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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31. 2021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부제: 감시 vs. 관찰

자율적인 행위를 하는지 감시하는 조직은 자율적인 조직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율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HR을 하는 저도 자율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한 명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같이 무엇을 자율적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합니다. 만일 기업 구성원 전원이 하는 모든 행동이 경영자 내지 기업 오너 관점에서 마음에 드는 현실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걸 자율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만일 누군가 경영자 내지 기업 오너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자율적 행동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경영진에게 NO를 말할 수 있는 구성원은 자율적인 인재로 보아야 할까요? 부정적인 인력으로 보아야 할까요?


이 질문들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가 짚고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물리적 공간으로서 조직과 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자율이란 어디까지나 우리 기업이라는 물리적 범위 내에서의 자율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범위 안에서 제도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그 힘을 제공합니다. 인사제도도 그렇습니다. 해야 하는 것 내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만들어내고 제시합니다. 구체적일수록 구성원의 행동에서 자율적 판단의 영역이 줄어들게 됩니다. 많은 경우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규정을 만듭니다. 그렇게 행동은 더 제약됩니다. 최근 채용과 관련된 법들을 보면 그래서 더 우려스럽습니다. 자율성의 여지를 아예 없애려 하는 듯 보이는 까닭입니다. 많고 구체적인 규정들은 결국 구성원을 실에 매달려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아닌 감시하는 조직문화로 이어질 겁니다.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한다면 감시하는 문화를 배제해야 합니다. 문제는 앞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조직과 제도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제약하는 방향성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속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경우(제도를 시행한다는 공지만 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구성원은 제도에 대해 자율보다는 수동적 관점에서 인식을 할 가능성이 좀더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인식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인식을 다 통제하고 감시하고자 하면 불가능할 뿐더러 자율적인 조직문화는 요원해질 겁니다. 이에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건 '감시'에서 '관찰'로의 전환입니다.


감시와 관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중심에 누구를 두는가입니다. 감시는 기본적으로 감시하는 자가 중심이 되어 상대방을 바라봅니다. 그들의 행동이 감시자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반면 관찰은 상대방을 중심에 둡니다.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단순히 외형으로 바라보지 않고 왜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관찰을 통해 상대방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서 비로서 그 맥락과 기업의 맥락을 연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제의 성향을 가진 인사제도이지만 인사제도 역시 통제 내지 감시의 관점이 아닌 관찰의 관점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높은 제도로서 인사평가제도에서의 관점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시의 영역에서 평가제도는 판단을 합니다. 그 판단은 구성원을 등급으로 나누고 해당 등급은 보상의 기존이 됩니다. 구성원에  대해 잘했어 못했어를 말할수 있지만 더 나은 성과와 성장하는 구성원을 만들어가기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지 못합니다. 반면 관찰의 영역에서 평가제도는  진단을 합니다.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상태를 그려보고 그 사이의 거리로서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서 관찰자의 관찰은 상대방이 '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관찰자의 전문성과 그의 인성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 그 재료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겁니다. 감시의 영역에서는 감시자의 기준이 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관찰의 영역에서는 관찰자의 기준은 재료가 됩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게 해주는 재료입니다.


모 기업과 관련된 글들을 보면서 무언가 서로 상반되는 메시지가 공존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글은 해당 기업의 문화를 감시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글은 해당 기업의 문화를 자율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해당 기업의 내부를 모르기에 재단하기란 어렵지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자율을 이야기하지만 그 조직에 감시가 존재한다면 어쩌면 그 기업의 자율은 관찰의 관점에서의 자연스러운 자율보다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감시하는 자율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기업 내 갈등을 부정적인 것으로 행동지침을 만든 기업에서 업무상 당연히 필요한 갈등 조차도 회피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우리 조직은 갈등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루 중 이렇게 저렇고 오고가는 글들 중 어느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을 남겹보니다.

감사합니다.


#심리적안정감#자율과책임#감시#관찰#인사제도#인사평가제도

#자율적인행위를하는지감시하는조직은자율적인조직이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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