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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7. 2021

말한마디의힘

우리들의 말한마디가서로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 하나

대학에 입학해 참석한 첫 MT였습니다. MT 마지막 날 둥글게 둘러앉아 종이에 각자 이름을 쓰고 옆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롤링 페이퍼라는 걸 그때 처음 만났지요. 그렇게 돌고 돌아 제 이름이 젂힌 종이가 다시 저에게 돌아왔을 때 눈에 들어왔던 말이 있었습니다. 

"영혼이 맑은 아이"

네 물론 저에겐 참 과분한 말이었지만, 그 말은 이후 제가 스스로를 다잡을 때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한 기대를 쉽게 져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이야기 둘

군에 입대해서 100일이 조금 넘어 군 입대 후 첫 휴가인 100일 휴가를 나왔습니다. 4박 5일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복귀하는 날 집을 나서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조심스레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런데 아들, 말을 하면서 자꾸 욕을 하네"

군 입대 후 100일 여 동안 제가 하는 말이나 단어들이 욕이라 생각하지 못한 채 그냥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던 저에게 그때 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다른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고쳐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으셨고, '하지 마라'라고 하지 않으셨고 대신 말 그대로 당시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이야기해주셨기에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말을 할 때 항상 조심하고자 노력하기도 했구요.


이야기 삼

HR 담당자로서 일을 시작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던 어느 HR모임에서 만난 분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HR을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우리들의 말에 불쑥,

"대학원에 가라"

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 한 구석에는 대학원이라는 단어가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대학원 등록금 등이 부담되었기에 대신 당시 우연히 알게 된 온라인 MBA 과정을 듣기 시작했고, 네 지금은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야기 넷

역시나 HR모임에서 어느 선배분의 넋두리로 들었던 

"우리나라 기업에 적합한 HR체계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부자가 될 거야"

라는 말은 당시 HR 경험 1년도 채 안 되었던 제가 했던 생각. "그거 내가 해볼 수 있을까"으로 이어졌고 HR을 해오는 지난 16년간,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HR을 하는 시간 동안에도 제가 풀어보기 위한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야기 다섯

"내 아들을"

물론 말로써가 아닌 글 하나가 소중한 경험도 있습니다. 제 방에 걸린 "내 아들을"이라는 글씨가 큰 글씨로 한가운데에 써 있고 그 주변으로 어떤 아들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램이 아들을 감싸고 있는 액자가 그렇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제 방 한켠을 항상 차지하고 있던 액자이지요. 아버지는 한 번도 무언가가 되라와 같은 요구를 하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 아들을"이라는 글씨는 제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시간에 있어 소중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야기 마무리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수많은 말을 주고 받습니다. 그중 누군가와의 대화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강한 인상으로 남아 살아가는 시간 동안 두고두고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그중 누군가와의 대화는 정말 오랜 시간을 이야기해도 남지 않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제 머릿속에 소중함으로 남아 있는 말들 속에는 진심으로 저를 바라보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시절 딱 1학기 동안 하숙을 했었는데 그때 하숙집 아주머니의 말씀도 그렇습니다. 사실은 생활비를 아끼느라 끼니를 건너뛰곤 했는데 하루는 "젊다고 함부로 밥 안 먹고 다니면 나중에 나이 먹어 고생한다"며 냉장고에 햄버거 만들어두었으니 가져들 가라고 해주셨던 말도 잊지 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어느 선배의 말처럼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그리고 이 일을 해온 시간이 쌓이면서 저도 과거보다는 말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한 날이면 혼자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혹여나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 글 하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며 평소의 글답지 않게 조금은 감상적인 글 하나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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