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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06. 2021

좋은 기획자란 어떤 모습일까

기획자보다 HR 담당자를 좋아하는 개인의 주관적 생각

스스로를 기획자라 불러 본 적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획자보다는 HR 담당자라는 말을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기획과 운영을 마 별개의 독립된 존재처럼 분리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획자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기에 현실적으로는 흔히 말하는 R&R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R&R이란 완성된 결과물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지 기획과 운영이 별개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기획"이라는 단어를 생각의 중심에 두고 몇몇 분들을 만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획'과 '기획자'라는 단어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를 남겨보려 합니다.


1. 원리에 대한 이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50% 동의합니다. 경험이 필요한 건 맞지만 동일한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개인의 관점 내지 인식에 따라 동일한 경험이 주는 효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있는 동료분과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하다가 코딩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즘은 어린 학생들도 코딩 교육이 과정으로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개발자는 아니지만 제 관점에서 좋은 현상이라는 의견을 드렸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코딩이라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 때문입니다.

경험을 통해 경험에 익숙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경험을 통해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획을 하고자 한다면 전자가 아닌 후자의 유형으로 우리들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과거지향 vs. 미래지향

경험에 익숙해지는 사람은 과거지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어진 것에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합니다. 반면 경험을 통해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미래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이들은 경험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그 흐름을 바탕으로 오늘날과 미래의 해당 분야에서의 모습을 고민하고 이야기하고자 노력합니다. 만일 기획자가 과거지향적이라면 우리 기업의 제도는 과거에 해왔던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겁니다. 대기업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과거의 경험이라면 그것이 오늘날 &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평소 글을 통해 HR 담당자로서 저를 이야기하며 두 다리로 땅을 디디고 머리로 하늘을 향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늘을 향하는 머리는 늘 이상적이고 때론 추상적이며 어쩌면 우리가 시도해본 적 없는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땅을 마주하고 있는 발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이상적이어서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기획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직무경험은 땅을 마주하고 있는 발과 같습니다. 이는 우리가 현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경험들만으로 현재 할 수 있고 없음을 미리 단정지어 머리가 하늘을 향하는 걸 방해한다면 10년 전과 10년 후 우리들의 모습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10년 전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점진적으로 죽어가고 있음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커 속 개구리처럼 말이죠.

그래서 기획자는 두 발로 땅을 디디고 머리로 하늘을 향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 경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이상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살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3. 일에 대한 호기심

TED에 보면 '이러면 어떨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랜달 먼로(Randall Munroe)의 『"이러면 어떨까?"라고 묻는 우스운 만화』라는 영상이 있습니다. 영상의 초반부에 나오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빛의 속도에 90%나 되는 속도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치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이냐고 할 수 있지만 랜달 먼로는 이를 수학과 과학, 만화 등을 활용해 설명합니다. 그는 수학, 과학 등에 있어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가 그 전문성에 머물러 있다면 적어도 그는 위와 같은 질문을 받고 답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쓸데없는 질문이 될 뿐이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이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을 합니다.

기획자가 가져야 할 호기심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래지향적이란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말이 되게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리를 만들고 구체적 산출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획과 운영을 동시에 하게 되며 운영과정을 통해 기획을 보완하고 보다 완성된 기획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4. 겸손함

기획자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혼자서 기획한 모든 일을 다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다른 분야 동료들의 도움을 적절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간혹  어떤 기획자라는 분들을 보면 자신을 상위계층에 위치해 놓고 다른 동료들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은 조직이 자신에게 그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도 할 수 있으나 그 권한이란 일의 달성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다른 동료들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기획자는 겸손함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겸손함은 그에게 부여된 계층 권력이 아니라 그가 가진 전문성에 기초해야 합니다. 기획의 생각은 혼자 할 수 있으나 그 생각이 구체화되는 데 있어서는 다른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기획이 잘 되었다는 말은 기획자가 생각을 잘했다도 있지만 동료들의 협업이 잘 이루어졌다는 의미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HR이라는 분야에서 기획을 하고 운영을 하고 다시 기획을 보완하고 이를 운영에 반영하는 일을 합니다. 때론 기획자로 때로는 운영자로 살아가면서 생각한 '기획'에 대한 생각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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