나 늘어나게 되겠지요. 결론은 HR 역시 개인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으며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진다는 것일 듯합니다. 확실한 건 기존의 HR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이겠죠.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 데이터와 개인 취향에 따라 추천하는 것은 개인화가 아니다. 개인화란 한 개인이 원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개인화는 운동화 색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고객 한 사람에게 맞는 운동화를 만드는 것이다. pp126-127
흐름으로서 개인화를 인식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화'의 개념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단순히 고객 데이터와 개인 취향에 따라 추천하는 것은 개인화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기업이 외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기업 구성원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은 '직무'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일전에 이야기드린 역량 사전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그 역량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개인화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HR이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가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어떨까? (중략)
개인화를 실현하려면 기업은 관점을 바꿔야 한다. pp137~138
HR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조금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근본적인 변화'란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HR'을 말합니다. 적어도 오늘날에는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HR'이 여전히 유효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존재하며 전체 비중으로 본다면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HR로부터의 벗어남은 한편으로는 우리 개개인이 자율성을 갖추고 그 자율성을 존중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점의 변화를 위해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는 무조건 맞고 누구는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의 이분법 논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의 강독 결정한다. p203
HR이 임직원의 동기부여, 몰입, 참여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이유에 외부고객을 두고 있다면 HR은 위에서 말한 개인화와 더불어 이들 개인이 모여 만들어진 one team으로서 조직을 같이 바라보아야 합니다. 기업의 성과와 상관없이 몰입만 올리면 된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화는 기본적으로 다름을 전제로 합니다. 이 다름이 하나로 수렴할 수 있도록 HR은 일종의 조율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느 특정 직무 혹은 개인이 많이 약하다면 결국 기업이 가진 역량은 그 직무 혹은 개인의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HR은 One team으로서 조직을 바라보고 가장 약한 고리를 확인함으로써 기업이 가진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1758년 조른도르프 전투에서 독일 장군 폰 자이들리츠는 러시아를 공격하라는 프레데릭 황제의 직속 명령을 거부했다. 그는 왕의 전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투가 끝나면 내 머리를 가져가도 좋지만, 전투를 하는 동안에는 그 머리를 내가 쓰겠다고 폐하께 전해라." 폰 자이들리츠 장군은 적절한 순간에 러시아를 공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pp231~232
사견임을 빌어 팀의 리더로서 우리들이 가져야 할 스탠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상급자의 지시가 부당해도 상급자의 지시니까, 혹은 그 지시를 따르는 것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 등의 이유로 "Yes"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 리더로서 팀장은 해당 팀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무를 이끌어갑니다. 그 누구보다 실무를 잘 알고 적어도 그 직무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전문성과 그림은 소신있게 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아직은 팀장으로서 우리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기업이 자신들을 경쟁에서 돋보이게 할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들은 무료 식사, 개방형 사무실, 파티, 여행, 임원의 프레젠테이션, 운동 시설 등에 집중한다. 이러한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직원이 고객이나 디테일에 집중하도록 장려하지 않는다. p262
위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HR이 여러 좋은 제도들을 만들어도 궁극적으로 그것이 기업의 가치와 연결되지 않으면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제도입니다. 제도란 없어질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복지제도는 훌륭한 동료라는 말도 있지요. HR이 개인화의 흐름 속에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지만 그래서 오늘날의 HR제도는 보다 단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 역시 단순합니다. 복잡해지면 본질을 잊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면서 HR이 종전에 바라보던 '내부고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습니다. HR이라는 일을 해오면서 그리고 실무적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이론적 배움을 하면서 경험과 생각이 이어지는 곳에는 '성과'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HR은 직접 고객을 만나는 일이 아니기에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부분일 수 있을 겁니다. 간혹 평가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평가제도보다는 성과관리제도라 부르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채용- 배치 - 평가 -보상 -퇴직관리가 아니라 채용-성과관리-퇴직관리로 바꾸어 이야기합니다. 장시간 근로를 하지 않아도 특정 장소에서 항상 모이지 않아도 구성원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 어쩌면 HR을 설명하는 또 다른 설명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