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일,
그리고 '승자'의 의미
오영수 배우님의 '승자'의 모습을 꿈꾸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총 3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번의 이직 과정에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지막 근무일에 자리에 계신 구성원분들께 그동안 감사했다며 인사를 드리다가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동료 한분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 안가실래요'라고도 했고, 평소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동료 한 분은 그동안 감사했다며 카톡 메시지와 작은 선물을 보내주셨고, 또 다른 동료분은 조용히 마시는 차를 선물로 건네주셨습니다. 회사차원에서 회사를 떠날 때 선물을 받았던 적은 있었지만, 동료분들 개인적으로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한 적이 처음이라서일까요. 울컥하는 마음을 참다가 돌아서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이직을 고민할 때 그 판단에 있어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일'이라는 기준입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HR이라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일을 통한 경험이 HR 담당자로서 제 자신의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 당시 몸담고 있던 기업에서 더 이상 HR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HR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시니어로 경력이 쌓인 이후에는 HR을 통해 HR이 가치 있는 일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아무리 글을 쓰고 공부를 해도 현장에서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그건 그냥 보기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테니 말이죠. 물론 이직을 한다고 해서 그러한 증명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보다 그 반대의 영역이 더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직을 할 때 기준으로 '일'을 삼은 건 대학생 시절 아버지의 말씀에 대해 제가 한 대답을 지키는 의미도 있습니다. 당시 집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음에도 아버지는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때 '돈을 좇지 마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아들입니다"라고. 떼돈을 벌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을 쫒아다닌 지난 시간 동안 제 연봉은 나름 우상향을 그려왔습니다. 3번의 이직에서 한 번도 연봉 인상을 제시한 적이 없음에도 옮겨가는 기업에서 올려주셨던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돈이 아닌 일을 쫒는 삶'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삶의 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을 쓸 목적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왜 브런치에 글을 계속 올리고 경험을 공유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게 제가 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대가를 바라지 않음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나중에 그 덕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도움을 제공하는 순간'에 마음속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바이벌류의 주제를 가진 영화를 잘 못 봅니다. 사람을 너무 쉽게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있겠지만 그 메시지를 마주하기 위해 차마 그 장면들을 바라보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겁니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오영수 배우님의 모 예능프로그램 출연 장면을 우연히 봤습니다. 그분이 하신 말씀 중 이런 말씀이 있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 - 오영수 배우님 / 놀면 뭐하니 출연 인터뷰 중에서"
사실 누군가를 이기고 누군가에게 지는 그런 개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냥 제 자신이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흐름을 이어가고자 노력했습니다. 누군가를 이기는 승자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오영수 배우님의 말씀을 듣고 이러한 의미의 승자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한 판단이 때론 틀릴 수 있음을 알고 있고 때로는 기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내공을 쌓고자 노력한다면, 그래서 혹여나 주변의 한 두 분이라도 '그래 opellie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는 삶이라면 어쩌면 나름 잘 살았노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면 HR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사내정치를 하지 않으면 조직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도 들었지만 여전히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사내정치를 하지 않고도 17년의 사회생활과 그중 16년의 HR 담당자로서 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모험을 시작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16년간 해온 HR이라는 일을, '해왔던 일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일'로서 HR이라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HR이라는 일에 있어서 오영수 배우님이 말씀하신 '승자'의 모습을 그려가고 싶습니다. 100% 완성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시간의 문제가 아닌 opellie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승자'가 될 순 없어도 '승자'의 모습을 닮아가고는 싶습니다. 누군가를 누르고 밟고 올라서는 승자가 아니라 온전히 제 자신에게 집중하여 제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 되게 하는 모습'으로서 승자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