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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an 02. 2021

2021년에도 ING

해왔던 일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일을 할 겁니다.

최근 우연히 만나서 나름 정주행을 하고 있는 미드가 있습니다. 그림GREEM이라는 미드입니다. 제 글은 미드를 소개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살짝 스포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 내용들을 소개하기 보다는 미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시리즈에는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베즌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그림'이라는 존재는 그 이름, 그 존재 만으로도 매우 두려운 대상이지요. 그림이라는 존재가 그들을 잡으러다니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몇 가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 하나는 대부분의 베즌들은 그림이라는 존재를 실제로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두려운 존재로 이야기를 들어왔음에도 처음 보는 그림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지요. 그들에게 그림이란 말 그대로 누구도 경험해본 적 없이 말로 전해듣고 배운, 그래서 두려운 존재인 셈입니다. 그들에게 그림은 부정적인 존재로 각인됩니다. 


인상깊은 모습의 하나가 베즌의 입장이라면 다른 면은 그림의 입장에서의 모습입니다. 그림이라는 존재는 베즌을 제거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하지만 주인공인 그림은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극중 주인공의 어머니로서 그림이 등장했을 때 주인공의 친구로서 베즌에 대하여 그들을 믿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단지 베즌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경찰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대한 충실하려 노력합니다. 그는 해왔던 일을 하지만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스토브리그 라는 드라마의 어느 대사를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해왔던 일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일을 할 겁니다" 라는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해왔던 일을 하면서 그 일들이 "옳은 일로서 올바르게 구체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이라는 존재가 전통적으로 해왔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옳은 일이 올바르게 구체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인공은 그림GREEM이지만 전통적으로 부여된 편견을 바꿨습니다. 그들(베즌 이라는 존재)의 겉모습으로 그들을 판단하는 대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믿는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건 아니지만 극중 등장인물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작지만 큰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새해가 되긴 했으나 저는 딱히 2021년의 계획은 없습니다. 칸과 줄로 구분되어 있는 플래너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무지노트를 선호하고 말 그대로 '해왔던 일'을 계속 하면서 '하지 않았던 일'을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겁니다. 2021년에도 원래 하던대로 무언가 한 가지 특출나게 잘 하는 건 없지만 여전히 대학원 수업을 듣고,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서 일을 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게임도 하고 책도 볼 겁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2020년보다는 좀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해왔던 일들을 하면서 그들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으나 해야 할 일들을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고민들을 조금씩 글로 풀어내는 일들도 해보려 합니다. 


2021년 새해의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굳이 표현하자면 '해왔던 일을 하고 하지 않았던 일을 할 겁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주인공 그림이 상대방을 베즌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듯이 과거에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대로 하기 보다는 조직과 사람과 직무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인사담당자로서 해볼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보려 합니다. 


계획은 없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다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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