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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28. 2021

근무장소/시간 관리에서
일 중심 관리로의 전환

보다 본질적인 영역을 측정하기

평소 글을 통해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에 대한 관리로서 근태관리보다는 일, 특히 산출물을 기준으로 하는 관리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현업에서 근태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한 생각들을 조금 남겨보려 합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 If you can't measureit, you can't manage it"

HR이나 경영을 공부하거나 혹은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Drucker Institute에 따르면 사실 이는 Perter Drucker 교수님이 하신 말이 아니라고도 하지만(참조 site https://www.drucker.institute/thedx/measurement-myopia/), 아무튼 현실에서 우리들은 이 말을 신봉하여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측정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자 애를 썼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남은 건 과도한 문서작업이었고, 그렇게 측정을 위해 만들어 놓은 지표들이 오히려 우리가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도록 기능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데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아마도 그 작업을 수행했던 실무자들은 이미 경험적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측정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암묵지들이 그럴 겁니다. 장인 Craftman이 가지고 있는 암묵지는 성과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를 문서화된 지표로 측정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말씀드리는 것처럼 제도는 기본적으로 통제의 성격을 가집니다.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제도로서 근태관리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통제를 위해 우리는 '측정'과 '관리'의 성격을 활용해왔습니다. 일의 성과를 위해 일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우니 그 일을 둘러싼 환경으로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경영, 성과의 관점에서 항상 부적절한 것만은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산업화 등에 있어 우리 사회가 지식사회 혹은 정보사회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하기 전까지는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측정과 관리는 나름 성과로 이어가기 위한 타당한 도구였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오늘날에 있어서도 특정 장비를 운용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내는 장치기반 산업 등에서는 여전히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의 관리는 중요한 측정과 관리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에 있어 자율성은 사실 최근에 등장한 이슈는 아닙니다. 다만 기존의 사고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를 시도하는 이들이 아주 적었을 뿐이죠. 문득 상대평가를 주장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더 이상 상대평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이러한 움직임을 함께 하지 못했던 우리 기업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선택은 유지, 혼합, 전환의 세 가지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유지는 말 그대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기반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우리는 주 52시간 제도 도입과 더불어 점심시간, 흡연시간, 티타임 등을 통제하려는 모습들을 언론 등을 통해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혼합은 종전의 방식에 약간의 유연성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부분 재택을 하거나 근로의무 시간을 줄인다거나 회사 근처의 조금 더 편한 장소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의 모습입니다. 전환은 말 그대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이라는 기준을 버리고 다른 기준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내부 상황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최근 메타버스 등의 도구들이 제공되면서 이러한 움직임들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어 보입니다. 


일 중심의 관리는 '전환'을 선택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관리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 중심의 관리는 유지나 혼합을 선택한 기업에서도 충분히 가치를 제공하는 관리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유지나 혼합을 선택한 경우 일 중심의 관리는 종전보다 더 적은 시간으로 종전과 동일한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야 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점에서 그 가치를 가집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장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에 대한 반 강제적 탈피와 이를 지원하는 도구적 기술의 등장은 그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을 유인하는 속도를 더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가 일을 하고 있는가? 혹은 누가 더 많이 일을 하는가? 가 아니라 누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혹은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로 질문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일 중심의 관리를 위해 개인적으로 강조하는 건 리더의 역할입니다. 혹자는 HR이 리더에게 HR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당신은 무엇을 할 건가?라고 묻기도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HR을 특정한 기능 조직으로만 이해할 뿐 HR이 특정한 기능 내지 행정업무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람을 고민하는 역할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가 HR을 하는 상황에서 HR의 역할을 Coach2라는 개롤드 마클의 개념을 살짝 변형한 개념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코치로서 리더에 대한 코치라는 의미입니다. 


일 중심 관리에서 리더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각 직무별로 일에 대한 기준을 잡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직무에 있어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관찰, 관여,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기본적으로 직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전문성은 단순히 경험이 많다거나 오랜 기간 근무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제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이와 관련한 생각 도식을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성 개념에 대하여 by Opellie

일 중심 관리에 있어 리더, 특히 팀 리더는 '아는 것에 대해 명확하고 제대로 알고 있음에 대한 자신감'과 '모르는 것에 대한 겸손함'의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겸손함'이라는 단어로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전문성을 가진 리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대략 11년 정도 전에 있었던 일인 듯합니다. 점심시간에 동료분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당시 어느 차장님이 대리였던 저에게 불쑥 질문을 하나 하셨습니다. "집에 가서도 회사 생각하니?"라는 질문입니다. 거의 망설임 없이 바로 "아니오"라는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대신 일 생각은 합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며칠 전에 회사에서 다른 동료분과 미팅을 하다가 문득 "일은 누구를 위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제가 한 생각은 '일을 위해서'입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혹은 '회사를 위해서' 혹은 '상급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르게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을 누가 했는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측정하고 그 측정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그것이 기업과 구성원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일 겁니다. 근무시간이나 장소와 같은 적어도 오늘날 많은 경우에 있어 측정의 의미가 가진 중요성이 낮아진 시점에서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영역으로 일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를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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