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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08. 2021

팀원에게 화내지 않기

4년 차팀장이 지키고 있는 원칙 하나

공식적으로 팀장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해왔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팀원분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실제 지난 3년 남짓동안 나름 잘 지켜온 원칙이기도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물론 저 역시나 여전히 부족하기에 계속 배우고 생각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팀원분들의 경우 저보다 좀 더 경험이 적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팀원분들이 하는 이야기의 많은 경우 제가 해보았던 생각들과 비슷한 점이 있기에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어쩌면 제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다 그들이 실제 일을 통해 경험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더 좋은 배움이 되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할 일은 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하는 일을 기준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일이 될 겁니다. 그 피드백이 '사람'이 아닌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말이죠

(사람과 인간의 구분에 대하여는 제 글 중 인용했던 김현경 님의 개념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팀원에게 화를 내지 않는 다른 이유는 팀장이라는 조직의 공식적 권한을 가진 이로서 팀장이 가진 내재적 힘에 근거하지 않고 조직으로부터 부여된 외재적 권한을 활용하기 매우 쉽다는 점입니다. "야 그냥 해"라고 말을 해도 팀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쁘지만 혹은 왜 하는지 이해는 안되지만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말합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될 수 있고 이는 팀 내 다양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이건 일종의 '의도적 연습'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자칫 해서는 안될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서는 안될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자칫 해서는 안될 실수들이 당연한 것 내지 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일전 소개드렸던 제 일화처럼 팀원에게 무심코 던진 말이 실수가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음을 말합니다. (참고로 저는 인사팀원을 포함해 다른 팀의 팀원분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팀원분들에게 싫은 소리를 아예 하지 않아야 할 겁니다. 중요한 건 사람과 일(김현경 님의 개념을 빌어 인간과 사람)을 구분하는 점에 있습니다. 팀장은 팀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성과에 관한 일련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팀원은 팀장보다 직무경험이 더 부족할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실수나 놓치는 부분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팀장은 일을 관리함으로써 그 사람이 일에서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때로는 주의 내지 개선에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화내지 않기는 다음의 문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를 정답으로서 팀원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닌 팀원을 이해하는 경험으로 활용하기

X세대 팀장이 MZ세대 팀원을 대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최근 뉴스에 연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님에도 관심사가 그렇기에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직장 내 갑질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며칠은 '젊은 꼰대'라는 단어도 자주 들리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짐작컨데 그 갑질의 행위자들은 많은 경우 인간과 사람, 사람과 일에 대한 구분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두고 자신에게 주어진 외재적 권한을 자신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조금 아립니다. 제가 HR을 하고 있기도 하고 나름 HR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들려오는 부정적인 말들에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대다수의 HR 담당자분들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그 불편함의 해소를 위해 또다시 외재적 권력을 활용하면 일시적 현상은 줄어들 수 있으나 앞으로의 시간에 또다시 비슷한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나쁜 일은 놔두면 알아서 발생하지만 좋은 일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라떼"를 팀원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나 외재적 권한을 자신의 힘으로 활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면 "라떼"를 팀원을 이해하는 경험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동시에 배우는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건 팀장으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는 것인 이유로 '의도적 연습'이 필요합니다. 만일 팀장이 분야에서 나름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이 '의도적 연습'은 조금 더 수월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인식하는 부족함에 대한 인식이 상대방 입장에서는 겸손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모 기업의 대표님과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기술을 시작으로 영업 등을 거쳐서 회사를 키워왔고 회사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고 마지막 분야로 인사를 만났는데 인사라는 분야는 하면 할수록 종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흔히 하는 이야기 중 실무자로서 높은 성과를 낸 분들이 리더가 되어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실무자로서 우리는 우리가 직접 행동하여 성과를 내면 되지만 리더로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여기에는 필요한 경우 리더가 실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사회적 이슈가 시간이 지나 잊혀지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팀장 등의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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