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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22. 2021

HR에서 성과관리의 의미

(+) HR의 역할에 대한 생각

HR의 영역 중 가장 잘하는 분야를 하나 이야기해보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HR 담당자로 살아오면서 종종 받았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경험을 만들어가던 시절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땐 조금은 모호한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대규모 기업까지 HR을 경험하면서 사실 조금씩은 다 해봤기에 만일 주어진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평가 파트에 속해서 일을 할 때 갑자기 인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하자는 제안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HR의 특정 분야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영역을 경험하면서 나름 그들 간의 연결성을 그려왔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정 수준의 경험이 쌓이고 난 이후에 이 질문을 받으면 제 대답은 늘 '성과관리'였습니다. 조금은 엉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전에도 그랬듯 제가 생각하는 인사관리는 성과관리와 거의 같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인사관리로서 성과관리라는 단어는 단순히 결과물로서 '성과'를 관리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사관리에 있어 성과관리는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개인으로서 구성원과 개인과 개인, 단위 조직과 단위 조직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기업이라는 조직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그려내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직원 경험을 관리하는 것, 일 하는 환경으로서 조직을 설계하는 것, 구성원과 구성원 그리고 단위 조직과 단위 조직 등의 조직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연결성을 확보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지표를 설정하고 했어 못했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하는지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 과정에서 HR이 역할을 수행함을 말합니다. 


그래서 HR이라는 일을 수행할 때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합니다.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는 건 사람을 무시하고 성과만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종종 보였던 '실적 쪼기'와는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을 중심으로 HR을 바라봄으로써 '일'을 중심으로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피드백과 지원을 하는 일들을 HR은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간혹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피드백과 지원 혹은 제가 종종 언급하는 '성장'이라는 단어 등이 그냥 좋은 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피드백, 성장이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개념으로서 '방향성'이라는 단어입니다. 우상향 직선은 기본적으로 '우상향'이라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방향성이 있다는 건 때론 그 방향성에 맞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음을 말할 겁니다.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함께 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가 되겠지요.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합니다. 최고의 동료를 얻는 1차 방법은 채용이라는 절차이겠지만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동료로서 유지되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 기업에 입사해서 최고의 동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어서는 HR이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채용을 HR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요소로서 사람을 찾는 단계로서 HR의 전 단계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간혹 인사관리에서 성과관리를 '평가'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일 그 '평가'가 결과 평가와 보상을 위한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본 글에서 말하는 인사관리에서 성과관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 제가 이야기한 성과관리의 개념을 보시면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인사관리와 성과관리는 서로 상하의 관계 혹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이 둘은 거의 같은 개념이라 말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사관리에서 성과관리는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구성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동료가 될 수 있도록 환경과 일, 조직의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필요한 coaching과 facilitation을 제공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구성원에 대한 보상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평가로서 성과관리가 아닌 일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전체 과정을 다루는 HR의 모습이 보다 보편화되길 바랍니다. 어쩌면 그게 HR이 미래의 시간에 사라지지 않는 직업의 리스트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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