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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12. 2020

연결성, HR&인담의 역할에 대하여

글을 쓰다가 문득 '네가 뭔데?'라는 질문이 듭니다. 감히 HR의 역할에 대해 쓰는 것이 가당한가?라는 질문이지요. 생각이란 공유되지 않고 감춰있으면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HR이라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HR과 그 일을 하는 인담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기록합니다. 


저는 HR을 합니다. 그래서 간혹 인담이 왜 HR의 영역을 넘어서는 듯한 일들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흔히 오지랖이라고 하죠. 이와 연결하여 생각해야 할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HR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입니다. HR commuinty에 올라오는 글들 중 현재 크고 작은 기업에서 인담으로 일을 하면서 과연 HR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일종의 푸념과 인담으로서 느끼는 한계에 대한 글들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인담으로서 과거에 해왔던, 그리고 어쩌면 우리들에게 요구되어왔던 역할에 대해 인담자인 우리들 스스로도 나름의 확신을 더 이상 갖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변한다고 말합니다. 그 속도가 정말 빠르면, 다시 말해 오늘과 내일이 우리가 인지할 정도로 확연히 다르다면 우리는 아주 급격한 긴장을 하게 될 겁니다. 팀 어번의 TED 영상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에 나오는 panic monster가 등장하게 되겠지요. panic monster가 등장하면 당장 우리는 무언가를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은 오늘과 내일이 확연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하루하루 일상은 매우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거든요. 일전에 마케팅 수업에서 초코파이 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크기가 조금씩 바뀌었었는데 우리가 그 순간에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서 그 변화가 누적되어야 비로소 변화를 인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은 panic monster가 아닌 초코파이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인식하지 못하는 변화를 우리가 인식하는 시점에서야 따라가기엔 너무 늦는다는 점이고, 달리 말하면 평소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를 우리가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HR은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데이브 얼리치(Dave Ulrich)의 HR Champions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행정전문가로서 직원옹호자로서 변화주도자로서 HR의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책을 일부 인용하면,

인사관리자가 취해야 할 일차적인 조치는 사업전략을 인사관리 우선순위로 풀어 옮기는 일(전략적 파트너)
인사전문가가 관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리엔지니어링하도록 만드는 활동(행정전문가)
직원의 기여를 조직의 성공에 연결시키는 활동(직원옹호자)
변화를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활동(변화주도자)
pp64~74

그리고 우리가 우리들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이러한 역할에 얼마나 부합하게 해왔는가? 가 될 듯합니다. 저자의 말을 빌면 "인사기능은 전통적으로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전문가인양 행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온 p53"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HR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견임을 빌어 오늘날 제가 조금 더 집중하는 영역은 "직원의 기여를 조직의 성공에 연결시키는 활동으로서 직원옹호자의 역할"입니다. 덧붙이자면 과거에 이러한 노력은 정해진 답을 놓고 그 답에 구성원을 맞추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노력은 구성원 개개인의 강점을 기준으로 강점을 조직의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연결자로서 인사담당자'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연결자로서 인담이 갖추어야 할 것

연결자로서 우리들을 생각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무엇을 무엇으로 연결할 것인가?'입니다. 첫 번째의 '무엇'은 연결대상을, 두 번째의 '무엇'은 연결의 도구를 의미합니다 간혹 제 글에서 사람과 조직, 직무를 HR의 세 가지 요소로 이야기하고 각 요소에 대해 정의를 하곤 했습니다. 그중 '사람'과 '조직'은 첫 번째의 무엇으로, 직무는 두 번째의 '무엇'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직원의 기여를 조직의 성공에 연결시키는 활동'을 위해 대상으로서 '조직'과 '사람'에 대해, 그리고 매개체로서 '직무'를 보다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을 이해한다는 것

연결자로서 인담으로 역할을 위해 그 매개체로서 직무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그 연결대상으로서 조직과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조직을 이해한다는 건 조직의 존재이유로서 성과와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을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조직문화와 조직설계, 계층에 대한 기대역할 등이 포함됩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사람 개개인이 가지는 개별성 내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일종의 틀을 정해놓고 사람들을 그 몇 가지 유형에 끼워맞춰 그 사람을 단정하곤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사람을 이해하는데 보다 용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칫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묵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모습을 가집니다. 그리고 다양성이 요구되는 오늘날에 있어 그 부정적 측면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구를 이해한다는 것

연결도구로서 직무를 이해한다는 건 우리 기업에 존재하는 직무들을 분류하고 각 직무들의 직무성과를 포함한 직무특성을 도출하는 것과 이렇게 도출된 직무들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는 흡사 일종의 전략맵strategy map을 그리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이는 기업이라는 하나의 팀이 어떻게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를 이해하는 것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인담으로 미래의 모습에 대하여

어려운 질문입니다. 몇 년 전 어느 면접자리에서 향후 5년 뒤 스스로의 모습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HR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거라"라고 대답한 이유는 HR이라는 일을 우리가 정의하는 바에 따라 어쩌면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기업환경이 그러한 모습을 요구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만일 그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을 만들어가는데 우리가 좀 더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면 앞서 커뮤니티에서 마주했던 질문들에 대해 조금은 더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결자로서 인담에 대하여

HR을 하면서 조직을 이야기하고 고객을 이야기하고 성과를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한 제 대답이기도 합니다. HR은 일종의 연결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과 사람을 직무라는 도구를 통해 연결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조직에 대해, 때로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직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연결가능성과 연결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주어진 대로 수행하는 운영자 내지 관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조직을 만들어가는 역할로서 HR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인담의 모습에 대하여

연결자로서 인담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수많은 인담의 모습들 중 하나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모습이란 결국 지금의 우리들이 어떤 인담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해 나름의 답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결자로서 인담은 2020년의 어느 날을 살아가고 있는 어느 인담하나의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조직개발 관련 교육을 들으러 갔다가 들었던 "나쁜 일은 놔두면 알아서 일어나지만, 좋은 일은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합니다. 몸 담았던 기업을 떠나면서 한 개발자 분과 나누었던 퇴직인사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해왔던 일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온 일들을 일을 배우는 다른 친구들에게 주고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나누었던 걸 기억합니다. 우리가 인담으로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 주어진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것으로서 HR이라는 직무를 대하는 인담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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