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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Feb 28. 2022

일을 관리한다는 것

우리가 모여있는 연결고리는 일이므로

종종 사람이 아닌 일을 관리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과 일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합니다.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

팀원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 서로가 모두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시를 했다고 해서 그 지시가 100% 완벽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리더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이라는 건 수학공식이 아니니까요. '사람을 관리한다'라는 짧은 문장을 우리는 지금 길게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위의 상황에서 어떤 리더는 "이렇게 밖에 못해?"라거나 "OOO 씨는 항상 이게 문제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이들 말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으로서 팀원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해당 팀원이 일을 리더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했고, 해당 팀원이 리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멘트를 우리는 피드백, 특히 하지 말아야 할 피드백이라 말을 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그 사람 자체를 아무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팀원이 내적 귀속의 성향, 즉 내향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더욱 좋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갈 겁니다.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우리가 대화의 중심에 그 행위자로서 사람을 두고 있음을 말합니다. 일이 잘 된 건 그 사람이 잘해서(정말 안 좋은 리더라면 일이 잘 되면 자신이 관리를 잘해서라고 할 수도) 일이 잘 안 되면 그가 일을 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이지요. 


사람을 관리한다는 건 또 다른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피드백이 지금 당장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선과 성장은 고려되지 못하게 됩니다. 마지막 멘트는 나름 다독이는 멘트로서 "잘해" 혹은 "잘하자" 정도가 될 겁니다. 

일을 관리한다는 것

팀원이 일을 합니다. 역시나 동일하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지시를 했는데 지시대로 되지 않았거나 혹은 A를 만들기로 했는데 B를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관리하는 리더는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왜 why"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불완전한 상황이 만들어진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그 원인은 리더가 팀원에게 지시하는 과정에서의 소통이 불완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팀원이 무언가 잘 모르면서 은근슬쩍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리더와 팀원 모두 생각하지 못했던 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인을 확인하면 그 원인을 팀원과 공유하고 현재 상태를 보완할 방법을 찾고 향후에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과  더 나은 상태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같이 의견을 교환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일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 더 나은 상태로 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만 존재합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단순히 "잘하자" 정도의 의미로 남지 않습니다. 설사 팀원이 잘못한 원인이라 하더라도 팀원에게 "이렇게 밖에 못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도 자신의 실수임을 충분히 이해할 겁니다.(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많이 고민하는 C-player가 될 잠재적 후보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일을 온전하게 할 수 있는 상태로서 우리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팀의 성과를 책임지는 리더로서 팀장은 팀 성과를 온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팀원이 일을 좀 더 온전히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글들에서 제법 여러 번 했었습니다. "환대"라는 단어입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p193, 김현경 저자님, 문학과 지성사


일을 관리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리더로서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낭만닥터라는 드라마에서 극 중 서우진에게 병원 실장님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으로써 미안합니다"

리더로서 우리들도 사람이기에 어쩌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챙기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발생할 수도 있지요. 일을 관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리더이기전에 사람으로서 부족함을 가지고 있음에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지나온 시간 중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과 편하게 대화를 하다가 뱉은 말이 하루 종일 마음속에 걸렸습니다. 그날 퇴근시간이 다되었을 무렵 자리로 가서말을 했습니다. 

"아까 제가 했던 말은 제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어떤 분은 그게 리더로서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한 솔직함이 오히려 리더에 대한 인정과 존경, 신뢰를 가져다준다고 말이죠. 

일을 관리하는 방법-목표와 산출물


1. 일을 기준으로 기본 프레임 잡기-OKR

여기에서 OKR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방향성으로서 목표와 그 목표로 향해 잘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지표로서 산출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방향성이 확정/공유되면 이제 우리는 산출물을 기준으로 관리를 하면 됩니다. 


2. 사람의 다양성 고려하기

팀 내 구성원 모두가 항상 같은 상태이거나 같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도 서로 다른 생각이나 일 하는 방식을 가질 수 있고, 그들 간 경험 차이도 존재합니다. 그들의 다양성, 즉 서로 다름을 일을 관리하는 데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니어 단계라면 리더가 개입을 더 많이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일에 있어 자율성을 발휘하는 데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 최소한의 전문성 등에  있어 HR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제도로서 우리 기업에서 최소한의 전문성이 어느 상태인지를 정의해주는 것 등을 포함합니다.)


3. 과정을 관찰하기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관찰한다는 것은 팀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과 다릅니다. 일의 진행과정에서 팀원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동료와 수다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지가 아니라 실제 그가 일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들을 잘하고 있는지를 일의 완성이라는 전체 그림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을 말합니다. 리더는 팀 성과라는 보다 큰 그림에서 각 팀원의 업무들을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중간 피드백이나 지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주간업무보고 등과 같이 리더가 구성원에게 보고를 받는 방식이 아닌 보다 1:1 면담에 가까운 방식이지만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경우 함께 모일 수도 있습니다. 


4. 기한과 산출물 명확하게 하기

산출물은 우리가 목표로 잘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종의 지표입니다. 이러한 산출물은 시간의 개념을 포함합니다. 언제까지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기한과 산출물을 기준으로 일을 관리하고 구성원이 그 일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피드백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은 어제보다 오늘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1할 수 있게 되고 리더는 팀 성과를 보다 온전히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과 일을 관리하는 것, 어찌 보면 같지만 다른 이야기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을 관리하기 위한 환경으로서 제도, 특히 개인평가 대신 단위 조직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조만간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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