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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an 22. 2022

지록위마指鹿爲馬

절반의 MBO, 절반의 OKR

이전 몇몇 글에서 MBO와 OKR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기존에 우리들이 MBO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운영을 해왔고 그 절반의 MBO가 원래의 MBO인 것처럼 인식되었기에 이런 관점에서 보면 OKR을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MBO와 OKR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을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분들 중에는 본래의 MBO가 아닌 절반의 MBO를 하면서 MBO라는 말 대신 OKR이라는 이름으로, 피드백 대신 CFR라는 이름으로 그 이름을 바꾸고는 다른 이들에게 이게 OKR이라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래의 MBO와 OKR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절반의 MBO와 OKR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릅니다. 절반의 MBO는 엄밀히 말해 MBO가 아니라 실적을 쪼기 위한 도구 혹은 보상을 결정하기 위한 보조적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반의 MBO를 이름만 바꿔 OKR이라 말하는 분들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지록위마鹿馬라는 사자성어와 같습니다. 그들은 OKR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기반으로 절반의 MBO를 OKR이라 말을 합니다. 그들의 말은 OKR이 어떻게 기업과 구성원의 성장에 기여하는지, 기존에 해왔던 절반의 MBO가 왜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한 구성원의 이해를 확보하는 기반을 갖는 대신 그들이 가진 외형적 권위에 기반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OKR이 어떻게 기업과 구성원의 성장에 기여하는지, 기존에 해왔던 절반의 MBO와 지금 스스로 말하는 OKR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스스로 이해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슴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말합니다. 사슴을 처음 본 사람들은 사슴이란 저렇구나라고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내가 아는 말은 갈기도 있고 저렇게 뿔이 달려있지 않고 등등의 이야기를 하죠. 그러자 누군가가 사슴의 뿔을 감추고 등과 꼬리에 가짜 갈기를 달아 놓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사슴을 말이라 이야기합니다. 이제 사슴을 말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들은 시간이 흐르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될 겁니다. 결국 구성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사슴인지 말인지에 대한 관심이 없게 됩니다. 그게 사슴이건 말이건 간에 딱히 달라지는 건 없고 원래 해왔던 걸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시간 동안 국내에서 인사제도들은 많은 경우 이러한 모습을 겪어 왔습니다. MBO의 외형만 가지고 와서는 이게 MBO야 라고 말을 하는 시간들이었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모습과 같습니다. 제가 절반의 MBO보다 OKR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오늘날의 OKR을 보면 비슷한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OKR의 본질로서 자율성을 부정하고 통제와 관리를 메인 개념으로 가져가면서 OKR, CFR와 같은 단어들만 차용해서 이게 OKR이야 라고 말하는 모습들입니다. 이런 경우가 많아질수록 OKR은 본질적인 MBO가 아니라 절반의 MBO를 닮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우리들이 과거 종종 해왔던 "우리 기업에서는 안 맞아"와 같은 말들이 나오기 시작할 거고, 절반의 MBO의 모습으로 귀결될 겁니다. 


비유를 하자면 제도는 스마트폰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능을 그 사용자들에게 제공합니다. 그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폰은 무수히 많은 HW와 SW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복잡함을 이해하고 그들을 연결하여 사용자에게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게 됩니다. 제도도 그렇습니다. 제도도 그 제도의 사용자들에게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그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HR은 가능한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와 연결고리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고려하여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후 운영과정에서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이 들어왔을 때 제도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는 그 복잡함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른 구성원에게 그 복잡함을 이해하도록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동시에 그들이 그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이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서도 안됩니다. 그건 서로가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음의 차이이지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보다 더 나은 사람임을 입증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OKR은 결국 제도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에 우리가 사용했던 거추장스러운 요소들을 다 제거하고 가장 본질적인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제도입니다. 절반의 MBO의 뿔을 감추고 갈기를 달아 놓는다고 해서 그 절반의 MBO가 본래의 MBO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계속 경험해왔고,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OKR도 그렇습니다. 


절반의 MBO에 OKR이라 부르고 CF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절반의 MBO가 OKR이 되지 않습니다. HR제도를 설계하고 이를 내재화 상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제도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OKR이 절반의 OKR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절반의MBO #절반의OKR #ope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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