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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13. 2020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것

사람 대신 일을 통제하기 

저는 일개 인사팀장이긴 하지만 인사라는 일을 하면서  '신뢰'라는 단어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HR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로서 '신뢰'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HR'이라는 일이 구성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관된 메시지를 위해서는 경영진과 HR이 나름의 철학,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합니다. 


'신뢰'라는 단어가 중요하다는 건 우리도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추상적이기도 하죠. 달리 표현하면 너무 멀리 있어서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니어 시절에 직무분석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와서 다음 날 같이 일하는 대리님께 이야기를 드리자 바로 나온 반응이 '안돼'였는데 그 이유가 "그건 큰 기업들이나 하는 거지 우리같이 작은 기업들은 하는 게 아냐" 였지요. '신뢰'라는 단어를 마주하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할까요. 물론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신뢰란 기업 규모의 크고 작음이나 인사팀의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오늘날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정말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식인데 그 중 다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신뢰에 대한 생각을 조금 남겨보려 합니다. 

"구성원에게 믿고 일을 맡겼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것

혹자는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것을 무조건적인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구성원을 믿고 일을 맡겼는데 일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는 개인적인 소견임을 빌어 그 일을 맡긴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 더 초점을 둡니다. 더불어 '신뢰'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개념정의를 해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제 직무를 수행하는 건 구성원일 수 있지만 그 일의 결과, 산출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건 그 단위 조직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위 조직의 장은 구성원에게 부여한 일에 대하여 그 구성원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일이 수행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주기적으로 확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시 한 가지 질문이 등장합니다. 구성원을 신뢰한다고 일을 맡겨놓고는 정작 잘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감시하는 등의 일종의 통제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뢰한다는 것과 관찰한다는 것

단위 조직의 장은 그 단위 조직에 부여된 직무역할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집니다. 경우에 따라 그 권한을 다른 구성원에게 위임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권한을 위임한다고 해서 단위 조직의 장은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드렸듯이 단위 조직의 장은 일의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단위 조직의 장이 일에 개입하는 것이 일종의 간섭 내지 통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실제 심할 경우 구성원은 일에 대한 자율성을 상실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다소 아이러니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답은 실행계획과 산출물입니다. 


관찰, 실행계획과 산출물, 그리고 피드백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동시에 관찰 및 피드백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행계획과 산출물입니다. 일전에 목표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행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었습니다. 그 실행계획에는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전체 기간의 주요 실행계획들과 함께 중간 산출물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중간 산출물은 산출물임과 동시에 구성원이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이정표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일의 시작단계에서 실행계획을 통해 중간산출물이 합의가 되면 리더는 그 산출물을 기준으로 공식적인 개입과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제 경우 이러한 중간 피드백을 진행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지금 우리가 하는 건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이 일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함이다. "라는 말입니다. 이를 일전에도 한 번 소개드린 적이 있는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개월 단위로 표기된  Key Results는 그 자체로서 중간 산출물이자 동시에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이정표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산출물이 나오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일전에 소개드린 데이비드 파멘터의 KPI의 개념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통제 대신 일에 대한 통제로

팀원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팀장님께 제가 드렸던 이야기는 사람을 관리하려 하지 마시고, 일을 관리하시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업이라는 조직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건 그에게 일종의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가 수행하는 방법론이 리더로서 우리들에게 다소 어색하고 뭔가 부족해 보이더라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개인에게 anchoring 된 방식으로 피드백을 수행하는 건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일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것이 그냥 일을 맡겨놓고 리더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리더가 직접 그 일을 진행할 때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관찰하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관찰한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통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것에 대한 하나의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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