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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5. 2021

대화가 안된다

'대화가 안된다'에 대한 어느HR 담당자의생각

면접이라는 시간은 참 어렵습니다. 제가 면접관일 때도 반대로 제가 지원자일 때도 늘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면접이라는 절차는 '대화'를 그 도구로 하기 때문입니다. 대화는 비단 말하는 것만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그가 하는 행동이나 대답하는 방식, 질문에 대한 이해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단순하게 하지만 어렵게 말하자면 면접이라는 시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면접관과 지원자)이 만들어가는 대화의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전 어느 대표님은 당시 인사담당자였던 저에게 이번 면접은 많이 힘들었노라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호 간 대화가 안된다입니다. 대화란 대화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 '주고받음'이 안돼서 면접을 진행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인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할까요. 결과는 짐작하시는 바와 같고, 더불어 1차 면접을 진행했던 팀 리더는 면접에 대한 별도의 피드백을 해 드려야 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갔던 해에 태어난 친구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면담의 과정으로 그 친구와 같이 이야기를 조금 했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어떻게 느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친구와 대화가 안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HR입장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일정 수준 이상 전달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웃으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최근에 종종 회자되는 MZ세대에 대한 '다름'에 대한 이야기들도 결국 '대화가 안된다'로 귀결됩니다. 서로가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사고방식도 다른데 그다음을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이상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상황입니다. 


MZ세대와 관련하여 공정성에 대한 이슈도 그렇습니다. 공정성이란 그 기준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공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그 기준을 적용하는 절차의 공개, 그리고 그 공정성의 대상이 되는 제도를 운영하는 조직이나 사람 등의 주체에 대한 신뢰라 할 수 있습니다. 신뢰라는 것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함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공유하는 것으로서 '정보공유'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공유를 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중요한 수단은 당연하게도 '대화'입니다. 

솔직히 MZ세대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유독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언론 등을 보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습니다. 공정성이란 비단 MZ세대뿐 아니라 기존의 우리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인사평가 등급 피드백을 받으면서 내년도 A를 승진시켜야 하니 이번 평가는 네가 좀 양보해라 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우리들도 그 결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요즘 정치인들이 많이 그러하듯 자신을 내세워 보이기 위한 가장 쉬운 일은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반면 경력자로서 이직을 할 때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존의 HR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것을 부정함으로써 나 자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그렇게 해왔던 이유를 이해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방식입니다. 간혹 그 과정에서 기존의 분들이 저에게 '틀렸다'는 말을 건넸던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당황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웃으면서 설명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틀렸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이해하면 대화가 조금 더 쉬워집니다. 물론 노력이 필요하지요. 


대화를 한다는 건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화가 어렵다고 해서 '대화가 안된다 '고 단정 짓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화가 안된다고 단정 짓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분리하고 분리된 집단에 프레임을 씌웁니다. 모든 세대가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수 있음에도 MZ세대는 다르다며 그들과 공정성을 연결 짓는 일처럼 말이죠. '대화가 안된다' 대신 '대화란 어렵다'라는 말을 하고 어렵지만 동시에 우리가 매일 하는 대화를 통해 조금 더 쉽게 만들어가 보고자 노력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길 희망합니다. 


어려운 대화가 조금 더 쉬워지기 위해 우리들에겐 '대화에 대한 의도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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