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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19. 2020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으로서 일

한 개인의 삶에서 일에 대한 생각

얼마나 오래 살았다고 삶을 이야기하냐고 하실 수 있겠으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하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로 삶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제가 쓰는 남기는 글들도 그들 중 하나이겠죠. 저에게 있어 삶이란 일종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단편이 아닌 장편의 이야기입니다. 그 장편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대상으로서 '무엇'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면 학창 시절에 그 '무엇'은 '공부'였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문제집을 풀고 시험을 보는 일상의 반복입니다. 그 반복되는 일상 사이사이에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학창 시절의 이야기들, 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그 '무엇'은 '일'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감사 audit라는 일과 인사 Human Resource Management라는 일이고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HRM이라는 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감사 audit'가 그 무엇이었을 때 저는 일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적 공부할 때처럼 반복된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의 이야기나 학교 이야기, 시험을 보는 이야기와 그래서 내가 어디를 가야겠다는 목표가 없이 감사 audit라는 일에 대한 반복된 일상만 있었습니다. 그 속에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건 감사 audit라는 일 자체에 이야기가 없다기보다는 그 일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신입사원으로서 일에서 이야기를 찾지 못한 저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고 해야 할 겁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다는 건 어쩌면 저 자신과 맞지 않거나 생각의 방향이 달랐다고 말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HRM이라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달리 말하면 HRM이라는 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 하는 아쉬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걸 내가 이야기로 만들어볼 수 있을까를 생각한 건 지금의 인사담당자로서 저에게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었지요. 그리고 15년의 시간 동안 인사담당자로서 제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중 일부를 조금씩 글로 남겨보고 있기도 합니다.


어느 상품몰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상품을 파는 곳은 많은데 자신들은 그 상품에 더해 이야기를 팔고자 한다고 소개합니다. 지방의 어딘가에서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온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소개합니다. 제가 간혹 이용하는 플랫폼도 그렇습니다. 공급자들은 왜 그들이 이 플랫폼을 선택했는지 왜 이러한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때로는 스크롤의 압박이 느껴질 만큼이나 긴 글과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평소 쇼핑을 그리 즐기지 않는 제가 그 이야기를 보고 스스로 상품을 구입하고 상품을 받기까지 조금은 긴 시간을 기다리기까지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어디선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영상 중 TED에 Simon Sinek의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이라는 영상이 있습니다. 영상의 내용 중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people don't buy what you do; people buy why you do it.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일을 하는 이유(자막에서는 '신념'으로 표현)라고 말을 합니다. 조금 표현을 바꿔보면 우리는 what으로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why로서 가치를 사는 거라고 표현해볼 수 있을 겁니다. 삶에서 일에 대해서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합니다. 멋지고 화려한 기능을 가진 상품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가 멋지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상품을 구입한다는 말이 적어도 제 자신에게는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HRM이라는 일도 그렇습니다. 기능적인 활동들을 수행하지만 구성원들이 HR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게 외형적인 권위나 인사팀이라는 특성에 기반한다면 그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울 겁니다. 제가 하는 HRM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HRM을 통해 구성원분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고 그 이야기와 부합한 HRM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 아마도 구성원분들이 HRM이 가지는 특성이나 조직 내 계층적 요소가 아니라 HRM이 하는 이야기를 믿고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금은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고 그래서 더 배우고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가 하는 HRM이야기가 조금 더 풍성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삶 속에서 일의 의미에 대한 단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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