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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18. 2021

무엇을 관리할까?

근로시간, 사람에서 일로의 전환

주 52h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근로시간에 기반한 일에 대한 의견들이 종종 보입니다. 과거 어느 글에서 저도 그랬듯 근로시간에 기반한 관리는 적어도 오늘날 , 그리고 아마도 미래로 갈수록 더 산업현장과는 맞지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로시간, 사람, 일 우리는 무엇을 관리해야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HR을 해온 시간이 16년이 되어가지만 사실 저 역시나 과거의 HR의 흐름 중 어느 중간에 들어와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저도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조금 생각을 풀어보려 합니다. 


경영의 관점에서 HR은 어떻게 하면 기업과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인사팀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기업과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는 역할로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과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우리는 근로시간, 사람, 일 등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할까요? 어떻게 관리하는 게 성장이라는 본질에 조금 더 가까울까요. 본 글은 이 질문에 대한 한 개인의 생각입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간을 바라보는 오랜 논쟁 주제입니다. 경영진은 구성원을 믿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성선설을 유지한다면 경영진은 구성원이 공동의 선을 추구하리라 믿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통제를 최소화할 겁니다. 반대로 성악설을 유지한다면 경영진은 구성원을 감시와 감독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행위를 하게 되겠지요. 전자에서는 제도를 최소한으로 두겠지만 후자는 제도의 역할을 크게 만들 겁니다. 전자에서 구성원들은 이렇게 하면 된다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후자에서는 일일이 상급자의 허락을 구하거나 규정을 요구하는 모습들로 나타날 겁니다. 전자는 스스로 하는 판단에 대해 책임을 갖지만 후자는 그 책임을 규정과 보고로 돌립니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전자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경우 우리들은 후자의 모습을 취하기도 합니다. 


근로시간과 근무장소

근로시간을 이야기하며 성선설과 성악설을 이야기하는 건 근로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통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상급자들이 보이는 곳에 있는 것으로 우리는 그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인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구성원을 통제하는 일은 만일 우리가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요소에 기반한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추구한다면 지향해야 할 일 하는 방식에 대한 관리기준으로 삼기는 그리 바람직한 관리기준이라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당연하지만 하지 못하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근로시간과 근무장소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건 결국 믿지 못함의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의 유무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건 관리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애초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것일 뿐입니다. 과거엔 그 제한적인 요소만으로도 성장에 있어 무리가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그게 말 그대로 '제한'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TED 영상에서 오리지널스를 이야기하며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일을 머리에 두고 지뢰찾기를 한 후 일을 하는 그룹과 지뢰찾기를 먼저 한 후 일을 부여받은 그룹의 차이에 대해 말이죠. 만일 우리들이 일을 머리에 두고 지뢰찾기를 하고 있다면 우리들은 오리지널스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만 지뢰찾기를 하는 그 순간의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을 할 경우 우리들은 그냥 일을 안하고 노는 사람이 될 겁니다. 과거에는 보이는 것만을 관리하는 것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 오늘날은 보이는 것을 포함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믿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관리하겠다가 아니라 일을 하는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근로시간/근무장소 대신 산출물 기반으로

일전에 어쩌면 미래의 우리들은 프리랜서와 같은 형태로 일을 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어느 기사글을 인용하여 이야기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why - what - how를 이야기합니다. 사이먼 시넥은 그의 TED 영상에서 golden circle을 이야기하며 why - how - what을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순서를 살짝 바꿔보려 합니다. why와 what이 정해지면, 다시 말해 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why와 what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how는 그 일을 수행하는 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why와 what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관리를 하지만 how에 자율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통제 관점의 관리와 차이점을 가집니다. (여담으로 그 how에서 팀리더의 역할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아울러 why - what - how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일과 일의 성과를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시간/ 근무장소에 대한 관리와도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근로시간 통제에 대하여

근로시간 통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답하기 참 어렵습니다. 주 44h시절에 토요일 오전에 출근했지만 오후에도 퇴근할 수 없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보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법률로 근로시간을 강제하는 것이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 제도가 많아지고 세분화될수록 현장에서의 다양성은 무시되거나 존립하기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trade-off가 발생합니다. why - what - how의 관점에서 근로시간에 대한 통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저처럼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 글쓰고 학교를 다니며 인사 관련 전공을 하는 건 어찌보면 일이라기보다는 하나로 연결된 삶에 가깝습니다. 그 중심에는 인사라는 일이 존재합니다.


정답은 없을 수 있지만 방법론은 있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늘어난 비대면 근무환경 속에서 근로시간과 근로장소를 기준으로 하는 관리는 더욱 적합하지 않은 방법론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에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어느 기업 담당자분과 대화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 시행할 땐 성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시행하고 나니까 누가 일을 하고 누가 일을 하지 않는지가 보이더라 라는 이야기입니다. 


근로시간과 근로장소가 아니라 일의 why와 what을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도적 장치들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해주면 좋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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