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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16. 2021

리메이크 HR

오늘날 HR의 모습에 대하여

출퇴근 길에 노래를 듣곤 합니다. 조금 변화가 필요할 땐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노래나 팝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냥 느낌상 좀 더 듣기 편하다 느끼는 노래들을 찾아 듣기도 합니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를 오간다고 할까요. 그러다 간혹 들어봄으로써 익숙함과 처음의 새로움이 만나는 지점의 노래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른바 리메이크 곡입니다. 

리메이크(영어: remake)는 어떤 창작물을 그것과 같은 장르나 다른 장르로 다시 바꿔 만드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창작의 주체는 다른 사람이지만, 가끔은 최초 창작자 본인인 경우도 있다.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거나 시대 상황, 배경에 맞추어 재해석한다. - 출처: 위키피디아 '리메이크'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리메이크의 의미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어떤 창작물을 시대 상황, 배경에 맞추어 재해석한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리메이크 곡을 들으면서 다시 버릇이 등장했습니다. 리메이크라는 단어를 통해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사견임을 빌어 HR을 일종의 장편소설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어쩌면 결말이 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장편소설입니다. HR을 하는 우리 인사담당자들은 그 장편소설의 중간에 개입하여 HR이라는 하나의 장편소설을 이어가고 만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렇기에 기존에 어떻게 해왔는지, 기존에 왜 그렇게 해왔는지, 그렇게 해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이를 '현재 상태'로 인식하고 비로소 '바람직한 상태'로 가기 위한 현재의 움직임을 하게 됩니다. 


개인 경험을 빌면 우리는 이 중 기존에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이해하지만 기존에 그렇게 해왔던 이유와 그러한 방법론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무관심해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리메이크보다는 모방에 가까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중요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데 HR제도는 기존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일정 간격을 두고 나름 새로워 보이는 개념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MBO를 비롯해 BSC, 역량을 포함해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6 sigma 같은 방법론들이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러한 제 생각에 OKRs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OKRs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냐고. 저는 OKRs를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론으로는 이야기하지만 novel idea로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MBO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앤드루 그로브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의 구절을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MBO의 기본 원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면 그곳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성공적인 MBO 시스템은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충족시키면 된다.
1. 어디로 가길 원하는가 [이 질문의 답이 목표 objectives다.
2. 그곳에 도착했는지를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이 이정표 혹은 핵심 결과 key results다. p161


HR-remaker로써 우리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 혹은 그러한 제도를 찾아내는 역할보다는 기존의 방식과 왜 하는가, 그리고 그 방식이 현재 어떤 모습의 이야기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본질적인 목적을 위해 오늘날의 상황, 배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역할로 정의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돌아보면 HR을 하면서 왜 하는가와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누군가는 많지 않았던 듯합니다. 실제 우리들도 어떻게 했는지에 더 관심을 두었고 다른 두 영역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가졌지요. HR을 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왜 하는지를 모른 채 현재만을 보고 HR을 한다면 하나의 장편소설로서 HR이라는 일이 만들고 전하는 이야기는 만들어지기 어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예술로서 가치를 바라보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서 HR로 이어지고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이 되겠지요. 담당자가 바뀌면서 전임자가 했던 일에 대해 그것들을 부정함으로써 현재를 나아 보이게 하는 경우처럼 말이죠. 


HR과 HR-er에 대한 '엉뚱한' 그래서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기존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는,

"HR에 대한 엉뚱한 상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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