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이야기 각론 8-인사평가

by Opellie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동안 HR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려 합니다. 늘 그렇듯 생각이 멈추는 순간 이야기도 멈출 수 있습니다. HR에 대한 제 머릿속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열세 번째 이야기 주제는 인사평가입니다.


앞서 채용 이후의 일련의 과정을 성과관리라는 다소 큰 개념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인사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담지 않았지요. 일단 성과관리와 인사평가가 동일한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도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 앞의 성과관리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는 인사평가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보다는 그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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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대상으로서 '결과'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결과'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우리들의 경험에서 결과는 우리가 연초에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본 글에서 결과는 '우리가 정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도출된 결과물'로 이야기를 합니다. 특정 시점이라는 건 '결과'가 유량이 아닌 저량의 개념임을 이야기합니다. 저량이란 일정 시점에 정의되는 지표라 말합니다. 일정 시점에 우리가 '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가 경험한 평가에서 종종 '했음'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현재의 상태를 두고 '했음'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했음'이라는 결과로써 상태가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KR은 측정되어야만 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논쟁의 여지가 없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The key results have to be measured, but at the end you can look and without any argument say, "Did I do that, or did I not do that?" Yes. No. Simple." 어디선가 한 번 본 듯한 문장이지요. OKR전도사라 불리는 John Dorr의 TED 영상에 나오는 앤드루 그로브의 말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결과'도 KR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평가'라는 행위

'평가'는 그 결과 상태의 수준을 확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생각해볼 일은 우리는 '평가'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과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국내 모 기업에서 서열화, 등급제에 기반한 평가제도를 폐지한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인사를 하는 분들의 반응 중 하나는 '그럼 보상은?'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들에게 평가란 보상에서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가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중요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평가제도의 구체적 모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밀코비치의 보상이라는 도서가 있습니다. 보상 영역에서 bible이라 말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해당 책에 평가도구들의 특성을 정리한 표가 있습니다. 해당 부분만 잠시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3-밀코비치.png 밀코비치의 보상 p434 표 11-7

흔히 우리가 많이 사용했던 '목표에 의한 관리'를 보면 직원 개발 측면에서 탁월하지만 관리 측면에서는 나쁨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우리는 '목표에 의한 관리'를 직원 개발 측면이 아닌 관리측면으로 활용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MBO라는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음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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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왜 하는가? - 보상

보상을 위한 평가는 다시 보상 수준의 내용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과 보상 수준 결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우리는 이중 후자의 절차적 타당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해왔습니다. 절차적 타당성은 절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보상 수준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해서 절차적 타당성을 근거로 평가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로서 우리는 보상 수준의 결정에 있어 절반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절반의 타당성을 포기하는 결과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준 등이 공유되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 절반의 타당성은 더욱 줄어들 수도 있겠지요.

보상을 위한 평가는 결국 보상 수준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서 평가를 이야기합니다. '기준대로 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평가자들은 '인사팀에서 기준을 정해주어서 어쩔 수 없었음'을 어필하고 인사팀에서는 '기준대로 했음'을 이야기할 겁니다. 여기에서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하여 설명하고 이해를 확보하는 과정이 없고, 내용적 타당성은 공허한 말로 남을 겁니다. 평가제도를 이야기하며 51%의 긍정과 49%의 부정이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가를 왜 하는가? - 성장

성장을 위한 평가는 평가와 보상을 기본적으로 분리합니다. 보상을 위한 평가에서 평가제도는 보상을 위한 도구적 제도였다면 성장을 위한 평가는 평가와 보상이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제도로서 존재합니다. 성장을 위한 평가를 통해 '성장했음'을 확인한다면 그 '성장했음'을 근거로 보상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성장을 위한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했음'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성장했음'은 다시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이중 구성원이 성장했음을 이야기하는 도구로서 '전문성'을 이야기합니다. '성장했음'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 전문성이 우리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전문성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수준을 정하여 어떤 방법론으로 그 수준을 진단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로 남게 됩니다. 결과 평가로서 성장을 위한 평가는 그 성장했음을 확인하고 그다음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피드백으로 구성됩니다. 성장을 위한 평가는 보상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했음에 대한 인정으로서 보상으로 연결되는 성격을 가집니다.


보상을 위한 평가의 모습

기존에 우리가 운영해왔던 보상을 위한 평가가 가지는 특성은 서열화, 등급제 등의 단어들로 구체화됩니다. 그 용어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S, A, B, C, D와 같은 등급을 설정하고 등급별 인원 비율을 설정해서 최종 평가결과 인원 배분이 아래와 같은 정규분포가 이루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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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유연성을 한 스푼 추가한다면 조직성과 수준에 따라 각 등급별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가능하다면 각 등급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 경우 D등급에 대하여 적합성이 낮아 이후 C-player로 관리해야 할 사람으로 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D등급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만일 나온다면 그 등급 판단의 정확도는 그만큼 더 높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경우 해당 구성원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살펴보고 의견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위한 평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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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위한 평가가 위의 모습과 같이 등급이나 수치로서 표현된다면 성장을 위한 평가의 모습에는 숫자나 등급 대신 글씨, 문장 등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구성원에 대한 의견들이 등장하고 그 의견들을 정리하여 평가자 혹은 인사팀에서 그 개인에게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성장을 위한 평가에서는 이런 이유로 단위 조직의 리더들이 이러한 피드백을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보상을 위한 평가와 성장을 위한 평가 모두에서 평가자는 해당 구성원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해당 평가자는 해당 직무에 대해 알고 있는, 조금 더 나아가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 사람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분야를 모르는 리더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시면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이번 글은 결과평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고 말을 했지만 평가를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이해할 경우 그 결과평가는 그 직무를 수행하여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직무수행행동, 과정 등을 포함합니다. 피드백을 이야기하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점일 겁니다. 직무행동이 있는데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나서 하는 피드백과 해당 행동이 있을 때 그 시점에 하는 피드백은 서로 다른 피드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을 위한 평가는 그 주기가 단기가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상시 피드백이 되어야 합니다. (자연스레 OKR의 운영 프로세스와 연결됩니다) 성장을 위한 평가에서 결과평가는 이러한 상시평가들의 기록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HR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참석한 어느 세미나에서 평가는 언제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참석한 분들마다 이야기를 하며 월, 분기, 반기, 년 등의 다양한 답들이 나왔고 그중 한 분이 '항상'이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강사분이 원하던 답이기도 했습니다. '상시, 수시로' 하는 것이 평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경험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 이전에 제가 마주했던 경험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말이죠.


이런 의미에서 성장을 위한 평가는 평가의 외형에서 본질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본질적인 것은 가장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을 알기 위해서는 그 단순함을 감싸고 있는 요소들을 그들의 역할과 그들의 의미를 이해하며 수정/보완 혹은 제거하는 과정을 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그들이 존재해왔기에 그들을 거슬러 오르는 과정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HR, 인사평가제도를 다루는 우리들이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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