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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25. 2016

평가의 계륵(鷄肋)-등급제도

Opellie의 HRM이야기-등급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하여

많은 기업들이 오늘날 인사평가에서 상대평가에 기반한 등급제와 서열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몇몇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등급제와 서열화가 오늘날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죠. 아마도 이 목소리에 대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Microsoft가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서열화와 등급제가 부서 간 협력을 저해하고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운 사실입니다. 재밌는 건 서구의 글로벌 기업들의 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하던 국내 기업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소극적인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실제 시행했는지는 조금 미지수로 남긴 하지만 모 대기업에서 등급제를 없애겠다는 언론 기사를 내보냈을 때 우리 인사 실무자들의 반응은 이랬죠. "그런데 보상은?" 등급이 사라지면 보상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성에 대한 불안함이 증가됨을 알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지나온 시간의 대부분을 등급제와 함께 했습니다. 적용을 받는 사람이자 동시에 해당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기도 했죠. 덕분에 좋은 등급을 받기란 참 어려웠습니다.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건 제가 만들고 운영하는 제도를 자칫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등급제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 등급제에 담긴 철학이나 가치를 무시하고 좀 더 쉽게 보상 기준을 만들거나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회피 내지 구성원에 대한 통제 도구로서만 등급제를 바라보고 있었던 우리 사람들의 문제인 거죠. 등급제를 폐지하고 서술형의 평가로 바꾸는 건 등급제가 추구했던 그 가치 내지 철학을 좀 더 잘 담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등급제가 담고 있는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책이나 이론에서 이에 대해 본 적이 없기에 굉장한 권위를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등급제에 담고자 하는 철학은 [구성원에게 일종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개선" 내지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급제는 이러한 가치를 담고 있기에 '개인'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어야 하며 '보상'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갖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보상'의 도구로서 이를 바라보아왔기에 오늘날 등급제가 폐족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성원에게 일종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개선" 내지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


[구성원에게 일종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개선" 내지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담아내기 위한 등급제는 간혹 일부 평가 담당자들이 이야기하는 '차별화' 내지 '변별력 강화' 혹은 '성과주의' 등에 기대한 등급 세분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등급제가 존재하되 그 등급의 개수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3, 5, 7 등급제들을 겪어보고 운영하면서 내린 등급제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등급의 수는 '3'입니다. 굳이 영어나 S, A, B, C, D를 쓸 필요도 없지요. 그냥 '우수' '보통' '부족'의 세 등급이면 족할 겁니다.


'우수' '보통' '부족'의 세 등급은 [우리 기업의 모든 구성원은 '보통' 이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성과를 창출한다]라는 명제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구성원의 대부분은 '보통'에  해당하죠. 전 구성원의 리스트를 놓고 '보통' Level의 평가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제 각 단위 조직별로 혹은 한 단계 상위 조직별로 '우수'와 '부족'을 선별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 작업은 평가 담당자나 경영진이 아닌 bottom-up 방식의 인사평가 위원회를 통해 진행합니다. 다시 말해 각 단위 조직별로 '우수'나 '부족'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인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만일 해당 인력이 있을 경우 인사평가 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보는 방식입니다. '우수'는 당해연도 성과에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인원입니다. 이 '판단'에는 인사평가 위원회에서 해당 단위 조직의 장을 통해 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고 제시된 근거에 대해 타 단위 조직의 장 및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반면 '부족'은 '방출'의 대상으로서의 인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각 단위 조직에서 이 인원을 정할 때는 정말 내보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합니다.


'방출'은 관련 법령상의 '해고' 내지 '권고사직'에 해당하는데 이는 국내 법령상 제한이 많으므로 관련 절차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부족'의 대상자에게는 '부족'의 의미를 명확히 인지시키고 최소 2~3번의 기회를 더 부여해야 합니다.


3등급제, 그 이상도 물론 동일합니다만 , 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각 등급의 비율(%)을 고정시키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유난히도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5등급제 평가를 운영할 당시 매번 받는 이야기 중 하나가 각 등급의 비율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상위 등급의 경우 가급적 그 비율을 과하게 넘지 않도록 했지만 하위 등급의 경우 '방출'의 대상자가 아니라면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피드백을 그때마다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하위등급' = '방출 대상'이라는 공식이 이미 해당 조직에서 존재했었기 때문이겠죠.


3등급제와 5등급제 혹은 그 이상의 등급제,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굉장히 시원한 답을 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물론 3,5,7등급제를 설명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해당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생각을 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바로 인퓨처 컨설팅 유정식 대표님의 '평가를 버려라'라는 영상입니다. (아마도 유튜브 등에서 찾으면 보실 수 있으실 듯합니다.) 단적으로 우리가 채용에 있어 Right people을 선발하려고 무척이나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채용한 인재들은 기본적으로 중간 내지 그 이상은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채용을 하면서 S, A, B, C, D를 구분해서 각 % 별로 뽑는 게 아닌 이상 말이죠.


'우수' '보통' '부족'의 세 등급은 [우리 기업의 모든 구성원은 '보통' 이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성과를 창출한다]라는 명제를 전제로 합니다.


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참 어렵고 민감한 , 그럼에도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일전에 '평가'와 '측정'에 대한 개념적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전자는 '판단'의 개념이라면 후자는 '개선'의 개념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까지의 '평가'를 '판단'의 개념으로 우리가 가져왔다면 앞으로의 '평가'는 '측정'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제도를 설계,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등급제가 무조건 잘못된 혹은 부적합한 제도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등급제가 이러한 개념에 잘 부합하기 위해서 그동안 '성과주의' 내지 '변별력 강화' 등의 명분으로 세분화했던 등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각 등급에 나름의 철학을 부여하여 이 철학을 기반으로 앞서 이야기한 피드백을 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평가제도의 부작용들을 줄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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