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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21. 2020

『전문성』에 대한 생각

HRM에서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지나온 시간 중에 잠시 같은 팀에서 일을 했던 A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인사평가 전문가'로 소개를 했고 PPT로 만들어진 매뉴얼을 보여주었고, 그분이 가지고 있던 그분이 지나온 시간에 있었던 기업의 네임벨류에 어쩌면 전문가일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생각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6개월가량 같이 일하면서 말을 뒤집거나 입장을 바꾸는 모습들이 종종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명확했고 몇 번을 말씀드렸음에도 바뀌지 않았기에 이직을 준비하고 나왔지요. 기업에서 가장 훌륭한 복지는 좋은 동료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일전에도 이야기드린 것처럼 '당신은 전문가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전 여전히 '네'라고 말하기를 부끄러워합니다. 대신 '전문가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는 이야기를 하지요. 사실 궁극적으로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전문가가 되어 가는 과정'을 마주하면서 '모르는 것'이 많음을 더 많이 알게 되는 까닭입니다. 다만 '전문가가 되어 가는 과정'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전문성'에 대한 기준은 조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일전에 기업 내에서 승급제도를 검토하면서 직급 연한이나 승진 포인트제와 같은 형태가 아닌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승급제도를 운영하고자 검토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수준을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 더욱이 승급이라는 제도의 형태를 고려할 때 몇 개의 직급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전문성 수준을 몇 단계로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 기준을 실제 기업 구성원으로서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형식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였습니다. 그 세부 내용을 오픈된 공간에 표현하기는 어렵겠으나 단순화하면 지식을 배우고 실제 활용하고 이를 통해 Know-how로서 경험치가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생각과 경험을 확장해나가는 단계를 정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사실 이미 우리가 다 아는 것이기도 한데 이를 문서화된 형태로 표현하고 각 문장 내지 내용을 기준으로 사람을 진단한다는 게 참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입니다.)


전문성을 이야기할 때 두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는 평가기법 관점에서 전문성을, 다른 하나는 평가운영 관점에서 전문성입니다. 이를 HRM에 있어 제도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전자 관점에서의 전문성은 HRM에서의 전문성으로는 그리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실무자로서 생각하는 HR제도가 가지는 목적과 연결됩니다. '더 이상 제도가 필요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목적입니다. 이는 제도가 구성원 개개인에게 온전히 스며들어 일종의 자율적인 상태가 만들어진다면 제도가 더 이상 필요없거나 일종의 상징적인 것으로 남게 됨을 의미합니다. 사견임을 빌어 HRM이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HRM을 수행하는 실무자로서 전문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면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1. 방향을 제시한다

방향을 제시한다는 건 그가 일을 할 때 단편적으로 당면한 현상만을 바라보고 그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방향의 제시는 단시간에 암기하여 확보할 수 있는 것도, 그냥 특별한 노력없이 시간의 흐름으로 자연스레 습득되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방향을 제시한다는 건 해당 분야에 대해 일정 시간 이상 경험을 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돌아보고 배우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경험에 대한 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2.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건 이론이 아닌 실무, 즉 현장을 이해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준, 이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발생 가능한 변수들을 예상하고 실제 그러한 상황들을 마주했을 때 상대방의 이해를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준, 이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음을 포함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에 대한 이해없이 우리 기준이 이렇습니다 라고만 말하는 건 원활한 의사소통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지 경험을 통해 배운 제도의 절차가 있더라도 그 제도를 경험한대로만 행할 수 있다면 그건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전문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인사평가를 진행해놓고 일종의 complain이 들어왔을 때 그것에 대해 '난 기준대로 했음'만 되풀이하는 인사평가 담당자라면 '인사평가 전문가'라고 말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 HRM을 수행할 땐 많이 하지 못했던 일을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 HRM을 하면서 좀 더 많이 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드린 두 가지 기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성원과 이야기를 통해 경영진의 생각과 구성원의 생각을 제가 하고 있는 HR이라는 일이 가진 방향성을 통해 연결하고, 그 방향성을 공유하고 구성원의 생각을 기업 및 HR의 방향과 수렴시키는 도구로서 소통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은 그 부족함을 계속 보완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될 겁니다. 


기업에서 직무정의서라는 걸 만들었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를 곧 하게 될 듯합니다. 직무정의서를 만들면서 가지고 있는 바램은 이 정의서가 구성원분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해나가는데 일종의 가이드 내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고 제가 더 확인해야 할 일은 이러한 직무전문성이 기업의 성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좀 더 검증해보는 것이 될 듯합니다. 제가 HR을 '성장'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하면서 조직과 개인이 모두 성장하는 방향성을 이야기드렸던 맥락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적어도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에 대한 개념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조금 더 경험하고 생각하고 배운 것들을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과정을 통해 타인에 의해 판단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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