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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24. 2021

HR에 있어 환대의 의미

HR, Hospitality Relations

HR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많은 분들은 HR을 Human Resources라 말했지요. 이후 HR에 대한 여러 모습을 만났습니다. 혹자는 Human Capital이라고도 했고 다른 이는 Human Relations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HR을 How to Resolve라고 표현한 적도 있습니다. 실무자란 일을 수행해서 현상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어느 관점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굳이 HR이라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HR에서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직원경험(EE, Employee Experience)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것이 정답인가를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과 강조점이 달라질 뿐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우리가 균형을 잃는 순간 상대적으로 경시되거나 소홀하게 대했던 어느 지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만든 정답이 아니라 우리가 HR을 왜 하는가에 대한,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기도 합니다. 움직이는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닌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보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시간에서 현장에서 HR을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의 HR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달리 표현하면 HR이 고려하는 수많은 요소들 간의 균형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는 지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하다가 생각은 어느 드라마로 이어졌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드라마는 어쩌면 조금은 낯선 드라마입니다. 오늘날 매체들을 통해 들려오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들과 거리가 먼,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잔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극 중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교수라 불리는 인물들은 자신이 교수임을 내세우지 않고 후배 의사들이 의사로서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직간접적으로 도와줍니다. 그들이 하는 실수에 대해 엄하지만 따뜻하게 행동하고 생각을 전달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교수로서 권위를 인정받고 후배 의사들은 의사로서 자신을 조금 더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야기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 우리는 '환대'라는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에서 저자인 김현경 님은 환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회 안에 자리를 갖는다는 것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연기하려면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소품이 필요하다.  p193

그리고 오늘날 HR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환대'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에 HR에서 H는 Human을 이야기했다면 오늘날 HR에서 H는 단순히 일의 대상으로서 '사람'의 의미를 넘어서 『타자로서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의미하는 Hospitality로서 H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날에 있어 H가 단순히 일의 대상으로서 Human이 아니라 Human으로서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환대 Hospitality로서 역할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노력까지 HR이 간섭할 수는 없을 겁니다. HR이 할 일은 그들의 '노력'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들이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소품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전에 제가 현 기업에서 인사팀 역할을 소개하며 "기업과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는 것"으로 이야기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말장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단어도 그 단어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HR이라는 단어도 그렇습니다. HR을 Human Resources, Human Relationship, Human Capital, Employee Experience, Employee Relations 등 HR을 바라보는 관점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HR이라는 일이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나름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HR을 Hospitality Relations이라 표현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들을 돌아보고 HR이 균형 있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기록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환대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조금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과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환대의 관계를 갖추기 위해 각자 스스로 해야 할 노력과 서로에게 해야 할 노력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좀 더 나은 모습으로의 환경, HR의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HR #환대 #Hospitality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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