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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11. 2021

핵심인재와 평범함

최근 어느 분과 대화를 하다가 '핵심인재' 내지 '스타플레이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업계 특성상 핵심인재 한 명의 중요성이 높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핵심인재 한 명이 만드는 솔루션이 전 직원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우리 조직이 스타플레이어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우리는 모든 구성원이 스타플레이어인 경우 더 나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한 몇몇 연구나 글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최근 읽었던 모 잡지의 글에서는 스타플레이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조직이 훌륭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가 가진 지식과 경험 등의 노하우가 다른 구성원에게 전파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간혹 인용하는 과거 읽었던 어느 책 제목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끄는 위대한 회사"라는 제목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끄는 위대한 회사를 꿈꾸는 모습에 대해 누군가는 이것이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서로가 가진 경험과 지식, 담당하는 직무와 살아온 배경 등은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끄는 위대한 회사'의 핵심은 '서로 다음'과 '다름을 소통하는 것'에 있습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생각과 지식과 경험들이 서로에게 공유되고 자극을 줌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가진 평범함의 수준은 올라가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핵심인재란 단순히 특정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활용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핵심인재는 주변 동료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조직이 가지는 평범함의 수준을 올리는 모습을 포함합니다. 이는 핵심인재가 단순히 과거에 대기업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다거나 많이 알고 있다라는 것만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험이란 지나온 시간이지만 지나온 시간만으로 현재를 평가하는 건 다소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방법론에 있어 변화가 빠른 오늘날은 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히 해왔음이 아닌 해온 것을 통해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를 좀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했음은 주어진 것일 수 있으나 경험하고 있음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포함한 지식을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일종의 '도구적 스킬'입니다. 핵심인재가 직무수행에 필요한 도구적 스킬을 가지고 있는가?는 우리가 누군가를 핵심인재라 바라보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핵심인재는 이 '도구적 스킬'만으로 충족될 수는 없습니다. 도구적 스킬은 해당 인재를 우수하게 보이도록 할 수는 있지만 기업 전체의 '평범함의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연결되기는 어렵습니다. 도구적 스킬이 '서로 다름'과 '소통'으로 연결되기 위해 '사고적 스킬'이 필요합니다. 사고적 스킬은 기존의 도구적 스킬을 정답으로 보는 대신 사고를 위한 자원으로 이해합니다. 법조문을 열심히 외우는 것이 도구적 스킬이라면 그 법조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현장에 응용하는 것은 사고적 스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외부의 몇 분들을 만나면서 조금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회사의 제법 높은 직책을 가졌던 그분은 만남의 첫인사를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금 만나서 대화를 하는 이유를 잊고 자신이 가진 과거의 경험으로 지금의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견으로 그분은 도구적 스킬은 있으나 사고적 스킬은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필요성은 있으나 조직을 하나로 만들고 전체적으로 함께 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할까요. HR을 하는 입장에서 그분이 해당 기업의 HR을 맡고 있다는 게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사고적 스킬은 달리 표현하면 "경험으로부터 배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배우는가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지게 됩니다. 배움의 방향이 자기자신을 향한다면 앞서 언급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 분과 같은 모습이 될 겁니다. 반대로 배움의 방향이 외부를 향한다면 비로소 조직 전체의 평범함 수준을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안에서 밖으로 배움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손함이 사고적 스킬의 기본임을 이야기합니다. 


기업 내 구성원이 가지는 평범함의 수준은 모두 다릅니다. HR제도, 특히 보상제도를 고민함에 있어서 평범함과 동시에 다름을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제도가 그 특정 개인을 위한 목적이 아닌 조직 전체의 평범함을 향상시키는 것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인재를 생각할 때 이러한 관점이 적어도 오늘날에는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평범함'에 대하여

기업 내 모든 이들이 모두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어쩌면 모두가 같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 기업 내 구성원이 가지는 평범함이 다른 기업 내 구성원이 가지는 평범함보다 더 나은 수준이 될 수는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복지로서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오늘날 핵심인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서 '평범함'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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