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하는 분들과 한 어느 모임에서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조직문화란 일종의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말이 정해진 단편이 아니라 아직 결말을 짓지 않은,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기업에서 목표설정을 할 때도 '스토리'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1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엇(what, 산출물)을 만들어낼 것인지,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그려볼 수 있는 실행계획(how, initiative)과 그 실행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음을 우리가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간 산출물(small what, KPI) 등을 구체적으로 예상(predict, 모습을 그려보기)해보는 과정으로서 목표설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라는 단어를 조금 더 넓게 확장해보면 우리들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매 순간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언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생각과 행동, 산출물이 모여서 지금까지 우리들의 삶을 만들어오고 있고 그것들에 일관되게 흐르는 기준 내지 흐름이 결국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책은 '유튜브 시대, 스토리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부제처럼 마케팅 분야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비단 마케팅 분야로 국한하지 않더라도 스토리라는 단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스토리노믹스
저 자 : 로버트 맥키, 토머스 제라스
출판사 : 민음인
진화하는 정신이 통찰이라는 능력을 습득하면서, 비로소 정신은 범람하는 실제 사실을 간소화해 감당할 수 있었고, 이를 효율적인 인간 크기의 현실로 만들 방법을 손에 넣었다. 스토리의 구조를 갖춘 사고 과정이 어지럽고 무의미한 존재의 불협화음에 질서와 통일성과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중략)~ 케네스 버크의 말이 옳다. 스토리로 우리는 살아갈 도구를 얻는다. p67
저자의 말을 빌어 스토리는 어지럽고 무의미해 보이는 현상에 대해 질서와 통일성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게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조직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고, HR을 이야기하면서 말씀드렸던 다양성의 발현과 이들의 수렴을 구현하는 강력한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업 구성원 모두의 행동을 하나하나 모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을 때 그 행동이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합리성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HRM관점에서 HR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제도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모습이 그 제도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스토리란 정확히 무엇인가? 스토리의 주된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이 요소들이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어떻게 해야 강력한 마케팅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이 스토리가 어떻게 만들고 전달할 것인가? 이 스토리가 고객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펼쳐지는가? 고객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고객에게 선택의 방향을 안내하는가? 그리고 이 점이 가장 중요할 텐데, 과연 이 스토리가 어떻게 고객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긍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낼 것인가? p73
'스토리'라는 단어를 '조직문화'로 바꿔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조직문화란 정확히 무엇인가?' '조직문화가 고객에게 선택의 방향을 안내하는가?'처럼 말이죠. 책은 스토리에 대해 '인물의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하는 갈등 중심 사건들의 역동적 상승'이라 표현합니다.(번역상의 한계인지 모르지만 문장이 다소 어색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이렇게 하면 조직문화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의 공동체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때론 동의하고 때론 갈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성이 표출되고 그 다양성이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됩니다. 우리가 기업에서 만들고 싶은 스토리, 즉 조직문화란 이런 것 아닐까요?
서사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여러 가지 다양한 가치들을 혼합해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러나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한 가지 가치를 내용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이게 바로 스토리의 핵심 가치이다. 이 가치가 스토리의 본질적인 의미와 감정을 결정한다. p97
의견을 덧붙이면 스토리에서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스토리에서 다양성은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러한 다양성만으로는 하나의 스토리, 조직문화를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HR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요한 가치는 '일관성'입니다. 이 일관성을 위해 '스토리의 핵심 가치'는 너무 추상적이거나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구성원이 공통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특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어렵지만 만들어갈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스토리,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케팅 스토리는 문제에서 해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해법에서 해법으로, 그리고 다시 해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긍정적인 절정에는 부정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p164
부정적인 면을 특정한다는 건 다시 말하면 현재와 바람직한 상태로서의 차이, 즉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자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여 아예 행동을 하지 않는 모습도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과 인식의 총합으로서 조직문화는 조직의 성장에 바람직한 영향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변화에 대해 제가 가끔 하는 이야기가 세상은 시나브로 변하고 있고 그래서 설사 지금 당장은 그걸 체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남들이 변하고 있을 때 우리는 현상을 유지한다는 건 결국 도태됨을 의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직에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다양성이 서로 만나 서로 다른 면들을 수면 위로 올려내는, 즉 다양성을 표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표출된 다양성이 하나로 수렴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으로 이야기드립니다.
모든 브랜드 스토리가 따라야 하는 단순한 원칙이 하나 있다. 스토리의 핵심 가치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일치해야 한다는 점. 스토리들이 서로 충돌하고 장담한 말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중은 배신감을 느낀다. p209
HR을 이야기하며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일관성은 외형으로 표현되는 말이나 행동의 일관성과 더불어 내면과의 일관성을 포함합니다. 실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외형으로는 반대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다른 말로 '포장'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포장은 단기간 동안은 어느 정도 유효할 수 있으나 진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그 포장을 알게 됩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가 말하는 이야기는 조직문화를 무너뜨립니다. 현실에서 그러한 겉에 혹하는 경우를 만날 때마다 그냥 많이 아픕니다. 리더, 조직 등이 말하는 핵심 가치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그들과 일치하 때 비로소 구성원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케팅에 관한 책이지만, 비단 해당 분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에 있지 않을까요. 여전히 하나의 도구로서 조직문화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조직문화의 바람직한 모습을 만드는 건 요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에 소개드린 스토리에 대한 질문들을 조직문화로 바꿔 우리 각자에게 그리고 우리 기업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강력한 우리만의 조직문화를 그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