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자와 그것을 관리하고자 하는 자, 승자는?
조직문화란 참 어렵습니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클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직문화를 '관리'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죠. 일전에 어느 커뮤니티에서 '조직문화'를 주제로 일종의 TF형태의 스터디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 이런 질문을 받았죠. "조직문화를 다뤄본 적이 있느냐" 그래서 NO를 말하고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직문화를 관리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일종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접근 관점에서부터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엄밀히 말해 전 조직문화라는 걸 잘 모릅니다. 가장 오래 함께 해온 '나'라는 사람도 여전히 어려운데 '조직문화'를 안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니 보면 볼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데 잘 안다고 할 수가 없었다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신상원 님의 '조직문화 오디세이 1,2,3 / 출판사 눌와"는 참 매력적인 책입니다. 사실 책 1, 2권은 제법 오래전에 읽었었는데 그 마무리인 3권은 사놓고 있다가 이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반성을 담아 3권의 내용 일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장기판 위에서 바둑알은 졸입니다. 그러므로 기업문화 변화에는 집단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위로부터' + '각 층별로 구분된 ' + '전체가 한꺼번에' 변화시키는 방법이 바로 서클링 circling입니다. p39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이렇게 전사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작업이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그 결과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라면 , 어쩌면 그런 문화라면 굳이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지만 , 괜찮을 수 있겠지만 수직 계층에 익숙한 우리나 기업 조직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준거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준거력'이란 일종의 '영향력'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업문화의 재생산과 진화는 의례가 담당합니다. p47
소위 말하는 ritual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어색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거창한 큰 규모의 ritual보다는 소소한 대신 진정성 있는 ritual을 꿈꾸고 실행하고자 노력합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차 한 잔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메인 주제는 아무래도 조직생활이 되겠죠?
'음, 아이덴티티가 잘 만들어져 있구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생김새나 분위기에서 일관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58
사실 요즘의 저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 정말 열심히 잘 만드셨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외형의 제도와 운영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지만 조직의 분위기에서 그에 걸맞은 '일관성'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람들은 이미 1+1이 2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1+1이 3이라고 주장하면서 1+1=3이 새로운 것인 것처럼 포장된 느낌이랄까요.
다른 말로 하면 Customer Output Responsibility(이하 COR)의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 조립공'이 직무 중심의 이름이라면 고객 중심의 소명이라 할 수 있는 COR은 '안전 운전 수호자'라 할 수 있습니다.
Job = 사물, 프로세스, 역할이라면 COR=사람, 결과 , 책임 p99
제가 Opellie의 HRM 이야기 매거진에서 기록하고 있는 직무정보 양식의 직무 미션에서 고려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보험설계사분들을 보험 상품을 파는 사람과 고객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두 미션으로 두었을 때의 행동에서는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을까요?
조직문화는 조직의 무의식입니다. 조직에 커다란 충격을 안긴 어떤 큰 사건이 있었다면, 조직 전체는 마치 면역 체계처럼 그에 대응하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조직문화는 그것을 흡수합니다. p111
조직문화는 수많은 상호작용의 결과물입니다. 그것도 일정 시간 이상 축적된 산물이지요. 조직문화가 손에 잡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다루기 위해서 우리는 조직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본 책에서는 이를 '신화'로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인사팀 역시 '진보한 점령군'의 자리에 서려고 합니다. 대신 회사의 다른 부서는 '미개한 원주민'의 자리에 놓으려는 (무의식적) 의도였습니다. ~ 점령군의 위치에 상상적으로 가담하는 과정에서 HR이란 것이 '전문가의 , 독립된, 분리된,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p115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그 끔찍한 일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하지 않는 인사담당자가 이상하다는 말도 들리는 상황이랄까요.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HR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멸'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이름을 갖고 각자의 궤도를 돕니다. 태양과는 일정한 거리로 떨어져 있습니다. 밖으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작동하지만, 중력에 의해 일정한 궤도를 유지합니다. 그 중력이 바로 기업문화이자 전체 태양계의 신화입니다. p172
따라서 조직문화를 그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태양'을 설정하는 일입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신화'이고 우리가 기업에서 말하는 최고의 핵심가치가 될 듯합니다.
A의 메시지 M은 직접 B에게 전달되지 않고 언제나 매개 S를 거쳐 B에 전해지는데, M은 '의도한 바'는 사라지고 단지 '전달되었다'라는 사실만이 전달되는 형태입니다. S가 상급자라고 가정한다면, 이의 주된 원인은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의 위임 delegation'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229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혹시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 떠오르지는 않으신가요? 약간의 헛웃음과 함께 말이죠.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의 위임"이라는 문구는 우리가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할 문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착하면 가난하다', 거꾸로 '부자가 되려면 탐욕스러워야 한다'라는 세계관입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제비라는 매개자에 의해 바뀌게 되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매개자에 의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착함'과 '부유함'이라는 두 대립항이 만나버렸죠. 결국 '착해야 부자가 된다'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p253
HR을 하는 담당자들이 추구해야 할 HR의 역할은 결국 이러한 매개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 HR제도에 대한 설계와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좋은 책을 미루고 미루다 늦게야 읽은 저 자신에 대한 반성과, 그럼에도 꿋꿋하게 책상 어딘가에 자리 잡고 묵묵히 기다려준 책, 그리고 그 책을 탄생시킨 저자 신상원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