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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22. 2021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들에
얼마나 솔직할까?

솔직함에 기반한 말하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 오랜만에 대학 선후배들이 모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 한 분이 저와 대화를 하던 중 말을 합니다. 많이 변했노라고. 대학시절엔 너무 말이 없어서 걱정했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당시에는 말을 잘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스스로 돌아보면 대학시절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HR을 기준으로 4~5년 정도까지는 말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말을 잘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은 저에게 있었지요. 생각은 많은데 그 생각에 대해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기에 계속 검증하고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솔직하게 부족함을 인정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더욱이 조직생활에서 누군가에게 솔직해진다는 건 그 솔직함을 이야기하는 상대방에게 부족함을 말했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당시 제 윗분들에 대해 그러한 신뢰를 갖지는 못했었습니다. 물론 1~2분 정도 그래도 털어놓을 수 있는 분들이 있긴 했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그 시간을 이겨낸 힘의 한 축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구성원 한 분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complain이었는데 대화의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저를 믿어주실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인사팀장으로서 한 개인을 믿어 달라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그 기반으로  '말의 솔직함'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단지 불평이라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주니어 시절 어느 HR스터디 모임에서 일입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상황이었고 어쩌다 제가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요.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 스스로 말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제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 있음을 인식한 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모름에 대해 솔직해지면 되는데 그걸 감추기 위해 스스로 논리와 말을 만드는 제 자신을 마주한 셈입니다. 


솔직함에 기반한 말하기는 이후 제가 말하기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원칙이 되었습니다. 아는 것에 솔직하고 모르는 것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조금 더 알고자 노력합니다. 배움의 과정이 그렇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글을 쓰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간혹 말을 바꾸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사람으로서는 좋은데 많은 경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하기를 하는 경우들입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하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솔직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하기는 시간이 지나 이후의 다른 상황에서 다시 다른 형태의 상황 모면을 위한 말하기로 이어지며 이는 말 바꾸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모르는데 아는 척을 한다거나 지식이나 실무적 기반 없이 외형적 권위에 의존하여 자신을 위한 말하기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개인 경험을 근거로 이러한 말하기는 일이나 이슈의 해소라는 목적보다는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위한 말하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함에 기반한 말하기를 하기 위해 제안하는 건 배움과 돌아보기의 두 가지입니다. 배운다는 건 적어도 내 자신이 조금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분야를 가지고 있다는 건 다른 분야에 대해서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 내지 용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모름을 인정함과 동시에 자신이 아는 분야에 대해 필요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 이기도 합니다. 돌아보기란 자신이 조금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배움과 동시에 돌아보기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돌아보기는 이러한 잘못된 알고 있음을 스스로 바로잡는 과정으로 우리가 알고 있음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 줍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불완전함에 솔직하지 못하면 우리는 디딤돌 없는 말하기를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말하기는 우리가 했던 말을 스스로 번복하면서도 억지로 당당해지려는 우리들을 만들지도 모릅니다. 


HR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말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느끼는 가장 강력한 말하기는 '솔직함에 기반한 말하기'가 아닐까 조심스레 기록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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