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이야기 각론 9-다면평가

by Opellie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동안 HR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려 합니다. 늘 그렇듯 생각이 멈추는 순간 이야기도 멈출 수 있습니다. HR에 대한 제 머릿속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열네 번째 이야기 주제는 다면평가입니다.


지나온 시간 중에 다면평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모 기업에서 하고 있는 다면평가 항목이 논란이었지요. 우리가 아는 그 문항은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협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고 개인의 관점에서 이 질문이 타당한가?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해당 이슈를 다룬 기사에서 본 문항이 구성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고 이야기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결과론으로 보면 이슈가 되었습니다.

본 이슈를 마주하면서 동시대에 다면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던 제가 생각했던 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포함하여 다면평가에 있어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조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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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 사람이 아닌 일이 수행되는 과정을 평가하기

앞서 몇몇 글을 통해 사람을 관리하는 대신 일을 관리하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일을 중심으로 그 사람이 일을 수행하는 과정과 그 일을 통해 도출된 산출물, 그 일의 목적 등을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HR제도의 하나로서 다면평가에 대해서도 동일합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대신 일을 평가함을 말합니다. 그가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그의 전문성과 그 전문성이 다른 전문성과 연결되는 관점에서의 협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산출물에 대해서는 이미 별도의 결과평가를 통해 판단을 하고 있으니까요. 다면평가에서는 일, 특히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전문성과 협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문항 역시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와 같이 그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리뷰 대상자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신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와 같이 그 일에 대한 전문성으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다면평가의 특성상 동일한 문항에 대하여도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여 질문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평가할 것인가?-평가자 설정과 비밀보장

다면평가를 함에 있어 그 평가자를 설정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준은 일에 있어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입니다. 상급자가 될 수도 있고 팀 내 동료가 될 수도 있고 협업을 하거나 업무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진 다른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누가 평가할 것인가? 에 있어 중요한 것은 누가 평가하는지에 대해 비밀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A에 대해 평가를 하는데 그 사실을 A가 알고 있다면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고 결과론으로 솔직한 평가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다면평가 결과를 왜곡하게 될 겁니다.


왜 평가하는가?-판단이 아닌 진단 & 상호 간 이해의 확보

다면평가는 '평가'라는 단어를 가지고 있지만 '진단'의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하고 못했음을 판단하거나 이 사람이 고성과자인지 저성과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더 나은 상태로 이행하는데 필요한 의견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결과평가를 통해 산출물을 기준으로 하는 평가를 했다면 다면평가는 그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해당 구성원이 발휘한 전문성과 협력의 수준을 진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드백은 중요한 절차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려 합니다. 경영진의 구성원에 대한 판단에 도움을 제공하는 목적입니다. 경영진 역시 사람이므로 가질 수 있는 선입견 등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현장에서의 실제 모습들을 모두 일일이 확인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다면평가를 통한 다양한 의견들은 이러한 경영진의 구성원에 대한 시야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솔직한 응답을 유도하기

다면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좀 더 편하게 해당 제도를 운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글설문 등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도입하건 구글설문으로 하건 간에 변함없이 중요한 건 비밀보장입니다. 이는 크게 앞서 언급한 누가 평가하는가에 대한 비밀유지와 더불어 누가 누구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의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를 포함합니다. 시스템 없이 다면평가제도를 운영하면서 제가 구성원분들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만일 평가에 작성한 내용을 해당 리뷰 대상자가 알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제 책임이다"라는 말입니다. 제 경우 다면평가를 운영하면서 대표이사님 조차도 응답의 raw data를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Raw data를 받아서 제가 글을 쓰는 언어로 다시 작성하고 이를 정리해서 가공한 형태로만 전달을 했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요?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 솔직한 이야기들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해석

1인에 대해 6~8명의 평가자로부터 의견을 받으면 최소 문항당 6~8개의 평가의견을 확보하게 됩니다. 제 경우 이 6~8개의 평가의견을 1~2개의 문장으로 다시 작성을 합니다. 이렇게 재작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raw data의 평가의견에서 해당 문항에 대해 나타난 패턴을 찾는 것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패턴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하게 패턴을 찾을 수 없음이나 판단이 어려움으로 표기합니다. 이러한 해석 단계를 운영하기 위해 HR프랙티셔너는 기업 전체의 value chain과 그 vc를 구성하는 직무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평가의견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제공합니다. 아울러 재작성하는 과정에서 HR의 생각이나 선입견이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의식하지 않는 순간 어느새 우리 의견을 작성하는 우리들을 마주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해석과 재작성 단계는 HR프랙티셔너의 집중력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50명 조직이라 하더라도 1명당 6명만 평가자를 설정해도 300개의 평가의견이 달리게 되고 다면평가가 1개 문항이 아니므로 10개 문항만 하더라도 3,000개의 응답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다면평가를 보면 전문성과 협력 카테고리에서 각각 5개의 객관식과 주관식 응답이 있었습니다. 객관식을 제외하더라도 주관식만 놓고 보면 그 양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시스템에서 해석과 재작성을 해주기 아직은 어려움이 있기에 본 단계는 결코 쉬운 단계는 아닙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피드백

다면평가의 결과를 개인별로 피드백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그 피드백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방식과 전달자에 따라 다른 의미와 전달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위조직 리더를 신뢰하지 못하는 구성원이라면 어떨까요? 해당 리더가 단위조직의 리더라는 이유로 전달자 역할을 하게 한다면 피드백이 온전히 진행될 수 있을까요? 만일 단위조직의 리더들을 제외하고 인사팀이 직접 전달하거나 시스템을 통해 해당 raw data를 볼 수 있게 한다면요?

말이라는 걸 두고 우리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을 합니다. 개인별로 피드백을 했음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각 개인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상태를 보다 온전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피드백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raw data를 그대로 오픈하지 않고 제가 제 언어로 변경을 해서 제공을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드백은 중요하지만 온전한 피드백을 위해서는 그 전달자와 그 내용, 전달하는 상황 등을 고려한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리더분들이 이에 숙련되지 못했다면 이들 리더를 통한 피드백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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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HR프랙티셔너에 대한 신뢰

처음 다면평가를 마주했을 때 느낌은 묘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나는 아니었음에도 나를 그렇게 판단한 누군가의 의견은 속상함도 함께 남겨주었습니다. 다면평가를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제가 다면평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을 늘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다면평가는 결국 사람들의 성장을 위함인데 그들의 의욕을 깍아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제도가 오히려 부정적인 모습을 만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다면평가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면평가를 통해 우리는 사람을 숫자가 아닌 글자로 바라볼 수 있고 조금 더 자세히 구성원 개개인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는 척하는 사람과 정말 아는 사람, 일 하는 척하는 사람과 실제 일 하는 사람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다면평가는 솔직한 응답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며, 이를 위해 평가자와 평가의견에 대한 비밀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울러 다면평가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HR프랙티셔너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일 우리가 혹은 HR이 기업 내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응답 결과들이 솔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Data가 왜곡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과거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어느 분과 퇴직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퇴사라는 이벤트를 기점으로 조금은 솔직하게 회사에 바라는 점이나 개선할 점을 이야기를 부탁드리곤 하는데 그분의 답은 조금은 특이했습니다. "다면평가를 계속해주세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개인별 피드백을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의아했지만 그분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구성원의 생각이 경영진에게 전달되는 통로로서 다면평가의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도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설계하여 운영하는가? 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도의 시작은 설계일 수 있지만 그 완성은 구성원의 일 하는 과정에 녹아드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다면평가도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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