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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06. 2021

성장과 일, 학습의 연결

opellie라는 아이에 대한 누군가의 평가 중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대기업에서 내부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구성원이 가장 희망하는 것으로 '성장'이라는 단어가 나왔던 것처럼 사실 '성장'한다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듯 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겠지요. 그런데 사실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저는 성장하기 위해 HR이라는 일을 하고 공부하고 일에 대해 고민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HR이라는 일이 말 그대로 '좋아서' 하는 것이고, 성장은 그 과정에 따라오는 일종의 산출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성장하기를 희망하지만 성장하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을 듯 합니다. 성장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라면,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 자체에 중심을 두고 사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을 제대로 한다면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의 직선으로 수렴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성장'에 있어 가장 기본으로 강조하는 건 'Learning by Doing'입니다. 직접 일을 수행하고 그 경험을 통해 일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해봤음"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이 "해봤음"에 대한 단기적인 평가를 지양하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는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평가는 못했다고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는 마음에 차지 않지만 주변의 반응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성장이라는 것이 단기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HRer로 16년을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돌아봐도 성장이라는 건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learning by doing'을 통한 직접경험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답이 아닌 재료가 되어야 합니다. 만일 이를 우리가 정답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꼰대'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말이죠. 직접경험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성장은 멈추기 시작합니다. 우상향 하던 직선이 갑자기 수평선으로 바뀌게 되며 이것이 시대적 변화와 마주하는 경우 수평선은 다시 우하향 직선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직접경험을 정답으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소위 competency trap에 빠지게 될 겁니다. 이러한 competency trap은 당연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Competency trap 관련하여 개념이해를 위해 아래 내용을 인용합니다.

How could Xerox have missed such a lucrative opportunity? The answer may be a phenomenon known as the 'competency trap'. The answer may be a phenomenon known as the ‘competency trap’, in which a company’s entrenched expertise ruins its capacity to deal with a changing and uncertain market.
출처: https://www.bbc.com/worklife/article/20200608-what-is-the-competency-trap


성장에 있어 기본은 'Learning by Doing'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경험이란 매우 제한적입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비로소 알게 되는 게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보다 성장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험에 대한 이해/추론과 타인의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입니다. 


우리의 직접 경험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론을 이어간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들의 경험을 정답으로 간주하는 대신 재료로 이해하고 우리의 생각을 넓히는 재료로 활용함을 말합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competency trap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깊게 보아야 하는 건 성공에 대한 판단과 superstitious learning의 두 가지입니다.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성공에 대한 판단을 만나게 됩니다. 때론 그 판단들이 우리들의 성장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많은 경우는 우리의 성장과정이 아닌 일정 순간의 산출물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들의 판단이 우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판단이 일이 아닌 특정 개인의 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 말이죠.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특정 순간의 판단을 우리 스스로 과대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계속 성장이 필요한데 스스로 성장했다고 판단하는 순간입니다. 연차가 차서 자동승진을 했음에도 우리 스스로 우리가 뛰어나서 라고 착각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만나면 다시 우리는 competency trap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과정으로서 성장의 관점에서 역시나 긍정적이지 않은 모습일 겁니다. 


타인의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은 직접경험이 가지는 한계와 우리의 경험을 우리가 이해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류의 경우의 수를 줄여주는데 도움을 제공합니다. 책을 보는 것, 누군가의 세미나를 듣는 것, 해당 분야에서 나름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이들과 대화하는 것, 명사라 불리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듣고 이해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학습은 비단 우리보다 경험이 많고 연배가 있는 분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방 활동을 할 때 초등학교 친구들로부터 제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다시 배웠던 것처럼 말이죠. 


저는 제 스스로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줄곧 생각해왔던 건 적어도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자는 것이었고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성장'이라는 단어로 연결하여 HR이라는 일을 통해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구체화된 방법론을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기 위해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일을 올바르게 잘 하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성장한다는 건 제가 일을 올바르게 옳게 해나감으로써 주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성장이 목적이 아니라 일을 올바르게 옳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Organizational learning| Barbara Levitt and James G. March |Annual Review of Sociology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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