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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08. 2020

Opellie에게 글쓰기란

스스로 기록이라 부르는 그것에 대하여

저는 글을 씁니다. 아니 사실은 생각을 기록합니다. 제 생각의 한 가운데에는 제가 하는 일이 있기에 일에 대한 생각을 기록합니다. 생각이  글로 이어지는 과정은 묘합니다. 아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걸 문장으로 이어가다보면 생각의 허점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 허점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거나 책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제가 가진 무지를 알게 되고 그 무지의 일부라도 알아보기 위해 움직이게 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왜 글을 쓰냐고.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별거 없지요. 말 그대로 '나'를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온전히 맞춰지지 않은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일종의 밑천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남는 건 쓰여진 한 편의 글과 나 자신의 무지입니다.


팀장님 한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부분은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합니다. 엄밀히 말해 저는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을 잘쓰는 것은 아니기에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저도 몰라요'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는 제가 글쓰는 방법을 배우고 그 방법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고 있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제 나름의 글투(문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생각을 기록하는 패턴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오갈 때 제가 드리는 대답은 딱 하나입니다. 


"메모도 좋고 뭐든 일단 그냥 써보세요"


어릴 적 유난희 수학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일종의 한계점으로 다른 과목의 점수를 지나치게 깍아먹지 않을 수준을 유지했다고 할까요. 그 땐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일을 하고 글을 쓰면서 그 때를 돌아보곤 혼자 웃곤합니다. 문제를 풀다가 간혹 선생님이 알려준 방식이 아닌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곤 했던 탓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점수를 보며 "풀기는 다 풀었어?"라고 물어보면 "네, 다 풀긴 했어요"라고 말을 했었지만 엄밀히 돌아보면 그 때의 질문은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다 풀었어?"로 해석을 했어야 하고 그렇게 질문을 해석하면 당연히 제대답은 "아니오"가 되었겠지요. 


제가 글을 쓰는, 아니 생각을 기록하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배운대로가 아니라 배운 것을 제가 이해하는 대로 기록합니다. 조금 덧붙이면 제가 이해하는 것들을 단편이 아닌 장편의 이야기로 글을 씁니다. 장편의 이야기는 일련의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요. 최근 A라는 것이 유행한다고 그것을 따라 글을 쓰고, 다시 A와 반대되는 다른 것이 유행한다고 기존의 것을 뒤집고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에게 글이란, 기록이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글로 기록하다보니 만들어지는 일정한 패턴으로서 글쓰기 습관으로서 글투가 만들어진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입니다. 글을 쓰면서 그 과정에서 글쓴이만의 글투가 만들어진다고 할까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방법론은 정답이 아니지만 우리가 우리의 방법론을 찾아가는 과정을 조금 더 줄여줄 수 있는 재료가 될 수는 있습니다. 


최근 본 TED 영상 중에 리디아 마쵸바Lydia Machova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비결The secrets of learning a new language가 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다중언어를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 사람마다 백이면 백 다 방법이 달랐죠. 언어를 익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들으면서 갑자기 깨닫게 된 공통점 하나는 모두들 그 과정을 즐긴다는 사실이었어요."라고 말을 합니다. 

그녀의 말을 조금 바꿔서 표현하면 "글쓰기를 매일 우리가 해야만 하는 지루한 교과목이 아닌 매일 해도 좋은 일과로 만드는 것"이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여 영상에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네 가지 원칙(Enjoyment, Methods, System, Patience)도 비단 글쓰기나 언어를 배우는 것 이외에도 우리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보다는 생각의 기록에 가까운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해 다시 돌아봅니다. 가능하다면 저에게 말씀을 주시는 주변분들께도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저도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배우고 있기에 이렇게 하면 된다는 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대신 글쓰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그 다음 생각으로 이어지도록 조금이나마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짧게나마 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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