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가끔 집에 내려가면 아버지와 저녁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밤길을 걸으며 주변에 있는 포장마차 등에서 군것질을 하는 걸 좋아하셨어요. 그리곤 대학생으로 몇 년 후면 사회생활을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해야 하는 아들에게 한 가지를 계속 반복해 이야기하곤 하셨습니다. "돈을 쫒아다니지 마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늘 저는 그랬습니다. 저는 아버지 아들이라고. 걱정 마시라고. 그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와 아들은 사실 그리 여유 있는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제 경우만 해도 돈을 아끼느라 하루 한 끼 정도를 먹곤 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아버지의 말씀은 늘 기억합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돈은 제가 스스로 가치를 만들면 따라오는 것이라 늘 믿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계속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바나얀 저자분처럼 행동할 용기조차 없었지만 삶 속에서 나름의 가치를 지켜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북러닝 신청 도서로 만나서 오랜만에 쭉 읽었습니다.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
저 자: 알렉스 바나얀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앞을 내다보면서 점들을 이을 수는 없다. 뒤를 돌아볼 때만 점들을 이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점들이 나중에 이어질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p89
사람들은 계속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물어봅니다. 그들이 물어보는 '무엇'은 미래에 있지요. 어쩌면 지금 우리들이 모르는 다른 '무엇'이 있을 수도 있는 미래를 '현재'의 '무엇'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판단을 하지요. 하지만 미래란 현재의 우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설사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돌아보기'를 더 강조합니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고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story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가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우리의 일들을 더욱 우리답게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돌아보기' 즉 '성찰'은 단순히 우리가 했던 경험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걸 배우고 그것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갔는지를 포함합니다. 우리 삶에 대한 수동적 존재가 아닌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 능동적 존재로서 우리를 말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걸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아." p129
회사에서 팀장님 한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본인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대답은 일단 '잘해야 한다'는 것을 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한 이야기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해보세요"였습니다. 아이들과의 일상과 하고 있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과 하고 있는 취미와 관심 있는 주제 등에 대해서 말이죠.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가 아니라 그냥 기록으로서 글쓰기입니다. 일을 하면서 '이야기story'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를 설정할 때도 1년간의 활동과 결과물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으로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삶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나름의 거대한 삶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기숙사 방 침대에 누워 있던 아래 나는 성공한 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공부하는 데 집착했다. 이는 학습에는 좋은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다고 해서 같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게 자신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었다. p186
기존의 방법론을 배우는 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시간을 좀 더 단축시키거나 우리들의 생각에 일종의 자극제로서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에 그친다면 우리는 늘 누군가를 따라가기만 해야 하겠지요.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가기란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는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없겠죠. 제 생각에 '차별화'는 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그들과 다르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 적합한 방식대로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이건 제가 예전에 해왔던 방식(프로세스, 양식 등)입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는 건 가급적 제가 해왔던 방식대로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대리님과 제가 모든 면에서 같을 수 없어요. 그게 더 이상한 거죠."
이와 관련해 책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깁니다.
"젊은 인터뷰어들은 우리의 스타일을 모방하려 할 때 우리가 그런 스타일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하지 않아. 그 이유는 그런 스타일이 우리한테 가장 편안하기 때문이다. (중략) 자기다운 데는 비결이 없어."p279
동기motive를 좋다거나 나쁘다고 재단하지 말아요. 그냥 왜 그 일을 하는지 자문하세요. 최종 목표를 알면 올바른 전술을 선택하기가 쉬워집니다. p193
왜 하는가? 일을 하면서 늘 가지는 질문입니다. 이는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일을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팀장으로서 일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이기도 하고, 팀원과 일을 하면서 왜 하는가?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의견을 수렴하는데도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 왜 하는가? 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겠지요. 가끔 "자문할 때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p193" 분들을 보곤 하는데 스스로 말한 왜 하는가? 와 실제 보여지는 왜 하는가? 사이의 다름이 발생하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카멘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제기하면 어떨지 생각했다. 만약 그것이 교육적 위기가 아니라 문화적 위기라면 어떨까? 이렇게 문제를 재설정하자 새로운 개구리들이 나타났다. p252
현상을 새로운 관점/방식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주도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하고 만들어가는 일과 삶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새로운 관점/방식을 잊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쫒게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한 것을 추구하게 되지요. 그래서 새로운 관점/방식에는 인위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 만드는 일종의 낯설음 내지 불편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다른 생각들이 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이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개구리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늘날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항상 성공과 실패가 상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둘이 같은 일, 바로 노력의 다른 결과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부터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대신 노력하고 성장하는 데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p405
면접을 볼 때 항상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실패 혹은 실수경험"을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한 것이지요. 어떤 분들은 실패 혹은 실수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그리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그것 역시 자신이 지나온 경험의 일부이니까요. 반면 어떤 분들은 질문을 받는 순간부터 당황합니다. 자신이 했던 실수를 들춘다고 느끼실 수도 있고, 그러한 경험을 생각하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저자의 말대로 단순히 '노력의 다른 결과일 뿐'입니다. 성공한 것만 우리 자신이고 실패한 것은 우리가 아닐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 그 인정을 기반으로 우리가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보며 나였다면 저자처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이내 고개를 저었습니다. 과거 제 생각이 났거든요. 대학시절 자원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제가 서 있는 현실을 보고 접기로 했었던 경험입니다. 다만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그 '도움'이라는 가치를 일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이상주의자로 불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5년차 인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발로 땅을 디디고 머리로는 하늘을 닿고자 노력한다고 할 수 있겠죠.
대화체가 포함된 책으로 읽기가 생각보다 쉬운 책입니다.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수 있는 책으로 소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