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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12. 2021

리더, 불완전함, 그리고 솔직함

조직 내 리더로서, 리더를 말하는 이로서 나를 돌아보기

최근 현장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리더의 역할에 대한 고민일 듯합니다. 스스로 리더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HR이라는 일을 경영의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고 동시에 작은 기업의 인사팀을 맡고 있는 팀장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리더의 역할을 고민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돌아보아야 할 대상으로 일단 제 자신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정작 말하는 인사팀은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일일 겁니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에 그 누구보다도 더 자신이 하는 말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이지요. 팀장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고 팀 리더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팀장 내지 팀 리더이기 이전에 저는 사람으로서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숫자보다 글자를 더 좋아하고 정해진 공식보다는 만들어가는 논리와 맥락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모든 걸 다 잘하는 건 스스로 불가능함을 알기에 제 삶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리가 매우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HR이라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그러한 모습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HR이라는 일을 중심으로 주변 분야와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HR을 단순한 운영이나 지원업무로 보는 대신 경영이라는 관점으로 보려는 노력입니다. 나름 HR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T자형 인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팀 리더를 맡으면서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제가 가진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었습니다. 입사해서 함께 일할 친구에게 제가 했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HR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드릴 수 있지만, (제가 입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저보다도 대리님이 더 잘고 있다는 점에서 선배가 되기도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순간 말에서 실수를 했다는 생각을 한 경우입니다. 말하는 순간 스스로 실수였음을 느꼈지만 바로 사과를 하진 못했습니다. 이후 계속 마음속에 그 단어가 맴돌았고 다음 날 아침 함께 일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어제 그 단어는 제가 실수했던 듯합니다. 편해질수록 조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합니다."

리더라는 자리가 늘, 언제나, 항상 옳은 판단을 하고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 리더도 사람이기에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그 불완전함에 솔직해지는 것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리더의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공유하면 그다음에 할 일은 불완전함을 채우는 노력일 겁니다. 부족함을 완벽하게 채울 수는 없겠지만 그 불완전함을 줄여나갈 수는 있을 겁니다. 불완전함을 채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리가 인식한 불완전함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그 채우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지원하고 면접에서 왜 대학원에 지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대답도 그렇습니다.

"실무를 10년 남짓 해왔는데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게 있었습니다. 학문적 공부가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지원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무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리더로서 그 부족함을 채우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말하라면 저는 팀원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리더와 다른 세대의 경험을 가지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매번 이야기하고 있지요. MZ세대는 다르다고. '다르다'라는 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다르다는 건 우리가 가진 불완전함을 그들을 통해 채울 수 있고, 반대로 그들이 가진 불완전함을 우리를 통해 채워줄 수 있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일전에 코칭이라는 단어에 대한 제 나름의 개념 정의를 이야기한 적이 있지요. 코칭을 하는 이와 코칭을 받는 이가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들어 주어 생각이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리더는 조직 내로부터 인정받아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그 확장된 다양성을 수렴하는 역할로서 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 글의 몇몇 글들을 보셨다면 조금 익숙한 내용일 듯합니다. 인사담당자의 역할과 그 정의가 같거든요. 궁극적으로 각 단위 조직의 리더분들이 HR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리더들이 HR의 역할을 정말 잘해서 조직 내 HR 기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하더라도 그게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증적 연구를 진행해보았거나 기존 문헌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았기에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현장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HR담당자이자 HR팀을 맡고 있는 작은 단위조직의 리더로서 스스로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가지고 있어온 생각들을 조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여느 제 글이 그렇듯 제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리더로서 모습을 갖춰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를 한 단어로 이야기한다면 '솔직함'이 될 듯합니다. 불완전함에 솔직하고 알고 있음에 겸손하고 불완전함에 솔직함이 두려워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랄까요. 제 방 한 켠에 있는 액자의 한 구절을 남겨 봅니다.  

두려움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승리 앞에 겸손함을 아는 그러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 '내 아들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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