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해석하고 상황에 적용하고 결과를 예측한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동안 HR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려 합니다. 늘 그렇듯 생각이 멈추는 순간 이야기도 멈출 수 있습니다. HR에 대한 제 머릿속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열두 번째 이야기 주제는 노무관리입니다.
노무관리 영역은 기존에 이야기한 채용, 성과관리 영역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용, 성과관리 등에서의 제도는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것인 반면 노무관리 영역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환경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도가 그렇듯 환경으로서 노동관계법령은 기업과 HR의 활동을 제한하는 영향력을 제공합니다. 물론 HR을 해오고 있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날의 개별 노동관계법령에 있어서 일정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큰 건 시간을 기준으로 제약을 하고 있다는 건데 이미 오늘날 현실에서 이는 적합하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어쩌면 미래에는 더욱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함에 있어 한 가지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일을 수행하는 것도 일을 잘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건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 한 부분이지 우리 삶을 갉아먹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무관리의 이러한 성격은 제도에 대해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바, 즉 제도의 취지를 최대한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 취지에 적합하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습니다. HR프랙티셔너는 노동관계법령의 취지를 이해하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법령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며, 법이 시행되었을 때 그 법이 실무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어야 할지를 알고 이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 법 취지에 대한 이해
법은 모든 상황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유로 우리가 마주한 상황에 대해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건 법에 대한 이해입니다. 법을 이해한다는 건 법이 제정된 취지를 이해하고 그 취지를 기본으로 법조문을 바라보고 해석함을 말합니다. 다행인 건 대부분의 법령들은 그 제1조에서 법 제정의 목적을 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개별 노동관계법령이라 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의 경우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근로자를 위한 법임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따라서 본 법의 조문을 적용할 때는 근로자를 우선으로 고려하게 됨을 전제로 이와 관련된 상황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법조문의 목적만을 보고 개별 조항을 이해하고 실제 상황에 대해 적용하여 예측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법 취지에 대한 이해는 향후 법 적용 과정에서의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성 제공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로서 우리들에게는 여기까지 만으로는 많이 아쉬움이 있게 됩니다. 개념적 / 추상적 차원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에서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가 '판례'입니다.
2. 해석 - 판례의 활용
법을 이해하고 그 법 조문을 해석하여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데 있어 판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학습도구입니다. 판례는 실제 상황에 대해서 법원이 어떤 법조문을 적용하고 그 법조문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 어떤 기준을 사용했는지를 그 판결문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판례를 한 두 개 본다고 해서 그 해석이 자연스러워지지는 않을 겁니다. 법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에는 일정한 시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일정 시간을 투자하면 우리도 실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다행히 우리는 인터넷 강국에 살고 있지요. 대법원에서 제공하는 종합법률정보 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언제든 들어가 판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 추천하는 건 최근의 주요 판례들을 메일로 받아보시는 것입니다. 물론 노동관계법령 이외 영역의 판례들도 같이 오기도 하지만 그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노동관계법령에 관한 판례들만 보면 되니까요. 훑어보는데 오랜 시간이 들지도 않고 메일을 통해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판례를 만나는데 보다 쉬운 방법을 제공합니다. 대법원>판결>판례속보에 가시면 아래 화면처럼 메일링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대법원 사이트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제도』를 생각해보면 많은 분들이 그 제도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 중에는 그 제도의 외형을 만나본 적이 있기에 이를 근거로 '안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법조문이 있음을 안다며 법을 안다고 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지나온 시간 중 어느 시점에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전체를 이해하지 않고 부분만 보고 '안다'라고 말을 했었던 경험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제가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을 항상 하고 있기에 그 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겠죠.
법도 그렇습니다. 어떤 내용이 어떤 법령 몇 조에 명시되어 있는지를 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조금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영역입니다.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은 단순히 어떤 내용이 어떤 법령의 몇조에 있는지를 아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들을 해석하고 실제 우리들이 설계하고 운영하는 제도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해석'이라는 단계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해석의 단계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 우리는 HR프랙티셔너로서 새로운 법령의 시행과 관련해 그 법령을 해석하고 우리들이 맡고 있는 조직에서 대응해야 할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노무 영역을 다룰 때 제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한다"입니다.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최대한 생각하고 그중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대비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 최악의 상황을 만날 일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수 있을 겁니다.
노무 영역은 여타의 HR 영역과는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이전까지 이야기한 HR의 채용이나 성과관리는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이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노무관리는 그러한 우리들을 둘러싼 더 큰 제도로서 법이라는 환경에 대해 우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법이라는 주어진 환경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주어진 환경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법 조문이 실제 어떻게 구체적 상황에 적용되는지를 자주 접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노무 영역에서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의 역할을 보다 온전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무관리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노무관리는 관련 법령을 해석하고 해당 법령을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 그리고 그 예측하는 결과를 가능한 바람직한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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