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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01. 2021

HR과 인간으로서 권리

사람을 대하는 일로서 HR의 모습에 대하여

대학원 학기 중 타 전공 과목을 하나 듣고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 아는 게 HR이라고 수업 중에도 자유주제 선택시 HR관련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어서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HR에서 인권이라는 주제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솔직히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인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다만 사람에 대해 늘 생각하기에 그 개념의 어느 선상에 인권과 관련된 요소들이 있을 듯 합니다. HR을 하면서 생각하는 - 지극히 사견이지만 -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게 된 계기입니다. 


타 팀의 구성원 한 분이 저에게 별명을 하나 지어주었습니다. "전공책"이라는 별명입니다. 이론적 학문적 지식이 해박하다는 의미라면 좋겠으나 그보다는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에 가까운 개념으로서 전공책입니다.(실제로도 학문적 이론적 지식이 높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원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원칙』과『기업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인 공동체로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의 두 가지 입니다. 전자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후자의 중심에는 성과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본원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일전에 책이야기를 통해 리뷰를 남겼던 김현경 님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에 소개된 개념을 잠시 인용해보려 합니다.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이 다른 점이다. ~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님 / p31

정리하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으로서 원칙'은 자연적 사실의 영역으로서 '인간'으로, '기업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인 공동체로서 지켜야 할 기본으로서 원칙'은 자격 내지 타인의 인정으로 만들어지는 '사람'의 개념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다소 극단적인 직장 내 이슈들을 포함하여 이와 유사한 현실적인 현상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 혹은 이러한 원칙들을 고민하지 않은 이들로 인해 발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현실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위에 소개한 김현경 작가님의 책에 제시된 '환대'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 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p193

이는 채용이라는 절차를 통해 인정과 자격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그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주고 인정하며 그가 '사람'으로서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래서 그가 분야애서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하여 다시 한 번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환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 '사람'이라는 점일 듯 합니다. 


환대의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드라마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의 하나를 돌아보면 수술실에서 후임 의사가 무언가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정석에게 전화를 걸고 조정석이 수술실에 들어가 마무리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간 조정석은 수술을 마무리하지 못한 후배의사에게 화를 내는대신 그럴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추후에도 필요하면 불러도 된다는 말을 합니다. 후배의사가 의사로서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하고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래서 그를 한 단계 더 나은 '사람'으로 다시 한 번 만들어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본 책의 내용으로 김성준 박사님의 '탁월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의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용) (그대로 인용하기는 어려우니 대략 요약하면) 임원급 미팅이 있었고 해당 미팅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이상이 없던 프로젝터가 작동을 안하는 상황에서 팀장인 상무님은 해당 차장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반면 전무님은 차장이 프로젝터를 만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다독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책에 나온 전무님의 말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도 옛날 실무자 시절에 OHP같은 기계가 말썽을 부려서 등줄기에 땀이 후줄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되돌아봐도 정말 아찔합니다. 강차장이 어제도 저에게 포인터 작동법을 알려주고, 여러 가지 점검을 다 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기계라는 게 우리 맘 같지 않잖아요. 프로젝터가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사장님과 임원님들,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한 과정들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위 일화에서 강차장 님은 조직으로부터, 그리고 조직의 리더를 통해서 '환대'를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러한 개념으로서 '환대'를 이야기함에 있어 그 밑바탕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노력'이라는 요소입니다. 노력을 했으나 결과가 불완전했음을 말합니다. 김성준 교수님의 책에 언급한 차장님 처럼 말이죠. 환대라는 것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말합니다. 


사견임을 빌어 '사람'은 자연적 사실로서 '인간'을 기본으로 합니다. 자연적 사실로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으로서 환대는 존재하기 어려울 겁니다. 기업에서 HR을 하면서 '인간'으로서 존중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구성원 그 누가 되었든 말을 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혹여나 순간적으로 인간으로서 존중에 대한 실수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사과하면 됩니다. 지금 이 글을 기록하는 저도 그렇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중이 뒷받침된다면 사람으로서 지적에 대해 어쩌면 조금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상호 신뢰 라는 관계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HR에서 인권이라는 주제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이제 다시 위에서 마주한 질문을 돌아봅니다. HR에서 인권은 중요합니다. 이는 인권을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 받는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납니다. 뉴스에서 들리는 HR과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들을 들을 때면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인권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HR이라는 일을 다루면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하는 인사담당자들도 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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